10년 후에 나는 없는 존재일 것 같아서
"10년 뒤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제가 10 뒤에도 살아 있을까요?"라고 답하곤 한다.
얼마 전 이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하신 분이 답을 듣고 놀라셨다고 한다. 종종 이렇게 답해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주변 분들이 상처받지 않겠냐고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가 혼난 적도 있다. 상처받으셨을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딱히 극단적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음을 명백히 밝힌다.
이상한 일이다. 특별히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건강히 극단적으로 안 좋지도 않다. 지병도 없고 누군가 암살 시도를 하고 있지도 않으며 딱히 원한도 없다. 참 이상한 일이다. 왜 10년 후에 내가 살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사람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다'라는 답을 해본다. 이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보통은 이런 생각을 잘 안 한다는 것을 안다. 10년 후를 생각하라고 하면 보통 밝은 미래를 상상하고 그리기에 들뜬 마음으로 답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한 건데?
물어보신다면.. 뭐라 답할까. 그 답을 위해 글을 써본다. 고백하건대 예전에는 정말로 한 해만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렸다. 지금도 세상을 잘 모르지만 저 때는 세상을 넓게 보기에 좋은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 당시에 여러 상황으로 망가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염세적인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더더욱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했다. 어두웠다. 절망적이었다.
지금의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버린 지 오래다. 버리고 태워버렸다. 재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다 태워버렸다.
어느 순간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하루 할 일들이 있기에 짧으면 내일부터 일주일, 길면 일 년 혹은 오 년 너머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하루를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내가 좋았다. 다행히 이렇게 살아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고 많은 게 달라졌다. 생각이 많으면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기에 미래에 대한 고민도 멈췄다.
고민을 멈추면서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게 되었다. 현재의 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현재의 나는 오늘이라는 시간에만 존재하기에 미래의 나를 정의할 수 없었다. 현재도 정의할 수 없는데 미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평소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에 아마도 맨 위에 대답처럼 말한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저렇게 말 안 할 것이다. 이 대답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친구나 동료에게 상처가 된다. 얼마 전 내 팀을 만들어서 좋아하는 일로 재밌게 일하자는 꿈을 다시 가졌다고 했다. 동료와 친구와 함께하는 밝은 미래를 그려야겠다.다음번에 누군가 다시 10년 뒤를 묻는다면 그때는 나의 꿈에 가까워진 혹은 꿈이 현실이 되었다고 이야기 하겠다. 혹시 다음에 마주친다면 10년 후를 물어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