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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Mar 13. 2024

가여운 것들(Poor things, 2024)

아이의 눈으로 사는 세상

그녀는 누구인가? 뇌인가? 그 의식은 어디와 연결이 되어 있나? 



가여운 것들(Poor things, 2024)        


                               

어른의 몸을 하고 아이처럼 다시 사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영화에서 만삭의 여자는 다리 아래로 스스로 추락한다.     

천재적인 의사 갓윈은 이 여자를 데려다가 태어나지 못한 그 생명의 머리를 여자의 머리에 이식한다.


                         

말도 안 될 것 같은 몸의 부활과 부활 이후 그 생명이 몸과 살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은     

주인공 벨라의 모험에서 무얼 느낄 수 있을까?     







나는 누구지.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무엇이지.     



                    

우리는 정신없이 살다가 가끔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굉장한 철학자가 된 것처럼 진지해진다. 어쩌면 태아의 머리를 이식하여 삶을 살게 된 벨라의 질문이기도 하다. 막판에 감독이 나름대로 여기에 해답을 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워낙 자신의 색깔이 독특한 감독이니 그가 표현하는 방식으로 느껴볼 답이 궁금했다. <참,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다.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 Alasdair gray, Poor things, 1992/을 바탕으로 했다.>               





어른의 몸을 한 벨라는 자신의 감각을 통해 아이처럼 세상을 경험한다.     

뭐가 좋고 나쁜 것인지 혹은 적절한 것인지     

그런 것에 대한 기준이 없는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걸 그대로 표현한다.                    








주변에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대한 편견이 없으니 경험이 곧 그녀의 세상이 된다.     

자신의 안에서 저항하거나 제어하는 관념이 없는 상태에서 무얼 경험하는 것은 다 즐거운 것이다.     

감탄의 연속이다.     

말을 배우고     

타인의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또 그걸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너무도.     

브레이크가 없는 차를 모는 아이 같다.      

순간을 그대로 경험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그런 그녀는     

자신을 만들어준, 안락한? 갓 윈의 집을 떠나     

모험을 떠난다.     

갓윈이 말해주는 집 밖 세상은     

예측불가능한 두려운 곳이었지만     

그것을 만나보려는 호기심과 설렘은 그 여정을 시작하게 했다.    

 


심지어 자신만 바라보는 충실한 약혼자도 두고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를 낯선 남자, 던컨을 냅다 따라나섰다.     

원초적 욕망을 제어하는 사회적 자아가 없기에

어쩌면 그렇게 냅다 따라나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벨라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 여행을 시작한다.     

마주하는 매번의 세상     

바다를 건너     

리스본, 알렉산드리아, 파리.                         

그녀가 처음 마주하는 그 세상들은     

그들의 색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초기 여정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던컨은

어느덧 소유에 집착하는 인물로 본색을 드러내며

그녀의 이야기에서 점차 사라진다.






배 안에서 다양한 상류층 사람들의      

시선과 문화를      

아이처럼 접하던 벨라는     

책을 읽으며 작가의 철학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그러다 그곳에서 냉소주의자 해리를 만나고      

그는 배 밖의 세상을 벨라에게 보여준다.  

배 안과 전혀 다른 그 모습에  

그녀는 엄청난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      

파리에서는 아픈 손주의 병원비를 위해     

매춘업소를 운영하는 마담 스위니를 만나 

그 생활을 경험하기도 한다.




선악이 없던 세계에

선악이 생겨나고 좋고 싫고가 생기고

두렵고 아프고 고통스러움이 생긴다.




어느 시간에 있는지 모를 공간들, 알렉산드리아





타인에 의해서 보는 세상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판단 없이 체험하고 느끼며 만든 그 세상에서 

그녀는 어쩌면 신의 마음을 알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생명을 준 갓 (윈)은 그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녀의 모험을 기꺼이 허락했다.     

떠나는 길에 종잣돈까지 쥐어주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어느 시간인지 모를 리스본






신은 그녀가 기뻐하는 삶을 기뻐한다.

마지막의 벨라의 표정은 신의 마음을 아는 것 같았다.

그녀가 그 마음으로 살았기 때문에.





마지막에 다시 돌아온 그녀의 집은

그녀가 보고 싶은 세상이 되어 있다.

그녀가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누구지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무엇이지                                   




이 질문에 답은     

밥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행복하게 밥을 먹는 

저기 귀여운 강아지가 더 잘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기억할 수도 없는 아주 어린 아기 때     

나는     

이런 질문을 하지도 않고     

세상을 가장 충실히 느끼고 살지 않았을까.          






https://youtu.be/HGptTzZQE-w?si=mlSzmPI5pH--BNB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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