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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Jun 02. 2024

나의 별로 가는 길을 시작하며

열정을 따르는 길, 그 아주 처음


점 펼치기 편 >0<



+ 천문학, 점성학을 이용해 봅니다. 저의 행성과 별자리를 이용해서 캐릭터와 옷을 만들어 입히고 무대에 세워봅니다. 행성이 하는 그날의 질문이 있습니다. 그 답을 이어 나가다 보면 종착지에 다다르는데요. 거기에 한 사람의 비전이 새겨져 있는 별이 있다고 하네요.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가는 여정, 같이 가주실... 건 가요?





첫 책을 내고 작가가 되면 내 인생에 꽃길이 펼쳐질 것 같았다. 막연하고 답답하리만큼 방향성이 없는 내 삶에 아주 뚜렷한 선이 떠올라 그것만 잘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나를 인도해 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책을 내고서 더 본격적으로 방황하기 시작했다. 책의 제목이 '엄마, 나는 걸을게요.'인데 걷겠다고 하고서는 자주 약한 마음이 되었고 작가라는 호칭조차 부끄럽게 느껴졌다. 

아니 자신의 이야기가 부끄러운데 책은 대체 왜 낸 거지 싶을 정도로 나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할수록 거듭 숨고 싶었다. 


3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상적이지 않은 여정은 불혹을 찍으면서도 계속되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 힐러, 예술가로 나의 진로를 끝없이 고민했다. '이거 하나만 더 배우면 내가 가는 방향이 아주 선명해질 거야.' 새로운 경험과 배움에 몸과 마음, 정신마저 활짝 열린 날에는 난 희망에 차서 이렇게도 외쳤다. 그러나 그 선명함 뒤에 흙탕물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불순물, 깜깜한 밤, 그 시간에 떠오르는 것들을 계속 들여다봤다. 나의 밤에서 떠오르는 것들, 내 의식이 써 내려가는 익숙하고도 생경한 소리를 듣고 또 들었다. 그런 밤이 아니라면 결코 들리지 않았을 그 소리들은 역설적으로 나의 길을 만들고 있었다. 


세상에 다양한 지역을 다녔다. 무엇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내가 규정하는 나는 매번 그 모습을 달리하며 나를 혼란스럽게도 했다. 이 나이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방황이라니. 이런 생각이 올라오면 산이라도 들어 옮길 같은 열정도 바스러진 꽃잎처럼 서글퍼진다. 때에 맞춰 적당히 이걸 해야 하고 이 정도는 적당히 마련해 놓아야 하고 이런 나의 오랜 기준들은 불시에 찾아와 현재의 나의 모습을 흔드는 거다. 지금의 너는 부족해.라는 믿음에 어찌나 어김없이 힘을 실어주는지. 어쩌면 난 단순히 무엇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그 큰 방향성을 제대로 알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무대에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경험하고 살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 누구여도 상관이 없고 그 누구도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우리는 이야기 밖에 설 수도 있을까? 

 



행성 여행을 준비했다. 우주 밖에서 보는 그 높은 시야, 그 관점으로 살 수는 없을까. 뭐 그런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그 시야는 어쩌면 나의 '눈' 안으로 깊이 들어가 마주한 세상일지 모른다. 내가 떠돌아다닌 그 장소와 시간이 우주 공간으로 옮겨질 거다. 꿈같은 현실, 현실 같은 꿈, 나는 그 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썼던가. 여러분들과 함께 떠나보려고 한다. 그 이야기 속으로.  




나의 우주





본격적으로 떠나기 앞서 제주도에 있는 '나'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책을 쓰고 나는 제주도에 자주 있었다. 



+캐릭터: 제주도에 일 년 살기하고 있는 여자, 요즘따라 매사 의욕 상실

+옷:  트레이닝 복, 가벼운 점퍼

+무대: 제주도 사려니숲




<<<<<

제주의 겨울 아침, 그 전날 비까지 온 습하고 우중충한 날, 나는 웬일인지 마구 뛰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그 전날 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눈을 뜬 그 아침, 커튼을 젖히고 본 어두컴컴한 음습함은 웬일로 생각해 낸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의욕처럼 느껴졌고 그래 뭣하러 그리 일찍 일어났니. 다시 눕자. 하는 마음에 도달하려고 했다. 창문을 여니 집 앞에 외로이 서 있는 야자나무 한 그루가 더 처량하게 휘청이며 자 보아라 바람이 오늘 이 정도야 감당할 수 있겠어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전날 밤 먹었던 것들이 소화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속도 답답해서 일어나서 으레 들이킨 커피에도 위는 음식을 받아들일 의욕마저 없었다. 전날 밤 오랜만에 내게 전화한 친구는 일 년 전이랑 거의 복사한 듯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대화는 대략 이렇게 시작한다.



맨날 똑같지 뭐, 별거 있니.



며칠 전 다른 분께도 들은 말이었는데. 그 밤에 전화를 끊자마자 순간 막 뛰고 싶어졌다. 내가 막 뛴다고 그들의 속이 시원해지는 건 아니지만 뛰고 싶었다. 여하간 종합적으로 별로인 그 상태에서 나는 사려니 숲길을 떠올렸다. 만만한 게 나냐고 사려니가 뭐라 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나는 오르락 내리락이 거의 없는 평탄하게 긴 길을 걷고 싶을 땐 이 길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래 즉흥적으로 생각난 김에 걸어보자고, 먹을 의욕 없으면 그래 뭐 됐어하고 백팩에 물만 챙겨서 나섰다. 그렇게 나선들 그 아침에 뛰어볼 생각은 당최 없었는데(밥도 안 먹고 뭘 뛰기까지 하겠어 했음) 나는 결론적으로 뛰었다. 물론 10km를 다 뛴 건 아니고 한 삼 킬로 정도 뛰었고 나머지를 걸었다. 보통 때 같으면 적당히 걷다가 돌아왔을 텐데 앞으로 가도 뒤로 가도 딱 절반쯤에 도달했을 때부터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걸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도 없고 그렇담 한번 뛰어볼까 했던 것이었다. 그 길로 내달리기 시작, 의외로 오래 뛰었다. 기분이 무척 좋았고 심지어 실실 웃으며 뛰었다. (누가 보면 정신 나간 줄 알았을 듯) 밥을 안 먹고 이 정도로 에너지를 쓰다니 하면서.. 괜히 비실거리려는 건 내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이 하는 말 같았다.

<<<<<



제주도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태어났을 때 그 시간을 본다. 화성염소자리에 있었다. 나는 중얼거린다.


염소야. 네가 힘이 없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가야 하는 그 길의 끝 점이 막막하리만큼 보이지 않았구나.


위 캐릭터는 단순히 몸에 힘이 없는 것이 아닐 거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다. 방향성. 내가 가야 하는 그 한 점이 희미할 때는 몸까지 희미해져 버린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힘을 제대로 못 쓰고 비실거리는 염소, 이 아이가 언제 제일 생기가 돌았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진다. 염소로 변신해 활약하던 순간을 되짚어 보기 위해선 화성부터 가야겠다. 욕망의 별 화성, 거기에서 나의 염소를 먼저 만나볼 참이다. 

 



행성 여행을 앞두고 주의 사항<<



+ 7명의 캐릭터가 차례로 서로 다른 무대에서 자신의 공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무대가 되는 행성은 우주선 1234호로 여러분을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모실 것이니 자리에 있는 벨트를 단단히 매어주세요. 행성에서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의 개념과 다르니 해당 행성의 질문 미션을 수행하시면 곧장 탑승하셔야 합니다. 탑승을 제시간에 안 하시면 우주 미아가 되실 수 있습니다.   



++ 여행 갈 때 주전부리로 나의 별로 가는 길 )오므리기 편(을 챙겨 오셔도 좋습니다. 지구별에 스페인이라는 곳에서 800km라는 아주 매우 짧은 거리를 걸은 여자의 이야기를 압축하여 기록했다고 하네요. 혹여 길의 다정한 위로가 필요하신 분이 있다면 오므리기 편 안에 '숨겨진 글'을 펼쳐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산티아고 길, 도착점이 명확했던 그 길에서 여자는 묵묵히 잘도 걸었어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완주였어요. 체력이 거의 바닥인 상태에서 시작했거든요. 그런 어처구니없는 체력으로 시작했지만 나는 어쨌든 거기 간다. 그게 있었던 거 같아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울림이 되는 길이었어요.



+++ 점성학에는 South node, North nod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건 실제 행성이 위치하는 지점이 아니라 태양이 지나가는 황도와 달이 지나가는 백도가 교차하는 가상의 점을 표시한 것이에요. 나의 인생의 테마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짐을 꾸려도 늦지 않겠어요. <본인의 네이탈 차트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어요> 잠깐 알아볼까요.  


사우스 노드는 내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 부분이자 유지하려는 영역, 뭔가 이전 생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익숙하게 이어지는 습이라면, 노스 노드는 내가 성장 발전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자질이나 성향이라고 보아요. 모두의 시작점과 끝점은 다르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지점은 모든 장애물, 시련과 충동(중간에 배치된 행성들)에도 나는 그리로 간다는 신념과 비전을 느껴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죠.




출처: wikihow




재밌는 건 이걸 나타내는 기호 모양이 사우스 노드는 밥그릇, 노스노드는 밥그릇이 뒤집힌 헤드폰 모양이에요. (-처음에 볼 때 전 이렇게 보여서 계속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이건 뭔가 생존에 유리한 방식에서 나의 비전으로 향해 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헤드폰을 바로 쓴다는 건, 외부에 오만가지 소리에서 내가 정말 듣고 싶은 그 소리를 듣는 것.으로 저는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 소리는 나의 진짜 목소리일지 모릅니다.


요가를 할 때 뒤로 몸을 굴려서 다리를 접어 귀 옆에 딱 붙이는 동작(카르나피다아사나, 사진 아래)이 있어요. 뜬금없이 웬 요가? 하시겠지만.. 전 이 동작을 할 때마다 자꾸 헤드폰 저게 생각이 났어요. 무릎으로 내 귀를 막으면 나의 숨소리가 더 잘 들립니다. 아주 잘 들려요. 


여러분의 헤드폰은 어디에 있나요?



카르나피다아사나, 귀 막기 자세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 나의 헤드폰.





저의 헤드폰은 '1 하우스'에 있어요. 그곳은 자아 정체감의 확립,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곳이래요. 어쩌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전 거기에선 알게 될지도 몰라요. 



++++ 자, 이제 여행의 짐을 다 꾸리셨나요? 그렇다면 그 짐을 저에게 주시고 몸만 탑승해 주세요. 어차피 이번 여행엔 그 짐이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 행성 여행에서 매번 마주하는 질문에는 꼭 답을 하셔야 다음 행성으로 갈 수 있어요. 질문에 답을 기록해 두시고 마지막에 나의 비전이 새겨진 그곳에서 어떤 의미가 되는지 살펴보세요. 이미 존재하는 미래를 지금 열어보는 겁니다. 마치 시간이 다른 빛을 지금의 하늘에서 한꺼번에 마주하는 것처럼요. 이 책은 그걸 위해 쓰였습니다.    




덧붙임<<

각자의 서사는 가지각색이지만 어쩌면 각자의 결핍감, 자신이 인생에서 채우고 싶은 부분의 완성을 향해 떠나는 여정 같습니다. 


인생에서 각자 채우고 싶은 부분이 무엇이 있을까요.


누군가에게는 돈, 부 그 자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 애정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타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명예, 사회적 성취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건강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아 정체감이나 주체성일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조건 없는 사랑일 수도 있어요.


그것이 무엇이든 그걸 채우고 완성하는 이야기라면 모두가 특별한 여정이고 한 편의 멋진 영화입니다.  




7년 전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 종착지가 있었어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거길 향해 저는 총 41일을 걸었는데요. 그 길에 도착하는 길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갈림길에서 우회로 갈 수도 있고 한 곳에서 하루가 아닌 며칠을 머물 수도 있어요. 멍을 때리며 길에 주저앉아 있기도 하고요. 중간에 버스를 타고 점프를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마지막은 결국 거기에 도착해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길을 시작할 때 만났던 사람들, 저는 마지막에 결국 다 만났는데요. 제가 거북이처럼 걸어도 만날 사람은 다 만나는구나 했습니다. 처음에 피레네 산맥 넘고 나서.. 같이 걸은 분에게 제가 들은 말이 있는데요. 말을 지금 떠올려봅니다.


너는 네가 생각한 거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야.



길의 처음과 끝에 사람들과 함께 들었던 노래, 'Il mondo'(영화 어바웃 타임에 ost로도 쓰였어요)를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는 기념으로 다시 들어보려고 합니다. 밤의 시간에 있는 그대에게, 길을 만들고 있는 그 시간에 들려주고 싶습니다. 





Il mondo,

Non si é fermato mai un momento

La notte insegue sempre il giorno,

Ed il giorno verrà


그 세상은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어요.

밤이 가면 언제나 대낮이 따라오고

날은 밝기 마련이니까.





https://youtu.be/vu-iNE_xD9I?si=j3CnC46j9Jkvef27




+커버 사진은 인도 콜카타에서 만난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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