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문학, 점성학을 이용해 봅니다. 저의 행성과 별자리를 이용해서 캐릭터와 옷을 만들어 입히고 무대에 세워봅니다. 행성이 하는 그날의 질문이 있습니다. 그 답을 이어 나가다 보면 종착지에 다다르는데요. 거기에 한 사람의 비전이 새겨져 있는 별이 있다고 하네요.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가는 여정, 같이 가주실... 건 가요?
나의 북극성을 향해 가는 길, 그 길에 가장 처음 만나볼 행성은 화성(Mars)이다. 태양의 비전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행성을 고르다가... 화성 너로 정했다.
이름부터 마르스, 전쟁의 신을 붙여놓은 거 보면 화성은 과연 전투력의 상징에 걸맞다. 자기 내부에 안주하기보다 외부로 자신을 드러내고 개척하려는 의지, 욕망을 활활 분출한다. 화성으로 이주를 준비하는 일론 머스크의 불도저 같은 면모가 떠오르기도 한다. 토양 자체도 붉은빛을 내는 산화철로 뒤덮여 있으니 어딘지 전장의 붉은 피가 연상된다.
화성의 지름은 지구 절반 정도이고 자전주기가 24시간 37분 22초로 지구와 가장 유사하며 공전주기는 지구의 두 배 정도로 687일이다. 그러니 하루는 지구에서의 시간과 거의 비슷하게 흐르고 일 년은 두 배로 길어진다. 희박하게나마 대기도 있고 사계절의 변화도 관측된다고 한다. 게다가 태양계에서 그나마 접근 가능한 범위에 있으니 한번 가볼 만하지 않겠는가.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데 약 8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니 슈퍼지구로 거론되는 태양계 밖 행성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죠. 거기는 빛의 속도로 간다고 해도 600년 즈음이 걸린다나 뭐라나요..-)
점성학에서 화성은 남성성의 원형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여성의 경우 자신 안에 남성성, 혹은 자신이 바라는 남성상에 가까운 것으로 보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떻게 의지를 끌어모으고 나아가는지 그 결을 비춘다.
그래서 나의 화성은 어딨는고 보니 '염소자리'에 있었다. 나의 행성들은 웬만해선 사수자리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거기에 소복이 있다. 그런데 화성은 의외로 염소에 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염소는 굉장히 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묵묵히 가는 스타일이다. 가시적인 결과물을 기어코 만들어낸다. 사수자리에 소복이 모인 그 아이들이 공상과 이상 어드매로 화살을 열심히 쏘아 올리는 동안 현실적인 행동을 하는 애가 하나라도 있으니.. 참으로 귀한 염소다.
캐릭터(화성)+옷(염소자리): 나 이거 기필코 반드시 한다! 굴착기 같은? 여자 (화성이는 화도 원동력이 된다. 분노는 나의 힘)
+무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캐릭터가 곧 무대이기도 하다)
화성이 그날의 무대에 던지는 질문.
0. 나는 어떤 상황에 화가 나는가?
0. 무엇이 화를 일으키는가?
0. 화에 숨은 나의 진짜 욕망은 무엇인가? (이걸 제대로 모르면 굴착기는 의미 없는 땅만 죽으라 판다. 나는 무얼 위해 땅을 파는 것인가?)
+ 욕망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억눌린 혹은 충족이 안 된 욕구를 들여다 봐야 할 수 있다. 그 결핍 안에 빛의 열쇠가 있으니 두려워도 끝까지 파보시길요. 이게 없다면 딱히 화가 날 일도 없겠다.
이 질문을 염두하며 화성 탐사를 떠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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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Egypt Alexandria 탐사를 앞두고>
나는 이집트에 있다. 이집트는 사실 계획에 없던 것이었는데 급작스럽게 제안을 한 친구로 인해 시작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레베카, 스페인 사람이다. 콜롬비아인 남자친구를 만나 구전으로 전해오는 원주민들의 지혜를 전하고 보전하는 단체를 만들고 함께 일한다. 남자 친구를 만났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애도 둘이나 낳았다. 난 나의 집도 없으면서.. 원주민 집을 지어주는데 기부를 했었다. 돈 없다고 징징거려도 이 친구 만나러 갈 돈은 희한하게 생기니 인연인가 보다.
그리하여 그녀와 다소 독특한 멤버들과 함께 한 여행은 칼융이 여럿 오셨네 할 정도로 무의식의 끝을 잡고 지쳐 잠들고 또 일어나 이집트에 지글지글 태양을 쳐다보길 반복한.. 그런 것이었다. 그중 가장 강렬했던 건 '갇혔다'는 감정이었는데, 감옥에 갇히기라도 한 것처럼 좋은 호텔에 있든, 길거리에 서 있든, 식당에 가든, 피라미드에 가든.. 갇혔다.. 에 갇혔다. 뭔가 움직이고 있지만 그 움직임을 제한하는 사건들과 돌발변수들이 막 들이닥치는 거다. 급기야 여정을 기획한 남자마저 혼이 나간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중간에 마음마저 약해서 뜨거운 눈물을 쏟기까지 했다. 심지어 사막에서는 급성 설사.. 가 수시로 들이닥쳐서.. 그는 아주 자주 모래 화장실을 향해 질주를 했다. 누군가는 텐트를 치고 밥을 하고 누군가는 미친 듯 춤을 추었고 누군가는 노래를 했고 누군가는 시를 썼고 누군가는 별을 찍었고 누군가는 화장실을 향해 달렸다.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사막의 밤, 벅찰 정도로 쏟아지는 별을 보았다.
<화성 탐사를 떠난 염소>
혼돈의 카오스였다. 여정 초반 이집트에서 염소는 아주 화가 났다. 일정은 계속 바뀌었고 그야말로 계획이라는 것이 무용지물인 상황 속에 수시로 놓였다. 무리에 있던 인도와 스페인 사람들은 그걸 아주 편하게 바라보았다. 이쯤은 일상다반사 아니겠니. 하는 그런 얼굴은 올라오는 화가 가야 할 길마저 잃게 했다. 소심하게 불만을 표출하던 염소였지만 사실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이것은 반드시 하고 오겠다는 가슴속 사명이 있었다.
그건 염소의 첫 책 '엄마, 나는 걸을게요.'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기증하고 오는 것이었다. (-절판되더라도 거기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염소가 늘 가고 싶었던 곳이다-) 아무도 기증해 달라고 한 적은 없으나 염소는 이 미션을 마음에 너무 깊이 새겼던 나머지 틈만 나면 언제 도서관에 갈 수 있냐고 자꾸 물어댔다. 뚜렷한 일정 없이 계속 호텔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염소는 분통이 터졌다. 염소는 이럴 거면 정확하게 자유시간을 달라고 외쳤다. 염소의 떨리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로비를 가득 울렸고 멤버들은 순진무구한 양처럼 언제 올지 모르는 일정을 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다못한 염소는 무리를 이탈하기로 결심한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커버사진; 화성 아니고, 이집트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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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기원전 3세기 경 건립되어 모든 지혜와 인류문명의 보고로 여겨졌으나 기원후 3-4세기에 걸친 전쟁과 내란 등으로 파괴됨.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국제적 노력(1988년 유네스코는 공식적으로 비블리오테카 알렉산드리나 프로젝트 승인, 여기저기서 기금 모으기 시작)으로 도서관의 현대적 재건이 이루어짐. (2002년 완공)
사라진 도서관에는 수많은 파피루스 두루마리와 문서가 보관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의 저작물, 호메로스의 작품들, 유클리드의 원론, 아르키메데스의 저작들, 히파르코스의 천문학 연구, 과학과 수학 분야의 중요한 문서, 에라토스테네스의 지리학 저작물,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의학서적들, 언어학에 대한 연구자료, 종교와 철학 문서 등 그 범위가 방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