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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Sep 16. 2024

미래를 기억하다 +6+

최금옥 Jade Kilburn

 
세상을 다니며 사람들의 눈을 쳐다본 지 꽤 되었습니다. 이번엔 시즌 3로 부제가 있습니다.

'Remember the Future (미래를 기억하다)' 입니다.

눈이 바라보는 미래를 함께 바라봅니다. 그 가능성의 세계를 지금처럼 바라보아요. 그리고 눈을 마음에 담아 시를 적어 보냅니다. 그들의 우주를 여행하지만 제 안을 여행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연히 만난 눈 속에는 언제나 제가 들어있었으니까요.

저를 구독하시는 분들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내드리는 눈에서 필연의 보석을 보시길 바라며 마음으로 전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크게 울리길 바라며.




이번 눈은 앞선 눈처럼 계획 없이 그야말로 우연히 만났습니다. 스쳐 지나는 눈에게 성함과 기쁨을 여쭌 것이 다였어요. 그리고 직접 만드신 차를 마셨어요. 





최금옥, Jade Kilburn





하얀 옷

고운 얼굴

천진한 기쁨



맑은 눈의 

아이를 본다

자신의 기쁨을 아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기쁜 맛

편안한 맛

자신에게 주는 그 맛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맛이다

가장 귀한 맛



그녀가 내린 잔에 담긴 

그녀의 이름

그걸 맛보니

지금의 기쁨이 깨어난다



아주 처음 세상에 왔을 때

보지 않아도 알았던

수면에 일렁이는

천진한 기쁨

시간을 잊은

우리의 기쁨







"내가 70살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 누군지 모르고 차에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다가 그분이 건네주시는 차를 마셨다. 어떤 섬세한 표현보다 그냥 이 말이 나왔다.


기뻐지는 맛이에요!


바쁜 마음으로 추석 선물을 고르는 중이었는데 일순간 정신이 반짝했다. 아주 찰나의 향과 맛이 데려간 파라다이스다. 예쁜 꽃이 그려진 그 차에는 그린루이보스 바닐라 파라다이스라고 쓰여 있다. 


"거기 그림들 내가 그렸어요."


다시 바라본 그분의 얼굴이 아이처럼 기쁘게 보인다.  


아. 기뻐지는 맛이에요!


나는 또 한 번 외치고 기뻐지는 그 맛을 샀다. 




이건 편안해지는 맛이에요! 


블랜드 23 민들레 차는 배앓이를 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연구하여 만든 차다. 카페인 없이 몸에도 유익한데 차에서 맛있는 커피맛도 날수는 없을까도 고민하셨다고. 세계 산지를 다니고 연구하여 만든 그들의 차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다. 그 사랑은 타인에게도 좋은 맛이 된다. 차에는 그분의 이야기가 흐른다. 많은 설명 없이도 맛과 향, 아름다움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건 그분의 모습에 전부 담겨있다. 

맑은 아이. 기쁜 아이. 그것이 어느 누구와 섞여도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는. 70세의 모습, 내가 보고 싶은 미래를 보았다. 



지금의 눈에게 말씀하신다. 



수고했어


 


내가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나에게 진심으로 이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단순한 이 말에 모든 열정을 다해 뜨겁게 살아온 삶이 보인다. 지금. 가장 빛나는 옥. 금. 옥. 







+ 최금옥, Jade Kilburn, 티뮤지엄 대표, 차 전문가, 그림을 그리는 작가 


책도 곧 나온다고 하셨어요. 궁금합니다. 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요. 






++ 아래 가시면 민들레 차를 만들게 된 이야기가 나와요. 남편 분이신 David 씨가 아내의 배앓이에 좋은 차를 만들려고 대영도서관에 라틴어 레시피까지 찾아 연구하셨다고 하네요. 전 평소에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차에 대해 더 배워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들러보세요. 뿌리향이 부드럽고 구수해요.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네요.


https://teamuseum.co.kr/product/%ED%8B%B0%EB%AE%A4%EC%A7%80%EC%9B%80-%EB%B8%94%EB%9E%9C%EB%93%9C23-%EB%AF%BC%EB%93%A4%EB%A0%88-90g3g-x-30%EC%8A%A4%ED%8B%B1/13/category/44/display/2/ 







0. 제가 고른 그린루이보스 바닐라 파라다이스, 블랜드 23 민들레예요. 민들레에 있는 그림은 Nathalie Lecros 작가가 파리에서 두 부부를 그려준 것이라고 합니다. 예쁘죠! 



00. 두 맛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어요. 

며칠 전에 지인이 감사하게도 초대를 해주어 가게 된 Alain Lefèvre 님의 공연에서 앵콜곡으로 들은 Parfum d’ivresse, 그린루이보스 바닐라 파라다이스 맛 느낌이고요. 그리고 민들레는 요런 느낌이요. Alain Lefèvre, Hélène Mercier – Mathieu: Concertino No. 2, Op. 13: II. Andante. 




>그린루이보스 바닐라 파라다이스 맛

https://www.youtube.com/watch?v=xkbR9PazImg



>블렌드 23 민들레 맛

https://www.youtube.com/watch?v=54mv63pbHPU





추석 연휴 맛나게 보내세요! 

어떤 맛을 보시더라도 자신이 세상에 주고 싶은 맛, 꼭 기억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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