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현 Sep 23. 2024

미래를 기억하다 +7+

사라사이 미경


  
세상을 다니며 사람들의 눈을 쳐다본 지 꽤 되었습니다. 이번엔 시즌 3로 부제가 있습니다.

'Remember the Future (미래를 기억하다)' 입니다.

눈이 바라보는 미래를 함께 바라봅니다. 그 가능성의 세계를 지금처럼 바라보아요. 그리고 눈을 마음에 담아 시를 적어 보냅니다. 그들의 우주를 여행하지만 제 안을 여행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연히 만난 눈 속에는 언제나 제가 들어있었으니까요.

저를 구독하시는 분들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내드리는 눈에서 필연의 보석을 보시길 바라며 마음으로 전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크게 울리길 바라며.



이전 눈의 주인공이 차를 만드시는 분이셨는데 이번에도 저는 눈이 내어주시는 차를 마셨습니다. 차는 어쩐지 내어주시는 분을 닮았어요. 이번 차는 아주 담백하고 온도도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은 차였어요. 마른 입을 촉촉하고 맑게 해 주지만 그 차의 향과 맛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그런 느낌이요. 제 색이 마음대로 들어가도 상관없는 여백에 마음이 물에 풀어진 잉크처럼 흐늘흐늘, 예측불가한 느린 시간 같아요. 아무렇게나 떠다녀도 우스워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요.  




아누락 사라사이(Anurag Sarasai), 김미경





애초에 마르지 않는 것이었어

흐르고 흐르고 흐를 뿐이야

아무리 주어도

채워지는 생명



모두에게 연결되어

흐르고 흘러



뺏고 빼앗기는

그런 개념이 없는

파워뱅크에 접속된 인류

가슴으로 찌릿하게

지나는 에너지



모두가 가져도

계속 샘솟는

풍요

그 안에서

가장 자신답게

존재하는 그것



모든 것이  

그대로

충분하다



사랑이 아닌 것이 없다

존재에 대한 깊은 존경

나는 오늘 그걸 만났다







+ 아누락 사라사이 (Anurag Sarasai), 힌디어인데 사랑의 풍요를 의미한다고 해요. 이 이름을 쓰신 지가 오래되어 본명 대신 이 이름의 뜻을 여쭤보았습니다. 궁금해서 힌디어를 좀 더 찾아보니 Sarasai는 호수나 연못을 의미하는 Saras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하네요. 그것이 풍부함을 나타낸다고 하고요. 이 분의 삶은 사랑 자체에 방점이 있다기보다 마르지 않는 샘, 그 원천에 대한 의문, 대체 어떻게 마르지 않는 것인지 그 본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저는 이번에 티벳탄 펄싱(Tibetan Pulsing)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신체의 자연스러운 에너지 흐름과 맥박을 기반으로 한 치유 기법이에요. 맥박을 통해 의식의 중심을 이동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걸 인체를 통해 서로에게 전할 수 있다니, 뭔가 미래적 의사소통의 방식이 아닐까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인류가 에너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했던 니콜라 테슬라도 생각나고요. 아무리 주어도 내가 고갈되는 방식이 아니라 무한정 공급될 수 있는 그곳이 있다는 개념 자체가 뺏고 빼앗기는 게임 세상에 다른 차원으로 존재하는 느낌입니다.



+++ 오늘의 눈은 사회에서 얻은 '나'가 아닌, 차이 없는 그 본연의 색들이 살아나 움직이는 커뮤니티를 보셨어요. 눈은 그곳에서 사회와 문화에 의해 규정된 것 너머의 자신을 바라보는 힘을 알려주고 계세요. 우리는 애초에 그것이 없으면 이것이 존재할 수 없는 이분법적 세상에 살아가기에 존재 자체로 사실 다 괜찮은 것이다. 를 알기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의 고요한 빛은 제 눈을 그대로 통과하여 지나듯 찌릿한 힘이 있었는데요. 칼날의 서늘함이 아니라 물빛처럼 부드러워요. 자주 깔깔깔 웃는 아이가 되고요. 자신에 대한 허용이 타인에 대한 자비로 이어지는 그 길에 만난 귀한 눈이었습니다.   

  




오늘의 눈은 미래에서 지금의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완벽해서가 아니라 여정 자체에 대한 존경을 보내고 싶어요.
나를 포함한 모든 영혼들에게요.







+ 사라사이(김미경) 님은 티베탄 펄싱, 명상 심리를 가르치고 안내합니다. 생체전기 에너지 변형을 통해 마음과 몸의 치유를 돕습니다. 티벳탄 펄싱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이름에 링크된 주소로 가보세요.


 






여담 <

++ 사라사이 선생님을 만나러 가기 전에 외국에서 인연이 되었던 레이키 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요. 그분이 벨기에 분이세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사람들의 치유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저에게 알려주신 분이신데요. 약초도 알려주시려고 했는데 그건 못 배웠어요. 벌써 수년 전이에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라사이 선생님을 만나는 날 그 근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들른 미술관이 예전에 벨기에 영사관이었더라고요. 재밌죠.  



그곳에서 본 여성상이에요. 당시 흐름이 여성의 신체의 특성을 강조한 관능적 여성상을 만들었다면

권진규 작가님(1922–1973)은 생명력을 강조한 강건한 여성상을 만드셨다고 해요. 작가는 작품을 통해 구조적 본질을 구현하고자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기에 남성성과 여성성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고 해요.



사라사이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문득 땅에 닿는 내 발의 느낌을 느껴보았어요. 더 단단하게 디디고 두려움 없이 걷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권진규의 영원한 집 그리고 아이들이 그린 제 9행성




이전 06화 미래를 기억하다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