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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Oct 13. 2024

작가의 여정

브런치 팝업 전시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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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접속하면 늘 보이는 이 문구. 아주 처음 그러니까 8년 전에는 매우 설렜다. 아무도 안 보고 있어도 여기에 뭔가를 끄적이고 나면 '밖으로 말했다'는 자체에 몸의 모든 세포가 요동치듯 흔들리며 어떤 '감정'을 일으켰다.    

혼자 일기는 써도 딱히 어떤 플랫폼도 이용하고 있지 않던 내게 작가의 호칭을 부여하며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신선한 바람 같았다. 시원하고 다정했다. 내 언어로 숨을 쉴 수 있는, 애정을 가지고 가꿀 수 있는 나만의 작고 예쁜 공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쓴 글보다 회수한 글이 많아지고 이 공간에서 글로 새로운 나를 탐색하는 것이 부끄럽고 싫기도 했다. 소통하는 것이 처음처럼 편안하지 않았고 유명작가도 아니지만 작은 반응에도 자기 검열의 잣대가 확 올라가곤 했다. 나는 왜 쓰려고 했던가. 



이번에 브런치 작가의 여정 <Ways of  writers> 팝업에 다녀왔다. 여기 가니 현재 유명 작가님들의 처음도 기록되어 있었다. 처음 어떤 글을 썼는지. 그리고 지금에서 그때를 바라보는 시선, 그게 나는 가장 흥미로웠다. 



그래서 나도 찾아봤다. 2016년 8월 18일이다. 첫 글. '죽음, 그 의미에 대해서.' '나도 그 길 위에 서다.'라는 나름 비장한 제목의 글 두 개를 포스팅했었다. 2016년은 산티아고 길을 걸어보겠다고 결심한 해였는데 이건 가기 전에 쓴 글이다. 글을 남겼기에 어떻게든 끝까지 다 걸어봐야겠다... 그렇게 다짐은 했던 것 같다. 당시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시야에 뭐라도 써보라고 열어준 이 공간은 아주 소중했다. 나에게 위로를 보내려고 쓴 글들이 그 해 브런치 은상도 받았고 감사하게도 그것이 출판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한 번도 내 인생에서 생각해 보지 못한 그림이었다.  






나의 이야기는 어쩌면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부터 시작했다. 


2016년 나는 경로를 이탈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방황의 시간이 이야기가 되었고

나의 독특한 자취가 남은 길이 되었다. 


그걸 기록할 수 있게 해 준

브런치 고맙다.


나의 찌질함을 막 써댈 때 

묵묵하게 나를 듣고 있던 공간이기도 했다.

너무 묵묵해서 나 혼자 있는 거 아니야 싶기도 했으나

그 침묵의 시간이 또 그런대로 좋았다. 


그때를 고요히 읽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오래된 시간을 어제처럼 추억해 봤다.


그래서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고 

더 자유롭게 쓰고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일의 나는 그렇게 지금의 나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왜 쓰려고 했지에 대한 답이다.








+ 처음은 미약했으나 다들 자신의 이야기를 멋지게 펼치고 계신 작가님들의 걸음이 또 잔잔한 울림이 되었다.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을 찍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반가웠듯 많은 작가님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하실 수 있길 바라며.



++ 브런치에서 작가 카드를 발급해 주었다. 나의 소속이 없어진 세상에서 나를 소개할 문구가 되었던 브런치 작가. 이번엔 곽현. 본명이 적힌 이 카드가 좋다. 나의 이야기를 더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 같다. 



+++ 유튜브로도 구독하고 있는 정혜윤 작가님도 실제 만났다. 그분의 방에 싱잉볼과 스프레이, 원석이 놓여있었다. 뭔가 나의 글쓰기 리추얼 도구 같기도 해서 반가웠다. 그 사이에 놓인 글이 인상적이어서 내 카드를 거기 올려놓고 사진도 찍었다. 그날 전시장에 계셔서 함께 사진도 찍었는데.. 그 사진보다는 거기에 놓인 인상적이었던 글을 대신 올린다. 








사샤 세이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광대무변한 공간과 시간 속 어딘가에 있는 나선형 운하의 조용한 구석에서 별의 둘레를 도는 돌덩이 위에 우리는 산다.


내게는 이 모든 혼돈 속에서 어떻게든 당신이 당신이 되었다는 생각만큼 놀랍고 경이로운 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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