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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민 Aug 31. 2019

진짜 소통, 편지로 만나다

편지문화 칼럼 [2019 대한민국 소통통합 편지쓰기 공모전]


인류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듯이 역사는 항상 반복된다. 나와 다른 이와의 대립과 봉합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성장해왔다. 가끔은 그러한 대립을 통해 과거로 후퇴하기도 하고, 세계대전과 같은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의 역사는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타협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왔다.


 요즘 TV, 신문, 포털사이트에서 연일 쏟아내는 뉴스를 보고 있자면 머리가 지근거린다. 사실 늘 그래왔긴 하지만 특히 요즘은 나와 다른 이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극단적인 말들을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걸 ‘소통’이라고 말한다. 일부 언론 매체 또는 유사 언론 매체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보다는, 서로를 이기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주위를 살피지 않고 메시지를 토해낸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양방향 소통 채널이라 불리는 SNS는 그 정도가 심하다.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실시간으로 다수에게 노출이 되고, 자극적인 표현들이 이슈가 되어 온라인의 곳곳 깊숙한 곳까지 떠돌게 된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나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의지와 다른 이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만 ‘소통’이란 의미에 부합하며, 일방향적 메시지 전달은 소통이라 볼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사회에서 혹자들이 말하는 ‘소통’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를 알고 쓰는지 의심스럽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통‘행위’는 간단해지고 ‘활동’은 활발해졌지만, ‘진짜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온전히 상대방과 뜻이 통하게 한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난제일 수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멀어져만 가는 사회에서는 ‘진짜 소통’은 최고 난이도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통의 ‘기본’이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대면 대화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하면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뿐만 아니라 목소리톤, 표정, 제스처 등 간접적인 표현이 더해져 소통의 근원적인 의미에 가장 가깝게 근접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이 문제이긴 하나 화상 전화와 같은 기술의 발달로 그러한 제약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좋은 소통방법도 즉흥적, 즉시적이어서 다듬어지지 않은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단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편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편지’는 직접 대화나 전화통화, SNS 메시지보다 느리고, 시간의 격차가 있으며, 동시적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 대화 다음으로 가장 좋은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손편지에는 진정성, 신중함,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정성껏 눌러쓰는 행위와 손글씨에서 느낄 수 있는 표현의 진정성, 쓰고 고치기로 반복하며 다시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마침표 하나까지 신경 쓰는 신중함, 그렇게 쓴 편지지를 봉투에 넣어 우편함에 넣고 답장을 받을 때까지의 설렘의 시간이 ‘편지’에 녹아있다. 편지는 대화의 한 방법이란 것을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그리고 소통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확산시킬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도구인 것이다.


 이러한 손편지의 신비한 능력은 오늘날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최근 울산의 한 어촌마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ICT 체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한 통신업체에 손편지로 지역의 어려운 상황과 도움을 요청하는 진심을 적어 보냈다. 이에 감동받은 해당 기업에서 ICT 체험시설을 울산 시골마을까지 내려 보내 학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평소에 할 수 없는 첨단기술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작은 손편지 하나로 큰 기업을 움직이고 마을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전임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손편지를 통해 경험과 조언을 전하는 것이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정상 간 주요 커뮤니케이션으로 편지를 상징적으로 활용하고 언론에 홍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나 경제 문제,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곳곳에서 손편지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렇듯 손으로 쓰는 편지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한 편지의 힘을 빌려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우정사업본부와 한국우편사업진흥원에서는 9월 2일부터 ‘2019 대한민국 편지 쓰기 공모전’을 진행한다. ‘대한민국, 편지로 하나 되다’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모전은 양극화가 심화되어가는 우리 사회 속에서 편지를 쓰며 나와 완전히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보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일깨워주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손편지는 물론, 전자우편이나 모바일로도 편지를 쓸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 등 총 46개의 상이 준비되어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최대 1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말 한마디 건네기도 어려운 요즘, 공모전에 참여하여 편지로 나를 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보면 어떨까?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되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 해당 언론보도 바로가기 (문화일보 2019. 8. 30. 37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83001033711000002

- 원문 바로보기 (한국우편사업진흥원 홈페이지)

   http://www.posa.or.kr/portal/bbs/B0000015/view.do?menuNo=200160&nttId=1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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