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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글이란?

by 시우

나는 날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애쓴다. 안산평생학습관에서 나를 표현하는 맛있는 글쓰기 강의도 한다.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 건 아닌지 싶어 불안하고 초조하여 조금씩 움츠러든다. 글을 쓰면서 견디고 있다. 중점 주제는 인간 감정이다. 일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쓴다. 글 한 토막을 쓰려고 많은 자료를 찾아본다. 글 구성을 먼저 짜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본문을 쓰고 앞뒤 짜깁기하기를 한다. 이 과정이 늘 어렵다. 삶을 떠난 빈 글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은 온데간데없다. 글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 아침 식사하다가 유튜브에서 드라마 OST 노래 검색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싱어게인 3 TOP7 25호 강성희 가수 무대 모아보기 동영상을 봤다. 30분 동안 푹 빠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쓴 글이란 노래처럼 감동을 줄까? 어떤 글이 잘 쓴 글이지. 나는 이런 질문을 왜 한 번도 안 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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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강성희는 〈신촌 블루스〉 팀에서 노래하는 9년 차 가수다. 팀은 유명한데 그곳에서 노래하는 본인은 정작 대중들이 잘 모른다고 한다. 지금까지 팀 이름에 기대서 활동해 왔고, 이제는 팀이 저를 기대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밥상을 차려 놓으면 먹기만 했어요. 나도 이제는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얻고 싶다고 한다.


가수 강성희는 5라운드에서 신중현 작사 작곡, 박인수 노래 〈봄비〉를 편곡해서 불렀다. 이 노래를 듣고 많은 청중이 소름 돋는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김이나 작사가 심사평이다. “제가 단어에 늘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어떤 뜻인지 알겠는데, 그 실체를 모르는 단어들이 몇 개 있어요. 그중 하나가 한(恨)입니다. 한(恨)이라는 게 뭔지는 알겠는데, 그 실체를 잘 모르겠어요. 우리나라 말인데,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전달하려면, 조금 막막해요. 이 무대를 보면서 한(恨)이라는 단어를 완전히 이해했어요. 미루고 외면한 슬픔이 꽉 쌓이면 그게 한이 된다고 느꼈어요. 저에게 문학으로도 아주 충격적인 무대였습니다.”


좀 더 가수 강성희 무대를 따라가보자. 그녀는 파이널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마지막 곡은 이승렬 노래 〈날아〉이다. 처음 들어 본 노래다. 이 노래는 〈미생〉 드라마 OST였다고 한다. 가사는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로 힘든 사람에게 기운을 북돋는 내용이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청중들이 감동하여 눈물을 살며시 훔친다. 백지영 가수 심사평을 들어 보자 “ 저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제일 감사하고, 기쁨이 충만할 때가 있습니다. 노래하는 가수와 감상하는 저가 서로 감정이 딱 맞아떨어질 때입니다. 서로가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저는 그게 가장 감동적이고 듣는 사람으로서 감사한 순간입니다. 오늘 이 무대가 바로 그런 무대였어요. 무대라는 게 가창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 그런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정성을 쏟는 강성희 님 존경하고요. 너무 소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잘 쓴 글이란 어떤 글일까? 가수 강성희 무대를 보고 김이나 작사가가 한(恨) 실체를 깨닫는 것이나, 백지영 가수가 느낀 감정 일체감이나, 청중들이 감동의 눈물을 훔치는 일처럼. 잘 쓴 글이란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걸까?


나는 처음으로 지난날 쓴 글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글 질감을 만져보고 싶어서다. “에게, 이게 뭐지! 넌 왜 이렇게 딱딱하지! 넌 왜 눈만 끔벅끔벅 뜨고 있지! 그래도 넌 제법이네! 넌 향기가 왜 없어! 그동안 난 너에게 감췄던 내 내면을 드러내기도 했고, 슬픔을 위로받기도 했고, 짙은 고독도 주었건만, 너희들은 왜 이렇게 나에게 냉담하니.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행여 남들에게 남루해 보일까 봐, 때깔 나는 옷을 입히려고 용을 썼는데.”


첫 질문을 했다. 그것도 늦게. 그래서 한 조각 주웠다. 글에 질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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