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문

by 조융한삶



비겁하게도 며칠째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온다는 거짓말은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데


잔뜩 비를 쌓아두고서

하늘은 번복을 반복한다


심장이 무거워진만큼

축축해졌고


곰팡이 핀 목숨

글썽이는 오염 속에


이지러진 것은

내 모가지뿐이었다


기적은 표정 없이

입을 닫는다


물렁하게 썩은 혀로

가난한 소문들을 난잡하게 헤집다가


난자하게 도륙된

집단의 무의식을 찾아들었다


육중하게 육박해오는

난감한 비웃음


내가 부서진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은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소문 , 조융

keyword
이전 20화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