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게도 며칠째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온다는 거짓말은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데
잔뜩 비를 쌓아두고서
하늘은 번복을 반복한다
심장이 무거워진만큼
축축해졌고
곰팡이 핀 목숨
글썽이는 오염 속에
이지러진 것은
내 모가지뿐이었다
기적은 표정 없이
입을 닫는다
물렁하게 썩은 혀로
가난한 소문들을 난잡하게 헤집다가
난자하게 도륙된
집단의 무의식을 찾아들었다
육중하게 육박해오는
난감한 비웃음
내가 부서진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은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소문 , 조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