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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는 자

by 조융한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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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신을 믿지 않았으므로

무게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는 무의미함에

내가 짊어진 것들이 가벼워지기를

조금이라도 기도하지 않았다


부조리, 오독, 누명, 무너진 것들

짓물린 비명을 털어놔봤자

그들은 나의 물집을 손톱으로 쥐고서

몰락할 것을 독촉할 적들이었다


산이 바위를 품어야 뫼가 될 수 있듯이

가끔은 숨을 불온하게 들이쉬어야만

작동되지 않는 삶에서라도

영혼이 조금씩 농밀할 수가 있었다


기실 먼저 짓밟히게 된 것은 유감이오나

언젠가 변해버릴 어설픈 것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입을 다물기로 하련다


피투된 채로 세계에서

지난하지만 기투를 헤아려감에

비스듬히라도 왕관을 걸치게 될 것을

반드시 알고 있었으므로


고작 이만큼의 무게 정도는

나는 기꺼이 견디기로 하겠다



왕관을 쓰려는 자, 조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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