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상은 모서리였고
우울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루의 끝을 사랑하면서
나에게 아무도 없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체념이라기보다 적응
실망할 필요조차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가뒀다
구석을 끌어안고 공허의 냄새를 맡았다
소리없이 밤이 오듯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고
나를 잃어버리는 기적
나를 비움으로써 나는 가득해졌다
아득해졌다
꿈속에선 날개가 부러진 소년이
미리내의 비린내를 쫓고 있었다
내가 사는 세상, 조융
# 현대사회 생존자 :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철학으로 살아남는 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