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하길래
나는 그 말을 곧이 믿고서
속도 없이 너를 내 안에 품어버리곤
시간을 매일같이 생각하기를
너가 나의 눈을 봐주고
나를 향해 웃어주는
따위의 시덥잖고도 상기된 상상을 하다보면은
바보같게도 실실
하루가 다 닳도록
계속해서 웃어지게 되더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네다섯 끼가 굶어지고서
몰감각하게도 멍 해있던 머리가
꿈뻑꿈뻑 정신을 뜨게 되더니
그제서야 아,
왜 이리 눈시울이 뜨끈하니 괜시리 울고 싶던지
왜 손마디가 부들부들 떨리며 무섭게 느껴지던지
어디까지가 비참한거고 어디까지가 불쌍한건지
내 천장에 그렸던 너의 빛깔은 그리도 고운 것이었는데
어찌해서 지금 내 몰골은 흑백색으로 그을려 있는 것인지
가질 수 없으니 떠나야 한다는 것을
속 깊이 깊이도 알고도 있으면서도
차라리 착각을 덮고 슥 죽어버리는 게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마음은 이리도 구박하는지
손 끝으로 지극히 앓는 소리를 내본다한들
고작 두 개뿐인 눈동자는 잔잔히 다 부러졌는데
너를 본 지가 오래되어
혼자만 살금 몰래봄을 들킨 것이
누설된 마주침보다, 야윈 절벽보다도
더 가파르고 초라한 마음인건지
해서
나는 슬펐다
상상, 조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