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쉬운일이 하나도 없다.
사춘기가 절정에 치닫던 10대 시절.
그때의 꿈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아니고, 멋진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아니고, 오직 독립 하는 것.
즉 혼자 나만의 공간을 꾸미면서 사는 것이었다.
실제로 예쁜 옷과 연예인을 볼 시간에 나는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며 복층 오피스텔 매물을 보며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하기 힘든것이란걸 깨달은게 스무살.
즉 홀로 사는 것은 곧 혼자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 짓는것을 스스로 해야만 한다는 걸, 그리고 그 모든 것에는 하나 하나 일일이 돈이 든다는 걸 너무 빨리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결혼하기 전까진 (그나저나 결혼할수 있을까...?) 집에 기생충처럼 붙어 살겠다고 다짐을 했지 (..)
그리고 n년 후, 나는 첫 독립을 시작했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2년전에도 해외에 1년동안 산 적이 있었기에 나는 기한이 없는 이번 독립도 잘 할 수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크나큰 오해였으니 (..)
그때는 쉐어하우스 였기에 이런저런 복잡한 절차를 밟을 일도 없었고 늘 방에서 나가면 거실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 산다는 것은 홀로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매물을 보러다니고, 물은 잘 내려가는지 햇빛은 남향인지 등등 일일이 하나하나 체크해야 하는 것이었으며 전기, 가스, 수도 등등 신청부터 요금 납부까지 다 내가 해야하는 것이었고 청소, 빨래, 정리, 밥 짓기 등등 어느 하나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서러웠던 건, 전등을 설치할때였으니 (..)
이 나라는 한국과 다르게 전등값도 드럽게 비싸고 (한화로 20만원을 거뜬히 넘는 전등도 많다) 이사할때 자기가 쓰던 전등도 다 떼간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난 이사 와서 스위치를 눌렀는데 왜 불이 안켜지지? 하고 천장을 보니 아무것도 없다.... 부랴부랴 마트에 가서 무려 10만원을 주고 사왔는데... 맙소사 이 좁은 집은 왜때문에 천장은 드럽게 높은가.... 캐리어와 EMS 6호 박스를 밟고 올라가서 설치를 하려 해도 도저히 안되는 것. 계속 목을 뒤로 꺾어서 설치를 하려 하니 저혈압인 주제에 혈압이 올라갔는지 뒷목이 땡기고 현기증이 와서 결국 다 때려치고 지갑 하나 들고 나왔다. 의자를 사러........ 하하하.
버스를 타고 대형 마트를 가서, 의자를 사고 돌아오는 길엔 젠장 되는 일이 하나도 없지. 비가 내리길래 택시를 타고 돌아와서 (이나라는 택시 요금도 더럽게 비싸!!!) 의자를 폈는데도 손이 닿지도 않는 것. 결국 집에 있던 이삿짐 박스 세개를 깔고 그 위에 의자를 올리고, 목을 뒤로 꺾어서 한 삼십분을 고생한 결과. 불을 켜니 방이 환해진다. 예수님에 의해 고침을 당한 소경이 눈을 떴을때의 심경이 이랬을까....는 무슨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의 힘도 같이 풀린 순간 이런 저런 생각이 다 들면서 서러워서 막 울었다. 무의식적으로 우는 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건지 힘들어서 운적이 일년이 한두번도 안되는데, 이렇게 쉽게 울진 몰랐다 (..)
그리고
어느덧 이사한지 두달이 지났다. 아직도 살림 장만하는건 끝나지 않았지만 (계속 짐을 늘리는건 아니고?;) 매일매일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긴 무슨 정리를 잘 못하는건 100%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결과라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하하 (엄마 미안) 처음 이집에 들어왔을때 아무것도 없어서 정말 쓸쓸했는데 오늘의 내 집을 보고 있으니 이 좁아터진 집을 왜 난 이렇게 하고 살고 있는가 하고 자괴감밖에 느낄수가 없구나 하하하하
여튼 늦은 첫 독립을 통해, 나는 보이진 않지만 조금씩 아주 조오오오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오늘은 아주 조오오오금 이라도 집 정리좀 하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