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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첼라 Mar 31. 2017

해외에 살지만, 한국사람 (+)

그래도 한국인이라

해외에 살면서 한국인으로서 원통한 일만 있었다면, 해외에서 그것도 오지로 분류된 라트비아에서 내가 어떻게 3년을 버틸 수 있었을까? 해외에서 한국인이어서 감사한 순간들도 많았다. 가끔 첫 해외취업을 한국 회사가 아닌 로컬 회사로 했었다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 나는 첫 해외취업을 한국 회사로 했기 때문에 좀 더 배려받고 이해받을 수 있었던 순간이 많았다.


한국인 상사 분도 나에게 업무적으로는 많은 일을 맡기셨지만, 동시에 생활적인 면에서 나를 많이 신경 써주셨다. 가끔 사모님이 한국음식을 해서 전해주시기도 하고, 내가 아프거나 일이 생겼을 때는 여러 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시기도 했다. 


동시에 현지 직원들 또한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다운이 되어 보이면 '혹시 무슨 일이 있니?' 하고 물으며 내 기분을 살펴줬다. 다른 한국인 직원들은 모두 가족과 살고 있었는데 나만 혼자 살고 있는 어린 직원이었어서 그런지 HR 매니저를 비롯해서 몇몇 직원들이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는지 등을 늘 물어봐줬다.


무엇보다 가장 혜택을 본 부분은,

나의 역량에 비해 큰 일들을 많이 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 본부에서 열리는 교육에도 많이 참여하고 또 법인 내 큰 보고를 준비할 때면 상무님, 부장님 그리고 나 3명이서 준비를 하며 보고 내용에 '깊숙이' 참여하여 교육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신입사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혜택이었다.


내가 해외에서의 첫 시작을 한국 기업에서 해서 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또 한국인이라 배려받을 수 있었던 것들이 많았다.


또 한국인 상사분들이라고 해도, 우리가 만난 곳이 해외여서 그런지 나에게 권위의식을 내세우지 않았다.


현지 매니저들은 당연하고, 한국인 상사분들도 나에게 일을 시키거나 / 나의 도움을 받게 될 때 '미안한데...' 하는 말과 '수고했어' 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가끔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에 비해 일의 우선순위가 밀리고 (미안~ 얘꺼 끝내고 네 거 보자ㅜㅜ) 하는.... 그리고 또 가끔 내가 한국인이라 이거 나에게 부탁해! 하는 생각을 했지만... 

또 내가 '한국인 막내'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권위의식을 보이지 않고, 대신 정서적으로는 신경 써주셨던 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다고 느꼈다. 10년 이상 근무한 현지 매니저들이 직접 내 자리에 와서 조심스레 부탁하고 내가 OK 하면 '너무너무 고마워' 하고 가는 그럼 모습을, 내가 한국에서 첫 시작을 했었더라면 볼 수 있었을까? 보기 힘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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