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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첼라 Mar 31. 2017

해외 생활의 힘든 시기 - 인정하기

슬럼프를 인정합니다

해외 생활하면서 슬럼프가 강하게 온 시기에 정말 힘들었다. 

그때 감정을 하나하나 쓰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해외생활 1년을 조금 넘기고 들어간 동생들이 '근데 그때 지나면 괜찮았을 텐데 좀 더 버틸걸 그랬어요'라고 하면 나는 '아니야 잘했어'라고 해준다.

으휴~~너만 힘들어? 버텨야지- 요즘 애들은....이라고 하기에 나는 상대가 얼마나 텅 빈 마음에 허전해했었을지 공감이 가고..

다들 해외 나가고 싶어 하는데 배가 불렀어!라고 하기엔 해외 생활이 핑크빛 환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그렇다.

계속 남는 걸 택했든, 돌아가는 걸 택했든.. 자기가 행복해지기 위해 결정을 내렸으면 어떤 결정이든 용기 있고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잘했다. 진짜로. 그 무엇이든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주변에 돌아간 사람들 얘기를 하니 엄마가 나에게 너는 어떻게 버텼니? 많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겨냈니?라고 물었다.

나는 이겨내지 않았다.
이겨낼 수 있는 슬럼프였으면 슬럼프가 아녔을 것이다.

내가 해외생활에서 가지는 결핍도 사실 채워지지 않았었다. 쉽게 채워질 거라면 내가 결핍이라 느끼지도 않았겠지? 다만 나는 이제 그 결핍에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예전보다 쉽게 돌리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나는 엉엉 울고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다 털어놓고
친구를 만나 술 마시면서 밤새 서로 얘기에 훌쩍거리고
블로그에도 계속해서 힘든 이야기를 하고
어떤 날은 소리 하나 안나는 집에서 고요함을 느끼며 그냥 그 힘든 순간을 정통으로 맞았다.

의젓하게 이겨내지도 않았고, 열심히 살며 슬럼프를 극복한 것도 아니다.

그냥 웅크린 채로 그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렸고 그 시기가 지나갔다.

지나가니 괜찮아졌다. 내가 이겨낸 게 아니라, 지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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