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에서야 시작한 진로 고민
2013년 5월, 당시 막 학기 대학생이던 나는 자소서를 쓰느라 바빴던 다른 동기들과 달리 몸은 편안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나중에 석사, 박사는 꼭 해야지” 하는 부모님의 조언을 귀에 박히듯 듣고 자라서 그런지, 나는 대학 4년을 보내며 진로 고민을 치열하게 하지 않았다.
대학 입학 전까지 한 번도 배워보지 않았던 독일어와 스웨덴어를 전공하게 되면서 부모님은 나에게 졸업 후 ‘지역 전문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쁘지 않은 길 같아 보였고, 그렇게 나는 2학년이 되기도 전에 가고자 하는 길을 정했다고 생각했다. 너무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지역 전문 대학원 석/박사의 길에 의문이 생긴 건 4학년 2학기가 되어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는 동기들을 보면서였다.
‘나는 정말 공부를 더 하고 싶은 걸까? 아빠 말 대로 유럽 지역 전문대학원에 진학해서 배우는 것들이 내가 관심이 있는 것들인가? 졸업 후에 나는 뭘 하게 될까?’ 하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취업 준비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무서웠다. 나는 소위 말하는 ‘취업 자격증’ 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 흔한 영어 스피킹 시험 점수도 없이, 870점 토익 성적이 전부였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고, 또 동시에 바로 대학원에 진학 하자니 확신 없이 긴 공부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 막막했다.
나는 시간을 벌고 싶었다. 독일어, 스웨덴어를 전공하며 독일 교환학생을 1년 다녀왔던 터라 스웨덴에도 한번 나갈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싶었다.
전공자로서 그 나라를 한번 짧게나마 살아보고, 이 나라에 대해 내가 계속 공부를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취준생의 길로 갈 때에도, 또 유럽 지역 전문 대학원을 지원할 때에도 둘 다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스웨덴에서 반년 정도 생활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해외 인턴’이라는 답에 이르렀다.
인턴을 하고 나면, 나중에 취업을 할 때에도 직무 경험으로 도움이 되고, 원래 목표하던 대로 유럽 지역 전문 대학원을 가더라도 현지에서의 생활 경험이 더 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돌아가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