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라트비아의 첫 만남
체코와 라트비아 법인에서 우리 둘의 이력서를 검토한 후 면접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두 자리 모두 기획팀 신입 사원을 뽑는 것이었다. 나는 영업팀에서 인턴을 하며 필요한 최소한의 경영 개념에도 허덕였는데, 경영기획팀의 신입 사원으로 지원을 한다는 게 무서웠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 하나로 면접을 보기로 했다.
체코 법인과 라트비아 법인의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보기 전 나는 ‘만약 붙으면 당연히 체코로 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라트비아’라는 나라는, 스웨덴 법인 관리담당님께서 ‘라트비아 법인이 채용을 한데요.’라고 말한 순간 처음 들어보는 나라였다.
라트비아가 유럽에 있나요…?
하는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나와 라트비아의 첫 만남이었다. 2013년 12월, 이렇게 나는 라트비아를 처음 만났다.
라트비아 법인과의 인터뷰 날짜가 잡혔을 때,
복도를 돌아다니던 나를 당시 인사팀 차장님이 손짓해 불렀다.
학교 선배 이기 시도했던 인사팀 차장님은 나에게 정말로 해외 취업이 하고 싶은지 물었다.
'음..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나에게 차장님은 웃으며, 해외 취업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고 얘기하셨다.
본인도 북유럽에서의 여유로운 삶, 성공한 글로벌 커리어 우먼으로써의 모습을 그리며 스웨덴으로 처음 출국했지만 그 후에 있던 많은 챌린지들 때문에 몇 번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고 했다.
그래서
1) 해외 생활이 너무-너무 하고 싶은 경우, 내가 하루 종일 바게트만 먹어도 파리의 거리만 걸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하는 정도의 마음
2) 한국의 문화가 나와 너무 맞지 않아서 한국을 떠나고 싶은 경우
3) 한국에서 취업이나 다른 길로 하나도 풀릴 것 같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경우
가 아니면 해외 취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에서 일하면서 숱하게 찾아올 여러 힘든 상황들 속에서 '그래 그래도 내가 여기 있어야만 해!' 가 되어야지, 아니 나는 왜 여기에 와서! 가 되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곰곰이 생각했다.
저 위의 3개 중 나에게 해당하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없었다.
그냥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감사합니다.' 한 후 내 자리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