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집이 그리운 캐나다살이
20대 후반인데요. 회사 그만두고 외국에서 잠시 살다와도 될까요?
괜히 왔다.
캐나다에 도착하고 처음 며칠 간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을 해버렸다. 울산 집에서 떠나는 그날을 D-day로 기다리는 마음은 썩 좋지 않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그냥 빨리 부딪쳐버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나는 늘 그랬다. 기다리는 동안의 안절부절못함이 싫어서 무작정 뛰어들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반반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캐나다에 온 지 8일째 되는 날이다. 큰 기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의 남은 생활이 두렵기만 하다. 지금은 그나마 저녁이라 한국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한국) TV 프로를 보고 (한글로) 글을 쓰고 (한글로 된) 책을 읽고 있다. 이만하면 이 생활도 괜찮아. 괜찮을 거야 하고 몇 날 며칠 위로한 결과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뿐이지 여전히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않을(못할) 거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자였던 유럽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호스텔에서 만나는 외국인도 이 곳에 잠시나마 정을 붙이고 살러, 혹은 공부하러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사람 모두 여행자와는 마인드가 다르다. 이방인으로서 배려를 받을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미 이방인들의 천국인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으로 보이는 것조차 힘들다. 그러니 군말 없이 내가 더 잘 알아보고 더 잘 해내야 한다.
20대 초반에 왔다면 뭐가 옳고 그른지 잘 몰랐을 테니 '이게 옳은 거구나. 이런 여유도 있는 거구나' 하고 배울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그동안 내가 누렸던 것들과, 일하면서 가진 습관, 사고 등등 뭐든지 정확하게! 빠릿빠릿하게!를 외쳐온 모든 것들이 짐이 되는 것 같고 깡그리 무시되는 느낌이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하고 싶다. 그런데 그들은 이런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초반 며칠은 스트레스 가득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집을 빨리 구했고 다음 주부터는 규칙적인 학원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그냥 살아보지 뭐- 가 아니라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단 몇 달이라도 여기서 지내는 것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고,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할수록 한국으로 일찍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더 열심히 하겠지. 캐나다에 도착하기 전엔 백 번 천 번 생각해도 나는 이 시점에 캐나다에 가는 게 맞다고 너무나도 이성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를 잘 구슬리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잠시 이성적인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