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잠깐 평화로워진 캐나다살이
진정 평화로운 금요일이다.
밴쿠버에서의 생활도 이제 한달이 지났다.
신기하게도 한달이 거의 다 되어갈 무렵부터 나는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학원 생활도 한 달의 절반 이상을 지나면서 매일 아침 교실 문을 들어가며 Good morning! 하고 밝게 외치는 것도, 장난을 치며 서로에 대해 물어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도 모두 자연스러워졌다. 방과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든든하고 참한 친구가 생기기도 했고.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쌓이는 것도 즐겁다.
학원에서의 일들뿐만 아니라 한식이 먹고 싶을 땐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온 친구를 만나서 한식을 먹으러 가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한달 전 내가 이곳에 왔을 때,
누구 하나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은
떠올리기만 해도 정말 너무나도 달갑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여기도 조금은 살 만한 곳이 되었다.
이렇게 집도 있고 규칙적인 생활도 있고 만날 사람들도 있다.
매일 느끼는 게 있고 배우는 게 있고 써먹을 게 있다는 것이 지적 자극을 준다.
학원 생활이 만족스러웠다는 점이 꽤 크게 작용한 것 같긴 한데,
특히 3주 간 배운 것을 더 열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마지막 주 커리큘럼과 시험. 정말 좋았다.
다만, 다른 이유로 다음 달엔 잠깐 한눈을 팔아 볼 생각이다.
그래서 이 평화로운 안정이 깨지지 않을까 가끔 조마조마한 것만 빼면
지금은 참 아름다운 시간이다.
돌아가서 해야할 것을 걱정해야 할 시기도 아직은 아니거니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연말, 그리고 또 휴가다운 휴가를 맞이할 테니.
이 또한 나의 역사가 되겠지.
내일은 마침 친구가 밴쿠버에 놀러오는 날이다.
낯선 땅에서 그동안 변했거나, 혹은 그대로이거나,
각자의 모습을 궁금해 할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반가워할까-
떳떳하게 이루어놓은 것 하나 없는 20대 후반이지만
이 모든 것이 합해진 이번주는 학원을 가는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만 빼면) 내내 즐거웠다.
걸어가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런 감정으로 지내는 며칠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