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새해를 맞이한 캐나다살이
시원함과 섭섭함이 공존하는 중요한 시기인 연말과 새해를 처음으로 해외에서 보냈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오히려 좋게 느껴져서일까. 한국에서 맞이하는 연말은 적어도 사람 붐비는 시내에만 가면 캐롤도 들을 수 있고 잔뜩 들뜬 사람들의 표정도 구경할 수 있는 왠지 모르게 설레는 시기였다. 한 해를 수고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반가운 선물과도 같은 시기.
더군다나 나는 연말 연예대상, 연기대상과 같은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함께 울고 웃어가며 보는 걸 굉장히 기다리는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작년엔 그 조그마한 기숙사방에 TV도 샀는데, 결국 또 실시간으로 그 기쁨을 함께하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여러모로 기대에는 못 미치는 연말과 새해였다.
워낙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래도 31일에서 1일 넘어가는 시기에는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한국에서라면 그렇게 보냈겠지만) 새로 사귄 한국 친구 둘과 불꽃놀이가 열린다는 캐나다 플레이스에 찾아갔다. 우중충한 날씨 속 이 나라 겨울 거리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모두 집에서 숨어있다 그래도 새해맞이는 하러 온 모양 *_* 그런데... 역시나...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수많은 불꽃축제와는 달리 보일 듯 말듯 한 작은 규모의 불꽃을 간신히 볼 수 있었고, 3. 2. 1. 땡! 하는 그 순간에도 Happy new year! 하고 몇몇이 외치더니 몇 초가 지나니 다시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잠잠해졌다.
적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새해인데 미친 듯 소리 지르고 환호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없다니. 그동안 멀리서 봐오고 기대했던 서양의 모습과는 퍽이나 다른 이 나라의 분위기도 참 신기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조용하고 소박한 행사였다. 질서 정연하고 깔끔한 점은 좋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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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한동안 변화가 없던 내게 큰 변화가 있는 한 해였다. 그래서 한 해를 이렇게 소박하게 마무리하려니 심심한 기분이다. 한국에서와 조금은 다르게 연말을 보내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이제서야 살짝 든다.
그래서 하게 된 새로운 결심 하나!
내년에 다른 어딘가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면,
꼭 빨간색 산타 모자를 쓰고 다니고 싶다.
12월 중순 이후부터 미국에서든 캐나다에서든 길을 가다 보면 산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택시기사도, 중년의 아저씨도, 키 작은 꼬마도 모두 같은 모양의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 그게 아주 즐거워 보였다.
더 이상 눈치 주는 사람들이 없는 지금, 사실 여전히 추운 날씨를 핑계로 노출 과한 옷을 입지도 못하고 뻣뻣한 머릿결을 핑계로 핑크색 염색을 하지도 못하는 나지만, 그래서 난 정말 일탈과 관련된 DNA가 하나도 없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지만, 매사에 조금씩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해봐야지. 귀엽고 부담 없는 산타 모자가 있다면 찌뿌듯한 연말을 좀더 말랑말랑하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아깝다. 이번에 샀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