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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Nov 06. 2023

요양병원에는 별들이 떠난다

부모님이 그려놓은 하늘과 별

<Poem_Story>

광안리해변 쪽으로 운전 중, 차창으로 보는 둥근달이 옅은 밀감빛이다. 이쁘다.

토끼가 계수나무 옆에서 방아를 찧고 있다며 속삭였다.


오늘도 치열한 하루였고 힘들었다. 삶이 그렇지 뭐.

푸념과 한숨은 고된 삶을 다독거려 줬던 부모님 목소리와 토닥임이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 둔 후 아파트 단지 소소한 길을 걸었다.

실핏줄 같은 조명, 수채화 같은 바람이 나무들에 부대낀다.

잎이 붉거나 노래지며 수척해진 나무를 위로하는게지.


오늘 같이 밀감빛 달이 뜨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 고된 하루가 끝이날쯤,

요양병원에서 실핏줄만 한 실리콘 호수에 의존하다 별이 된 어머니가 그립다.

자작나무 작은 가지 같은 어머니의 손을 꽉 쥐며 "먼저 가 있으면 어떻게든 찾아가께, 어서 가..."라며,

눈물을 보였던 아버지마저 보름 뒤 같은 병원에서 어머니를 찾아 별이 된 부부의 애증.


오늘따라 그 별들이 그리운 것은 가을이기 때문이지.




<요양병원에는 별들이 떠난다>

      

우린 뚝 떨어진 별이지

북극성에서도 너무 먼

이곳과 저곳의 거리만큼 쓸쓸하다며,

무리별도 네 옆에 없다며

그리움에 허기져  

늘 뭉쳐 반짝거릴 하늘의 별이 아니더라도

사방무늬 천정에 무심하게 붙인

야광색 별이라도 되고 싶지.


시간마저 등 돌린 하루하루

북적이긴 한데 누구의 만류도 없는

지긋지긋 한 고독마저 위로되는 곳

사계절이 없는 별에 이 몸뚱이 뉘이는 것

마음만 먹는다면 식은 죽 먹기지

흰머리만큼 옅어가는 이승에서의 애착도

비웃어 줄 수 있는 쇠락한 의지들.


하늘과 땅이 사라지고

계절도 사라진 벽 그 높은 벽

알록달록 환자복, 푸른색 작업복이 북새통인데도

어제, 정말 어제일 거야

눈웃음 하고 잠을 청한 고독 같은 내 친구는

밤새, 아무도 모르게 목숨 줄 놓아

이승에서 유언조차 듣지 못한 밤

작별의 인사말도 나누지 못한 밤

이 땅에 빈약한 별 하나 사라진 밤

누구도 죄책감 없는 평온함에

동이 튼 아침은 소리 없이 울었지.


요양병원에는 야광별들이 줄지어 떠나네

어머니 별도, 아버지 별도 떠났지

그 별들이 쉬어 갈 곳

나이 든 삶도 위로받을 곳

천천히 걸어 걸어 은하수로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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