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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Nov 25. 2024

어린이집에 멸치육수로 사랑이 달여진다

잉여시간

<Poem_Story>


어떻게 하면 뱃살을 뺄 수 있을까.


식사량을 줄이는 건 기본, 아침 운동 외에 일상생활에서 한 발이라도 더 많이 걷는 것이 도움 되리라.

그래, 목적지보다 두 정거장 앞에서 지하철을 하차하여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방법이 좋겠다.

하다 보면 습관 되고, 습관이 되면 건강이 좋아지고 뱃살 등 체중도 빠지리라.


목적지인 지하철 동해선 거제역을 두 정거장 앞에서 하차하여, 동래역과 부산교대역 구간 40-50분을 더 걸었다.


걸어보니 점박이 길냥이와 인사를 하고, 아침부터 분주한 사람들의 활력을 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경한 나무와 악수를 하고, 주택 부엌이나 영업을 준비하는 식당에서 내뿜는 맛깔난 냄새와 공기조차도 기쁨 주는 알토랑 시간이다.


부산교육대학교 교정을 걷다 보면 대학캠퍼스의 사계절, 삼삼오오 재잘거리며 초록초록한 학생들의 기운도 느껴졌다.


교정을 지나 사무실 후문 쪽으로 들어오면, 그곳엔 직장어린이집 부엌 창문 사이로 종종 멸치로 우려내는 육수 냄새가 기가 막히다.


잠시 후, 노랑병아리 같은 어린이들이 멸치육수로 우려낸 국이나, 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사랑스러워 웃음이 난다.


그래, 어린이집은 멸치 육수로 사랑이 달여지는 이다.

  





<어린이집에는 멸치육수로 사랑이 달여진다>


목적지보다 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설렘 시간.

기사식당 앞에 두리번거리는 점박이 길냥이와 안녕 인사를 하고,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벚나무와 계절마다 다른 악수를 하고,

익숙하고 낯선 냄새, 공기와 입도 맞춘다.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생기는 관계와 인과관계.  


재잘대는 부산교대 교정을 지나,

청사 뒤 쪽 문을 통해 들어오면 직장어린이집이 있고,

옆길로 지날 때면 부엌에서 뽀글뽀글 아이들 웃음 같은 멸치육수 냄새가 나고,

승냥이처럼 창문을 킁킁대며 나는 웃음.  

 

낯익고 코 익은 멸치육수 냄새는,  

생전에 어머님이 끓여준 수제비에서도 났고,

70세를 넘긴 누나가 시집갈 때 집 마당에 걸쳐둔 가마솥에서도 났고,  

거제도 여행길에서 얼마 전  잔치 국숫집에서도 났던,

추억이 끓여낸 냄새다.


그 냄새에는 웃고 소리치고 손뼉 치고 뛰어놀 아이들이 있고,

작은 키만큼 기운이 빨리 떨어질 때쯤,

선생님이 주는 멸치육수 우린 음식을 받아 들면,

게눈 감추듯 그릇까지 먹어치울 아이들의 무서운 식욕이 우습다. 


내일도 모레도 두 정거장 앞에서 내려,

관계와 관계에게 인사를 하고, 

부산교대 교정을 지나 어린이집 옆 길을 지나칠 것이고,

어린이집 부엌에는 멸치 육수로 달여진 사랑 냄새가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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