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이 필수재로 자리매김한 것은 설레임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내가 잘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안부를 물어오는 데서 받는 설레임.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 세상에 툭 하고 던져진 외로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노신사가, 쭈뼛쭈뼛하면서 카카오톡을 깔아달라고 부탁하던 기억이 난다. 그 눈빛에는 분명 간절함이 있었고, 그 소통을 향한 몸부림은 나이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카카오톡 알람이 나에게 설레임보다 긴장감을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 주말에도, 고등학교 동창의 부친 부고 소식, 회사 직원분의 장인 부고 소식, 그리고, NH 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누군가와의 새로운 만남보다는 아쉬운 이별이 익숙해지고, 인간관계에서 맞이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덜하다. 하지만, 불과 3~4개월 만에 2%의 대출금리가 5.9%로 수직 상승했다는 카카오톡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출금리 인상이 내 생활패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감정이 격해진다.
대한민국 국민의 약 90%는 소비자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급여를 받아 생활하기 때문에 생산자라기보다는 소비자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소비자들에게 금리 인상, 물가 상승과 같은 뉴스는 대게는 악재다. 물론,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부를 축적한 소비자 영역의 사람들도 참 많지만 말이다.
정해진 월급을 쪼개서, 아이들 학원비, (2배 오른) 대출이자, 생필품 구입비, 아파트 관리비, 기름값, 경조사비, 넷플릭스/유튜브 레드 결제비 등을 우선 충당하고 나니, 이번 달도 거의 +- 제로에 수렴한다. 다행히, 2월은 연말정산 환급분이 들어오는 달이다 보니, 가족들과 1~2번 외식은 가능할 것 같다. 가장으로서 아이들과 월 몇 번을 외식할 수 있느냐는 중요한 이슈다. 가장으로서의 위신과 품위유지의 수준은 외식 횟수와 정의 상관관계에 있음이 틀림없다.
어쨌든, 소비자 물가지수의 상승과 금리 인상, 게다가 경기침체와 부동산 거품 경고와 같은 최근의 경제 뉴스는 호모 사피엔스의 심리를 위축시킨다. 당연하게도 소비자들의 외식비용은 줄게 될 것이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질 것이다.
돌우물은 지난 3년간 떡볶이, 짜장면, 커피, 돼지국밥, 냉면, 파스타 같은 식료품을 주 취급 품목으로 삼아 성장해 왔다. 전형적인 소비재 회사였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시국과 맞물리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소비 진작책, 풍부한 자금유동성, 저금리 기조, 배달시장의 폭발적 증가세, 소자본 창업 활성화 등 외부효과의 혜택도 보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급격한 금리 인상, 물가 상승, 이로 인한 투자금융 시장의 위축 등으로 인해,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FNB 사업의 영원한 숙제라 할 수 있는 가맹점과의 파트너십, 상생 경영이 문제다. 가맹점들은 돌우물이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Contents Commerce 역량을 가진 회사임을 믿고 운명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우물은 상표권과 캐릭터 디자인 같은 IP(지적 재산권)를 잘 활용해서 지속적으로 FNB 브랜드를 만들고, 차별성 있는 방법으로 마케팅하여, 3년간 큰 폭으로 늘어난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돌우물은 나처럼 4인 가족의 생계만 책임진다고 그 역할을 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기 때문이다.
돌우물의 임 대표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려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 욕심,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발현되는 방법은 투자 또는 사업, 두 가지다. 이 중에서 임 대표는 사업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리라.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어쩌면, 기업가들은 그 책임감을 과소평가하거나, 애써 외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걱정거리와 고민이 많아지면, 실행이 어려워지는 법이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다.
(단위: 백만 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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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2020년 2021년 2022년(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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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832 3,180 8,100
총자산 232 740 1,500
직원수 3 1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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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우물은 지난 3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더이상 식료품 회사로 한계지을수 없게 되었다. 매출액은 10배, 자산규모는 7~8배 증가했고, 이 시대의 과제인 고용 창출, 특히, 청년 고용 창출 면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최소 100호점 이상의 가맹협력점을 냈으니, 위 표의 내용과는 별개로, 추가로 백여 명 이상의 사업가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창출해 내는 경제적 부가가치까지 합치면 수백억 원은 족히 될 것이다.돌우물은, 그러나, 여전히 규모 면에서, 안정적 성장 기반을 갖추었다거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돌우물 호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별을 보면서, 생존을 위한 항해를 지속하는 중이다.
한 사회(국가)는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괴물로 변하지 않도록, 경제 주체들에게 시대적 소명을 부여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그 한 예다. 1단계로, 기업은 경제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본연의 근원적 역할인 재화(상품,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서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시선을 달리하면, 이는 기업과 기업가들이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요, 우리가 박수를 쳐 줄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책임으로도 볼 수 있다.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시스템이고, 기업은 그 시스템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한 발 떨어져, 객관적 연구자의 입장에 서자면, 돌우물의 지난 3년간 성장은 (박수 쳐 줄 성과임과 동시에) 코로나 시국에 설립된 스타트-업이 시대와 잘 융합하여 경제적 책임을 다한 사례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냉혹한) 현실과 (경영학) 이론 간 괴리감으로 인해 적잖은 사람들은 당황한다)
2단계는, 법적 책임이다.기업은 제때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 회계자료는 투명하게 작성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매출 세금계산서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납부해야 하고, 기업의 모든 매입/매출자료, 입출금 내역은 결산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제조(공사)원가명세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자본변동표, 합계잔액시산표)로 공시되어야 한다. 기업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매입총액이 매출총액을 상회하거나, 인건비 총액이 많은 경우, 부가가치세나 법인세 환급을 받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은 국가재정의 원천, 마르지 않는 샘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기업 본연의 역할임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부담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3단계부터다. 기업의 윤리적 책임이 3단계 책임이다. 제품의 안전성, 환경 경영,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상이 요구된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문화가 성숙하는 등 선진국화되면서 기업경영에도 디테일이 필요해졌다. 돌우물도 이제는 친환경 용기에 음식을 담고, 비건들을 위한 제품을 주문/생산하며, 사회적 약자(청년/여성/장년) 고용에 신경을 쓰는 한편, 영업이익의 1%를 기부금으로 출연하는 등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는 기업의 선한 영향력이 권리가 아닌, 의무인 시대를 살고 있다.
4단계는 자선적 책임이다. 정기적 사회공헌 활동, 문화/교육/체육 등 다양한 활동에 대한 지원사업 등이 그것이다. 윌리엄 워셔, 데이비드 챈들러 같은 학자들은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에 사회적인 책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기업의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이제, 기업은 공공선을 달성하는 것을 기업의 미션 내지는 비전으로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할에 대한 서구 학자들의 연구 과정에 과연, 공공부문, 대기업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까지 염두에 두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당장 이번 달 직원들 급여, 부가세 납부, 4대보험 납부일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큰 부담감을 느끼는 중소/벤처기업 CEO들에게 이와 같은 거대 담론을 논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박사 학위 논문과 몇 편의 학술지 논문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기업인들에게 설문지를 배포, 회수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했던 경험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 예상외의 답변으로 상식을 뒤트는 특별한 논문 따위는 없었다. 짧은 지식이긴 하지만, 아직, 경영학 분야에서 그런 논문을 본 적도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제로 하는 질문들이 대다수이고, 어떤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경향성이 내포된 답변들이 거의 정해져 있다.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설파하는 논문들도 그러할 것이라 감히 예측해 본다. 주관적 설문조사가 아닌, 객관적/정량적 기업 데이터를 토대로 하는 객관적 패널조사 연구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성과라는 타이틀로 Riss 논문검색을 해 보니, 관련 논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논의는 계속 진화하여 CSV*, ESG 경영**이 자본주의 4.0 시대의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아무리 교과서적(학문적)이고, 비현실적이라 하더라도, 전반적인 분위기와 환경은 기업가 입장에서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느새, 돌우물은 수십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으로부터 수억 원의 기업금융을 활용하며, 투자자들로부터 수억 원의 투자를 받아, 우리 사회와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 Creating Shared Value: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의. 하버드대 경영학과 마이클 포터 교수가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발표한 개념임.
** ESG 경영: 친환경 또는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 또는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해야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의.
다만, 임 대표가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는 CSR, CSV, ESG 경영과 같은 소명을 다하기 위한 선한 기업가(청지기, Steward)로서의 의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에 선택한 방법(투자가 아닌 사업)이 지금 같은 큰 부담감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 남의 속도 모르고, 한가한 얘기나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돌우물은 분수령을 맞이했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높은 금리로 인해 금융비용 부담감이 늘었으며, 추가 투자금 유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수적인 경영을 하면 돌우물의 미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단계 더 도약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
다행히 사업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졌다. 돌우물의 사업부는 이제 기존의 외식 유통 부문(FNB) 외에도, 식품 제조 부문, 브랜드 부문 등 세 분야로 늘어났다. 회사의 핵심역량도 기존 식음료 유통/소매에서, 지식재산권/디자인/컨텐츠 창출역량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외형확대를 위해 쏘크라테스 떡볶이, 쌍팔반점, 와드커피 등 기존 가맹점을 확대하기 위한 영업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원재료 매입 단가 인하,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감한 투자로 작년에 경기도 광주에 마련한 공장에서 육가공 제품과 소스류의 생산량을 늘리고,신규거래처에 직접 납품하는 규모를 늘려야 한다. 물류비용 인하를 위해 기존에 거래하던 대기업 측에 명분(대-중소기업 간 상생 경영)과 실리(거래량 증가)도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식품 제조회사, FNB 기업들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B2B 매출을 늘리고, 가맹점 매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자체적인 제품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얼마 전 돌우물은 HACCP* 인증을 받았다. 조그마한 떡볶이 가게로 시작한 회사가(소매업), 1년 후엔 FNB 프랜차이즈 회사로(유통업), 2년 차에는 IP Contents Commerce 회사로(디자인업), 3년 차에는 식품 제조기업으로서의 위상까지 확보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임 대표의 청사진을 듣고 있노라면, 앞으로도 돌우물은 특정한 분야로 한계 지을 수 없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존재가 될 것만 같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다각화되었고, 매출은 급성장했으며, 그사이 의도했던 않았던 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 HACCP: 식품, 축산물의 원료 관리부터 제조, 가공, 조리, 선별, 처리, 포장, 소분, 부관, 유통, 판매의 모든 과정에서 위해한 물질이 식품, 축산물에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각 과정을 확인, 평가하여 식약처에서 인증하여 주는 제도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앞날은 안갯속이다. 올해 들어 첫 번째 예정된 투자자 미팅을 준비하는 임 대표의 목소리에도 초조함이 묻어난다. 어쩌면, 삼십 대의 청년 기업가가 어깨에 짊어지기엔 이미 너무 과중한 부담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세 자금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응원해 주는 것뿐이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R=V×D의 법칙(Realization = Vivid Dream)을 되새겨주면서 말이다.
몇 년 후 돌우물은 CSR, CSV, ESG 경영의 표본으로도 인구에 회자되고, 경영학 논문에서도 언급될 것임은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그 논문은 온전히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단언컨대,돌우물의 미래는 긴장감이 아닌, 설레임(!) 이다.
돌우물의 HACCP 인증서. 3년 새 소매업--> 도매업--> 제조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중이다. 한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