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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요세프 Feb 15. 2023

9. 사업실패 부담감을 줄이는 몇 가지 방법

직업적 소명에 반하는 메시지

  나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한 명도 없다. 6년 동안 총 5개의 학교를 전학 다녔기 때문이다. 지역도 여수, 청주, 대전, 서울 등 전국구다. 남들이 잠든 밤에 트럭에 짐을 싣고, 부모님과 도망치듯 그 동네를 떠났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그때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이제는 안다. 부모님이 하시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임을.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게 힘들어 야반도주도 했던 적도 있다. 다행히, 그 당시는 핸드폰도, 인터넷도,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이라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맘먹고 잠수를 타면), 찾기가 어려웠으리라. 자연스럽게 개인 간 채권-채무가 소멸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 시절을 그리워해야 하나?


  아버지가 그동안 경험했던 직업만 해도 직업 군인, 수산물 유통업, 방앗간, 횟집, 운송업(학원 운전기사), 전업투자자, 무직 등 참 다양하다. 사업(장사)은 하면 망한다는 고정관념이 유년기 나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가재도구에 빨간 압류딱지가 붙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와 한바탕 난리를 치던 기억은, 나에게 회색빛으로 남겨져 있다.  



   

  그런 유년 시절을 보낸 내가, 성인이 된 후 20년간 기업금융 업무를 업으로 삼고 있는 것은 (개인) 역사의 아이러니다. 입사 초기에는 거의 매일 고정관념과 싸우고,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고 되뇌면서 출근하곤 했다. 그사이,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수많은 기업가들의 성공 스토리들을 지켜보며 가치관마저 바뀌었다. 직접 기업을 창업하고, 성장시킬 자신은 없었지만, 필요할 때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날들도 많았다. 그러다가도, 예상치 못했던 사유로 폐업하거나, 고의부도 또는 금융부실이 발생하는 경우를 보면, 이내 원래의 고정관념이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나에게 닥쳐올 정기/특별 감사에 대한 부담감에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되새기면서.   

  

  돌우물의 임 대표를 보면, 정말 대견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유년 시절의 기억과 경험, 가끔 밀려오는 (인간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업은 본래,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통계청에서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기업의 생존율은 1년 64.8%에서 5년 33.8%로 급격히 낮아진다. 음식/숙박업에 주로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생존율은 1년 83.8%, 3년 40.4%, 5년 22.8%로 더욱 낮다. 특히, 2021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소규모 자영업자나 스타트-업의 타격이 더 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활동기업 수는 약 705만 개 정도로, 그중에서 법인기업은 11.2%에 불과하다. 개인기업 비중이 88.8%에 이르고, 대표 1인 기업이나 종업원 2명 미만의 소기업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말 그대로, 자영업자 천지고, 치킨게임의 반복이다. 폐업률/생존율 통계를 보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찔하다.  

    

  2021년 한 해에만 102만 개의 기업이 생겨났고, 76만 개의 기업이 소멸했다. 신기한 건, 그렇게 실질 폐업률이 높고, 사업은 힘들다고 아우성쳐도, 돌우물 같은 스타트-업은 계속 생긴다는 점이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혁신성, 진취성, 위험감수성 같은 기업가정신은 실패의 두려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창업이 없는 사회는 고인 물과 같다. 아이디어와 혁신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국가)는 뒤로 간다. 따라서, 선진국 문화는 창업을 독려한다. 국가는 성실한 사업가의 실패 경험과 그가 남긴 자산이 그대로 사장되지 않고, 재기가 가능하도록 패자부활전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 부분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경제적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있다. 물론, 고의적 부도나 자금 횡령, 사적 편취와 같은 기회주의 행동, 도덕적 해이를 막는 일은 필요하다. 그래도, 재기지원 제도는 필요하다. 

     

  실제로, 다중 채무자의 채무를 탕감하는 동시에, 재창업 자금을 지원해 주는 재창업 지원제도(신용회복위원회), 부실화된 금융채무를 상환해 줌과 동시에 추가 자금을 지원해 주는 재기지원 보증제도(보증기관) 등 몇 정책금융기관 위주로, 재기지원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다행스럽다. 다만, 국고가 이중으로 사용되는 것이기에, 그 심사는 까다로워야 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한 아이템이나 상품/재화/서비스의 부가가치는 높아야 할 것이다.




  창업을 계획 중인 예비 창업가라면, 가급적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을 설립할 것을 권한다. 절차가 다소 번거롭고, 법무사/세무사 비용이 조금 더 든다 해도, 나중을 위해서는 그게 좋다. 법인기업이 세금 측면에서 더 유리함은 앞서 설명한 바 있다. 그 점 외에도, 금융기관 대출금(기업금융)이 필요할 때 [대표자 연대보증 면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연대보증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죽하면,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말이 유행하고, 보증 서지 말자는 가훈도 있었겠는가. 멀리 찾을 필요도 없다. 나의 부모님도 자식 사업하는데 그 정도도 못 도와주냐는 아우성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돈 구경은 해 보지도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세상에 이처럼 억울한 일도 흔치 않다. 다행히, 2010년대 후반부터 정책금융기관들부터 법인기업의 대표자들에 대한 연대보증 면제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쉽게 말해, 법인을 운영하다가 자금이 필요해 기업 대출을 받은 경우, 해당 자금을 사업 용도에 맞게만 사용하면, 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대표자에게는 채무상환 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다.  

   

  반면, 개인사업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 이는 고스란히, 대표자 개인이 상환해야 할 채무가 된다. 법인이 자금차입을 하면, 이는 오로지, 법인의 채무일 뿐이다. 물론, 법인기업이든, 개인사업자든 관계없이 창업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다. 또한, 대부분은 가급적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자본금을 출자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자금을 집행한다. 하지만, 사업은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고, 자금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여 회사를 창업하기 전 사업 아이디어를 주변에 알리고, 그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주주로 모집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주변의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들어 말리는 비즈니스라면, 한 번 더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사업 초기에는 설립자본금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다가, 운영자금이 필요해지면, 정책금융기관(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심사를 통과하면, 정책자금(낮은 금리)을 받음과 동시에 대표자의 연대보증은 면제되기 때문이다. 치킨집, 떡볶이집, 중식당을 오픈하더라도, 법무사(세무사)를 찾아가 법인을 설립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정책금융기관을 찾아간다고 무조건 자금지원이 가능한 건 아니다. 그건, 상식의 영역이다)  

   

  이미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하고 있다면, 세무사와 상의해 법인으로 전환할 것을 추천한다. 당장, 원하는 결과(연대보증 면제)는 얻지 못하더라도, 법인설립 후 1~2년 시간이 지난 후 별다른 특이사항 없다면, 기존 연대보증인에서 제외 가능하다.   

  

  일반 시중은행에서도 대표자 연대보증 면제제도가 활성화되고 있으니, 사업을 시작한다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필수다.




  사업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대부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판매부진이다. 우리가 알고 있거나, 실제 몸담고 있는 비즈니스는 거의 다 레드오션 분야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도, 예기치 못한 외부의 충격(경기침체, 금융위기, 국가적 위기, 전쟁, 역병)이나, 급작스러운 사건 사고(임직원의 배임/횡령/사기, 건강 악화)로 인해 좌절을 겪을 수도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기업가가 어떻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어느 정도 예측을 하더라도, 상황을 통제하거나,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금전적 채무로 고통받는다면, 법무사,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과감하게 기업회생, 개인회생, 신용회복지원, 파산/면책 제도 등을 활용해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한, 투자자/금융회사/매출처/매입처/직원/세무서 등과 금전 문제에 얽히기 마련이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대부분 채권자의 지위로 남지 못하고, 채무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그래도, 하늘을 보면,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법(회생제도)을 제대로 활용하면 된다. 쌍팔년도의 우리 가족처럼 일부러 잠수 탈 필요는 없다.   

   

  채무초과 상태의 법인기업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법인을 청산하는 편이 더 낫다고 평가되는 경우(존속가치<청산가치), 법인의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안분하여 배당하여 주고, 법인은 파산한다. 단, 상환 불가능한 나머지 채무는 면책된다. 물론, 자연 상태의 채무는 남게 되지만, 채권자들이 채무상환을 독촉하거나, 강제로 집행할 수 없다.  

    

  지금의 위기만 극복하면, 나중에 기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더욱 기업회생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회생 신청과 동시에 채권자들의 독촉이 금지되고, 채무상환 계획 및 기업 정상화 안이 마련된 후에는 채권자/주주 집회를 거쳐 [회생계획 인가결정]이 나고, 채무가 대규모로 감면된다. 법인 채무의 대부분은 채권자들의 자본금으로 전환되고(출자전환), 일부 채무만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면 된다. 회생계획안에 따른 변제가 조기에 완료되어 회생절차가 종료되더라도, 잔여 채무는 상환할 필요가 없다.   

  

  참고로, 대법원에서 발표한 통계 월보를 보면, 2021년 한 해 동안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 수는 1,047개,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1,004개에 이른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사업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가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대신 파산을 많이 선택했다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채무초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나 개인개인회생절차를 활용하면 된다. 만약 15억 이상의 채무를 지고 있다면, 과감하게 파산/면책 제도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남은 인생을 모두 채무상환 하는데 보내느니, 법의 힘을 빌려 파산/면책하는 편이 더 낫다. 물론, 고의로 재산을 숨기거나, 남몰래 처분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한 이력이 나오면, 자격 미달이다. 사업 실패를 하더라도, 성실한 실패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향후 취업을 통해 급여소득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거나, 자영업을 지속해 경제적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경우 법원에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된다. 자신의 소득 중 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매월 변제금을 꾸준히 납부하면, 금융채무와 개인채무의 대부분이 면제된다.   

   

  금융채무만 있는 경우 법원에 가는 게 부담된다면, 신용회복위원회에 방문해 신용회복 지원제도를 신청해도 된다. 자신의 소득 중 최저 생계비를 제외하고, 금융회사의 채무를 꾸준히 상환하면, 많게는 원금의 90%까지도 탕감 가능하다.   

    

  물론, 이 모든 제도가 채권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어이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성실하게 금융채무를 상환하고 있는 일반인, 직장인들로부터 역차별 논란이 있기도 하다. 결과의 정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과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기본권리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인간의 기본권, 인격권은 법의 보호를 잘 받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의 흐름이 막히기 때문이다. 늘, 사람과 돈이 문제다. 나는 원재료나 자재 매입대금을 매월 정상적으로 결제해 주는데, 상대는 내가 만들어 판 제품을 받아 가고도 제때 결제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출채권 회수불능 사태, 눈 뜨고 코 베이기다. 이게 심해지면, 소위 말하는 흑자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판매처의 거래 은행에서 내가 받을 외상매출금을 미리 할인하여 결제해 주는 상품(B2B 할인어음, 팩토링 대출)이 있다. 만약, 거래처에서 결제기일(할인어음 만기일)에 자금을 상환(결제)하지 못하면, 상환의무가 나에게 생긴다(상환청구권). 내가 받아야 할 채권을 은행에서 할인하여 미리 받았을 뿐인데, 상대방이 결제하지 못했다고 내가 상환해야 한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부도수표나 어음부도가 이런 경우 아니겠는가. 물론, 폐해가 커서 현재는 당좌수표/어음발행이 거의 없어졌다.

     

  판매처의 대금결제가 걱정되거나, 신규 거래처의 신용이 미심쩍은 경우에는 매출채권보험에 적극 가입하는 것이 좋다. 판매처가 부도나거나, 결제를 지체하는 경우 손해 본 매출채권의 70~80%를 보상받을 수 있다. 몇십만 원 보험료를 아끼느니, 밤에 두 다리 뻗고 편히 자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또한, 최근에는 구매자에게 상환청구를 하지 않는 팩토링 대출도 생겼으니, 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내 잘못도 아닌 일로, 앉아서 당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어느 기업가가, 실패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하겠냐마는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때가 되면, 사실은 이러하노라며 알람을 줄 뿐이다. 신생기업은 5년 이상 살아남기 힘든 것이 팩트다. 그리고, 유비무환이라 했다. 부디, 이번 글이 사업가의 심적 부담감을 낮추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연대보증 제도는 없어지고 있는 추세이니, 법인기업으로 창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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