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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mhappysun May 09. 2022

5일: 따스함이 가득한, 리마

택시 창문을 깨고 가방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걷다가 멋있는 조각과 건물을 발견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잠이 깼다.

맞은편 침대에는 스웨덴 친구가 아직 잠을 자고 있어 그녀가 깨지 않게 살금살금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왔다.


페루, 리마의 숙소는 B&B 형태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의 집이었다.

어젯밤 페루의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어느 동네의 빈티지한 빨간색 식당 앞에 도착했다.

배낭을 메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를 향해 웃는 얼굴의 아주머니가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다가오고 계셨다.

'hola'와 동시에 그녀는 나를 안았고 볼 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한 환대에 얼떨떨해하며 그녀를 따라 작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을 지나 들어간 곳에는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할아버지가 계셨고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서 가족들과 두 번째 인사를 나누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응접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녀의 남편과 마주하고 있었다.

숙소 안내 사항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내가 스페인어를 모른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그와 나 사이에 공백이 생긴 상태였다. 그의 영어는 능숙치 않았고 나도 그러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더 많은 의사소통을 하길 원했나 보다. 아쉬워하는 그의 표정을 보니 1년 전에 산 10 페이지도 보지 않은 스페인어 책이 떠올랐다.


공부 좀 하고 올걸 하는 후회를 하며 그의 안내를 받으며 방으로 향했다.

주방 옆에 놓인 아슬아슬한 철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게스트가 머무는 공간이 나왔다.

3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는 모든 방문을 하나씩 열면서 소개해줬다.

내가 머무를 방도 아닌데 굳이 왜 소개를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의 열정적인 설명에 맞춰 나도 힘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크지 않은 방에 침대가 2개씩 놓여 있었고 이 가족들의 분위기처럼 따뜻함이 풍겨 나왔다.

드디어 내가 이틀간 머물 방의 문이 열렸고 같이 방을 쓸 친구가 손을 흔들며 나를 맞이해줬다.

배낭을 내려놓는 나에게 친구는 어느 나라 출신인지, 어디서 왔는지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케아에서 일한다는 스웨덴 친구는 페루 여행을 마치고 내일 돌아간다고 했다.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나에게 페루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에 대해 극찬하며, 마지막은 이 숙소와 가족들의 따뜻함을 칭찬하며 끝이 났다.


@호스텔의 아침, 타말은 내 취향은 아님
@리마의 버스, 어렵지 않아요.


정성이 가득 담긴 아침 식사를 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오늘의 일정은 시내버스를 타고 박물관에 갔다가 구시가지를 구경하기로 했다.

봉고차 같은 버스는 목적지가 문에 적혀있었다. 버스비는 1솔-약 350원-로 운전기사님에게 드리면 된다. 버스 타기는 미션 같았지만 성공적으로 박물관에 도착.

@박물관이 이렇게 예쁠 일
@박물관 인테리어 취저

박물관은 'museo rafael larco herrera' 라는 곳으로 예쁜 정원과 함께 볼거리가 많다고 해서 찾아왔다.

난 박물관을 좋아하는데 '하나의 나라'가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겪어온 과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내가 기원전 몇 백 년 전에 살았던 누군가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페루 사람들은 왜 이렇게 귀여운지

천, 벽, 그릇과 조각의 그림들이 너무 귀여워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귀여움으로 한 껏 충전하고 꽃과 식물로 가득한 박물관 정원이 너무 예뻐서 박물관의 카페에서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귀여움 가득한, 페루의 박물관
@정원이 너무 예쁨
@정말 예쁨
@마지막까지 예쁨


구시가지는 우버를 불러 택시를 탔는데, 구시가지에 다다르자 기자님이 뒷좌석에 앉은 나를 보며 가방을 좌석 밑에 두라고 말씀하셨다. 지난번 어떤 강도가 창문을 깨고 가방을 훔쳐 간 적도 있다며 구시가지는 강도가 많은 곳이라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주셨다. -스페인어도 못하는 나는, 이 이야기를 기사님의 바디랭귀지로 모두 이해했다. 어쩌면 나는 바디랭귀지 해석 천재?

구시가지는 말 그래도 오래된 시내로 고풍스러운 건축물들로 가득했다.

큰 광장에 위치한 교회에서는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구시가지, 택시 위의 곰인형 데코 하는 리마의 멋


@대성당에서 결혼식 구경
@신나는 결혼식 구경
@나란히 나란히, 경찰 아저씨들


이것저것 구경하며 시내를 걷고 있는데 한 페루비안이 나에게 다가왔다.

왜소한 체구에 안경을 낀, 착하게 생긴 친구는 변호사를 준비 중이고 한국 여행을 갈 거라고 말했다.

오늘 큰 분수쇼가 열리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냐며 제안했다.

곧 어두워질 것 같고 현지인과 함께 하면 무섭지 않을 것 같아서 같이 가보기로 했다.

구시가지에서 걸어서 분수쇼가 열리는 공원에 도착하니 축제 분위기에,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입장료는 4솔, 티켓을 사고 들어가니 또 다른 모습들이 펼쳐졌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으며 놀고 있는 가족들과 푸드 트럭들, 작은 무대에서는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엄청 큰 워터파크였는데 분수가 정말 많았다. 여기저기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엄청났던 분수쇼
@공연도 보고
@페루 친구가 사진도 찍어줬다, 눈에서 레이저 발사

축제 분위기에 들떠 여기저기 구경하며 친구와 함께 구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는 잔디밭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는, 페루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고 더 많은 세상을 보기 위해 아시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여행 가면 만나자며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는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무사히 호스텔에 도착했다.

밤 열 시가 되도록 들어오지 않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호스텔 부부는 나를 보자마자 두 팔 벌려 포옹을 했다.

리마는 정말, 따스한 도시다.


@건축들이 너무 멋졌던, 구시가지 투어 끝 (카메라 보는 사람들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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