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가득한 도시, 리마 만끽하기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의 마지막 날
아마도 한 동안 없을 '도시 생활'을 제대로 만끽하고자 어젯밤 졸린 눈을 비비며 만반의 계획을 세웠다.
나의 도시 감성을 채울 첫 번째 목적지는 마리오 테스티노 박물관이었다.
한국에서도 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는 마리오 테스티노는 페루 출신의 사진작가인데 단독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숙소에서 걸어서 삼십 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라서 동네 산책도 할 겸 걷기 시작했다.
입장료는 5솔, 천오백 원이 안되었다.
패션 사진부터 페루의 전통을 담은 사진, 설치 미술까지 다채롭게 구성된 박물관은 생동감이 가득했다.
"다이애나 왕비"의 전시관도 있었는데 사진 속의 활짝 웃는 그녀와 촬영 때 입었던 드레스가 함께 전시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을 나와 그래피티가 가득한 예술 동네, 바랑코를 향해 다시 걸었다.
걷다 보니 멋진 건축물도 만나고, 바다도 만났다.
주말 나들이를 나온 사람, 서핑하는 사람들로 바다도 거리도 북적북적, 활기가 넘쳤다.
그래피티로 유명한 바랑코의 모든 벽에는, 크고 작은 그림들이 가득했다. 요리조리, 골목골목을 걸으며 전시회를 보는 것처럼 감상했다.
활기찬 사람들 속에서 덩달아 신이 나, 길을 따라 난 상점들을 구경하며 걷는데 계단 옆에서 실 팔찌를 만드는 상점의 한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청년은 핸드메이드 실팔찌를 팔고 있었는데 어디에서 왔냐며 얼마나 머무냐며 이런저런 질문들을 해왔다.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실을 짜는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팔찌가 완성되자 갑자기 나에게 내밀며 선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갑자기? 이래 놓고 강매하려는 수작인가 하며 불신을 가득 않고, 손사례를 쳤지만 손목을 내밀어 보라며 너에게 어울리는 색깔이라며 보라색의 실팔찌를 내밀어 보았다.
그렇게 내 손목에 실팔찌가 채워졌고 청년은 리마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얼떨떨해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청년과 헤어졌다.
지구 반대편, 낯선 이에게 받는 예상치 못한 환영 인사에 앞으로 남은 여행길을 응원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덕인지 조금 두려웠던 리마가, 남미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로컬 버스도 타고 리마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에 가서 바오 라는 음식도 먹고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호스텔로 돌아왔다.
예전에 첫 배낭여행을 시작했던 나라,
인도에 도착한 첫날.
처음 느끼는 습한 공기와 냄새 그리고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택시에서 보았던 늦은 밤 다리 위에서 소, 개와 함께 잠을 자는 사람들을 보고 겁을 덜컥 먹었었다. 친구들과 함께 갔었는데 모두 낯선 환경에 무서워하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12시간 기차를 타고 친구가 아시는 선교사 분을 만나러 갔었다.
선교사 분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3일 정도 지내면서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며 깨달았다.
고아원을 떠날 때는 헤어지기 싫어 아이들과 부둥켜 앉고 대성통곡을 할 정도이었다.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음 에도 불구하고, 낯설고 새로운 환경은 항상 두려운 것 같다.
하지만 며칠만 머물러 보면, 똑같이 사람 사는 곳임을 깨닫는다.
매 번 똑같이 반복하는,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일이다.
침대에 누워 손목에 채워진 실팔찌를 만지작거렸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누군가의 환영이 나의 두려움을 기대감으로 바꾸어 주었다.
내일 떠날 쿠스코는 또 어떤 모습일지 설렘을 가득 앉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