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amhappysun Jun 20. 2022

7일: 남미 오픈 채팅방을 나왔다

쿠스코에서 얻은 "삼겹살 집에서 혼밥 하기" 레벨  

쿠스코, 쿠스코, 쿠스코


마추픽추를 보러 쿠스코로 떠나는 날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비행기는 미리 예매해두었다. 버스로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2달 동안 남미를 여행하기에 시간이 아까우니 돈을 썼다. 2개월이 6개월이 될 줄은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한국에서 계획한 남미 일정은 딱 "쿠스코 비행기 타기"까지였다.

남미 여행책을 두 권이나 읽었지만 거대한 나라의 여행을 계획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다.


늘어져 있던 짐들을 다시 배낭에 차곡차곡 쌓고 방을 나서니 luz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배웅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했을 때와 같이, 두 팔을 벌리고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따뜻한 포옹을 해주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luz 아주머니가 싸준, 직접 만든 파이를 꺼냈다. 파이를 보니, 엉망진창 바디랭귀지와 웃음으로 가득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언어로 정확하게 소통하지 않아도 따뜻한 마음은 전달된다.


직접 만들었다며 챙겨주신 파이, 너무 따뜻한 마음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는 저가 항공 viva air로 425 솔-10 만원 정도-에 예매했다.  

탑승을 위해 모바일 티켓을 내밀었더니 인쇄한 티켓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조건이 있다니!  

난감해하는 표정을 보이니 다음부터는 종이 티켓을 가지고 오라며 수속을 밟아줬다.

남미에서 저가 항공을 탈 때는 꼭 항공권을 프린트 하자는 교훈을 얻었다.


리마에서 쿠스코로 이동하는 비행기 viva air
하늘에서 바라본 베이지한 쿠스코는 정말 베이지했다.


어젯밤 예약한 호스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니 방 배정을 표시하는 칠판에 내 이름을 쓴다.

이름 하나가 쓰였을 뿐인데, 의미 있는 존재가   같은 기분이 든다. 새로운 곳에, 다시 짐을 내려놓고 쿠스코 산책에 나섰다.

좁은 골목길, 돌로 된 거리와 수백 년이 된 건물들,

고대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쿠스코는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이 많아 리마와 달리 안전한 분위기.  


진짜 좋았던 호스텔, Backpacker La Bo'M
고대고대한 느낌
어둑한 거리도 그닥 위험하지 않았던, 쿠스코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곳인데 어떻게 갈지  모르겠고, 우선 오늘은  시간 여행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었다.  

무엇을 먹을까 여행책을 뒤적이고 트립어드바이저를 살펴보다 "카톡 남미 오픈 채팅방"에 입장했다.

여행 정보가 가득한 곳이라고 들었던 그곳에는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있었다.

한국에서 하던 것과 같이 "쿠스코 맛집"을 검색했더니 독보적인 한 식당이 나왔다.

곱창과 비슷한 음식으로 저렴하고 맛있다는 평이 가득했다. 결정을 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기대감을 한 껏 부풀어 식당 앞에 도착했는데,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가지 못했다.

주변엔 아무 상점도 없었고 이 식당만 밝은 빛을 내며 시끌벅적, 북적였는데 모든 소리는 한국어.

식당 안은 삼삼오오 모인 한국인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모든 한국인 여행객들이  식당에 모인  같았다.

혼자 , 한국 여행객인 내가 들어가기에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앞에서 한참을 쭈뼛쭈뼛 거리며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그냥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용기를 내었다.

정말 "한국 삼겹살 집에서 혼밥" 레벨이었다.  

엄청난 한국인 무리에 정신없는 주인아저씨가 혼자 온 나를, 아무도 없는 2층 테이블로 안내해주었다.

오랜만에 한국어를 들으며 한국에 온 기분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오픈 채팅방을 나왔다. 오픈 채팅방은 물론, 블로그와 카페 검색도 멈추기로 했다.

모두 같은 장소에 가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누군가의 여행을 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모르는 곳, 검증되지 않은 곳 모두 괜찮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모두 경험하며 "나 만의 여행"을 하기로 다짐했다.


외로웠지만 맛있었던, 그 저녁


작가의 이전글 6일: 낯선 곳의 두려움은 뒤로 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