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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pnumsa Jul 28. 2022

호텔과 펜션

https://www.yna.co.kr/view/AKR20220726144100505?input=feed_daum


가끔씩 타 지방에 연수를 갈 때 가족 여행을 가게 된다. 아이들 시간만 맞으면 내가 타 지방에 가는 김에 같이 가서 구경을 좀 하고 오는 식이다. 지난 겨울에는 전주에 그렇게 다녀왔다. 운이 좋았는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눈도 구경했다. 이번 여름에는 광주에 그렇게 다녀왔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에게 민주공원은 무리일 것 같아서 동물원과 아시아문화전당을 보고, 많이 추천받았던 담양은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첫째 연아는 이제 초2가 되었다. 학교 생활은 잘하는 것 같은데 뭔가 생각이 많아진 듯하다. 엄마아빠랑 놀러 가도 신나 보이질 않고, 동생이랑 잘 놀다가도 갑자기 퇴행한다. 그래봐야 약간 떼를 쓰는 정도지만, 아마 지난 2년간 부모가 어린 동생만 돌보는 걸 지켜보면서 너무 많이 참은 탓인 듯하다. 전주 여행 때는 안 그랬는데 이번 광주 여행 때는 연아가 몇 번이나 칭얼거려서 아직 아기 대접 받고 싶은 거구나, 하고 있었는데, 호텔 체크아웃할 때 연아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이렇게 가면 어떡해?"

무슨 말인가 들어보니, 이불도 헝클어져 있고 수건이랑 가운도 침대에 걸쳐 두고 베개도, 두 침대의 것들이 한쪽으로 몰려 있어서 제자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그럼 같이 정리할까?"

하고 같이 이불도 개고 베개도 개수 맞춰서 두 침대에 쌓아두고 가운은 옷걸이에 걸어 두고 나오면서,

"이러면 됐지?"

하니까 만족하는 눈치다.

펜션에서는 이불이랑 베개 정리하고 나오는 게 기본이라지만, 호텔에서 그런 적은 처음이다. 우리 애가 다 컸네, 하고 흐뭇한 기분으로 여행을 마쳤는데, 오늘 마침 이런 기사가 떠서 링크해 둔다. 펜션에서 정리 안 하고 퇴실하는 손님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게시물은 종종 봤는데, 그 게시물 속의 사진은 진짜 누가 봐도 심각한 상태였다. 그에 비해 이 기사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 정도면 양호한데?'여서 호텔 직원의 첫 게시물에 공감이 안 됐다.

환경미화원이 청소하는데 옆에 지나가는 청소년들이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면서

"어차피 여기 청소하실 거잖아요?"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 몰랐는데, 저 기사에서도 청소비가 방값에 포함돼 있으니 어질러 놓고 가는 게 당연한 건지, 아니면 방 상태에 따라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건지, 여전히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물질 중심의 사고, 자본주의식 사고는 이렇게 인간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에 무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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