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에게 메시지가 한번 왔는데 이후 연락이 두절되어 찾지 못하고 서로 길이 엇갈려 헤어지고 말았다. 글래시어에서 캐나다와 알래스카로 떠난 후 이곳서 만나기로 했는데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으며 죠수아 국립공원의 중심부로 들어가 살펴보고 길을 떠나기로 했다.
저렇게 완만한 경사지 산이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흙은 씻겨서 내려가고 바위만 남아서 이곳 사막에 암석이 줄지어 선 것인데 그 옛날부터 이곳에서도 기후가 각기 달라서 중심부 광활한 지역은 평지 사막으로 변하고 인근은 저런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이 그려졌다.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변 암벽등반 매니아들을 살펴보며 곳곳을 다녔다.
얼마 전 지나온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많은 암벽등반가에 비해 숫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 이곳이며 수많은 매니아들이 바위를 기어오른다.
먼 곳에는 기어오르는 팀도 있고 기어오르는 팀들이 안간힘을 쓰는 것이 보였다.
정상으로 렌즈를 조준하니 장비를 정리하고 내려올 준비를 하는 팀이 있고 바로 아래서는 여러 팀이 각기 다른 루트로 오르고 있었다.
곳곳에는 중단거리 트레일이 산재한 곳이며 단체로 온 학생이 위주로 구성된 그룹이 하이킹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서부영화에서 말 타고 바위를 지나는 무법자를 향하여 바위에 숨어있던 인디언이 돌도끼를 들고 뛰어내려 덮치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는 장소가 줄줄이 있다.
방울뱀을 조심하라는 경고판이 곳곳에 있지만 무더운 날씨 때문에 반바지 차림으로 태연히 다니는 하이커들이 많았다.
맹 큰 바위가 굴러 떨어져 겹겹이 쌓여있는 곳으로 마구 건너 다녔는데 모래 바위의 특징을 미끄럽지 않아서 위험이 적고 옛날부터 자리를 잘 잡고 있는 바위들이라서 갑자기 꺼지고 무너지는 위험성은 없다.
트레일이 얼마나 있을까 했는데 곳곳에 널렸고 몇 마일씩 뙤약볕을 걷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주차장에서 멀리 올라왔으며 바위를 넘어도 되고 트레일로 안전하게 걸어도 되는 곳이며 이곳에도 빅혼 산양이 서식하고 있으므로 메마른 사막에도 이리 와 늑대 그리고 아메리카 라이언도 서식하는 조건이 되는 곳이다.
맹수는 낮에는 자고 밤이면 사냥을 하러 다니는데 어둠이 밀려오기 전 산양과 염소는 바위 꼭대기로 올라가 밤을 지새우지만 맹수의 치밀함에 의해 먹이로 사라지는 산양이 다수 있을 것인데 물이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체격이 큰 짐승이 사는 것이 놀랍다. 어딘가 그들만이 아는 샘이 있을 것이고 사막의 기후라서 해가지면서 급격히 낮아지는 기온에 식물에 다량의 이슬이 맺히는데 그것이 수분 섭취의 주요 수단이다.
크고 작은 기묘한 바위산이 많아서 하이킹에 운치가 있었고 죠수아 나무 사이로 다니며 각종 사막의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저편의 산은 얼마큼 시간이 흘러야 바위만 남을지 측량할 수 없으나 지금 이대로 기후는 멈추지 않고 언제나 변하는 것이라서 이곳이 눈비가 오는 기후로 바뀌는 먼 훗날에 저편의 산맥도 평지로 바뀌는 날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라스 베가스 서남쪽 인근 사막에도 죠수아 나무가 널렸는데 이곳처럼 큰 나무가 아니고 숫적으로도 상대가 안 되는 곳으로 이곳을 죠수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전체적인 곳을 살펴보지 못했으나 이제 첫발을 이곳에 디뎠으니 동서남북을 오가는 때에 해마다 올 수 있는 곳이라서 미련을 둘 필요가 없었고 Twenty Nine Palms 마을로 내려가서 동쪽으로 떠나기로 했다.
62번 도로 동쪽으로 무인지대 사막을 92 마일 달리면 95번 도로가 나오는 Vidal Junction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Needle 마을로 북으로 가서 유타주 자이언 캐년으로 가서 콜로라도 록키산맥으로 갈까 생각하지만 나의 여행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가기 때문에 목적지는 아예 없어야 한다.
럭비공을 땅에 던지면 제멋대로 튀어 방향을 예측할 수 없고 개구리도 놀라게 하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전혀 안된다. 그래서 항상 나의 여행은 럭비공이며 개구리 점프와 메뚜기가 튀듯이 나 자신도 앞길을 예측할 수 없다.
92 마일 (400리)을 가야 하는데 주유소도 없고 아예 인적이 없는 곳이라서 연료계를 보니 200 마일은 달릴 수 있어서 동쪽의 사막길로 출발하였다.
사막은 평지가 아닌 굴곡진 곳이 많아서 파도타기처럼 길이 만들어지는데 위아래로 심하게 출렁거리며 달리는데 인적도 없고 물도 없는 사막길을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가 있었다.
굴곡이 심해서 낮은 곳에서는 자전거가 보이지 않으므로 깃발을 높이 달아서 위험을 알리는 표식을 하고 그는 달렸으며 도중에 사막의 풀숲에 들어가 작은 천막을 펼치고 휴식하면서 잠이 들겠으나 대륙의 여행자 포스가 풍기는 사람이었다.
300 리 가량 달리는데 철조망에 신발이 주렁주렁 달린 곳이 나와서 되돌아와서 멈추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기념으로 철조망에 다양한 신발을 걸어놓는 장소이며 대륙의 사막길에 이런 곳이 상당히 많다. 헌것을 걸어놓고 떠나는 사람도 있겠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신을만한 것이 상당수였고 바닥에 떨어진 것은 세월이 지나 신발끈이 낡아서 떨어진 것이다.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사막에서도 다양한 신을 걸어서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며 다닌다.
땅에 떨어진 것을 합하면 족히 수만 켤레는 되는데 이곳의 지명은 Rice Shoe Fence이며 구글 지도에서 찾으면 나온다.
옛날에는 이곳에 기차 정류장이 있었고 주유소로 보이는 폐허가 된 상점 건물도 있는데 지금은 인적이 전혀 없는 곳이고 원래 있었던 철조망에 누군가 신을 걸어놓기 시작한 이후로 수만 명 나그네들의 추억이 쌓인 곳이 되었다.
신발이 필요한 사람은 이곳에 가면 원하는 사이즈를 찾을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엄청나게 많은 곳이다.
어쩌다 피곤한 운전자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빈터이며 인적도 없고 물기도 전혀 없는 광활하고 삭막한 사막을 달릴 때 웃음 짓게 만드는 추억의 장소다.
바이달 사거리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저물었으며 저편에는 아리조나에서 오는 차량을 검사하는 검문소가 있는데 외부에서 농산물에 묻어 들어오는 해충과 전염병 반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캘리포니아 주 당국의 정책이며 모든 식물은 캘리포니아 주로 반입이 차단된다.
이곳 주유소에 당나라 민족이 잠시 정차한 모습이 보였고 그들은 조슈아에서 이곳에 도착하고 니들 마을로 가서 자고 그랜드 캐년과 라스베가스 등을 다니다 엘에이로 되돌아 가는 일주일이 소용되는 노선으로 보인다.
주유소 길 건너에 축구장 여러 개 만들 수 있는 빈터가 있어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곳을 살펴서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을 꺼내어 흙바닥에 놓고 음식을 만들었고 오늘의 하루는 이렇게 지났다.
미국의 차량이 큰 것이 궁금한 독자의 생각이 나서 길 건너 주유소에 멈춘 픽업트럭을 조준하였고 뒤에 매단 캠프 하우스 크기를 보면 왜 미국의 대륙을 달리는 차량이 커야 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크고 작은 트레일러를 달고 어느 때는 짐을 싣고 다니는 픽업트럭은 한국 군대에서 지금도 사용하는 (쓰리 쿼터) 크기지만 배기량은 작으면 5300 cc 이며 큰 것은 6800 cc 까지 다양하다.
위의 차량 (한국 군대의 분대용 군용 차량은 원래 민수용 픽업트럭으로 사용하는 것을 미군이 군용으로 변형해서 잠시 사용하였고 이후 한국군 차량으로 고착화되어 분대 전술차량이 된 것으로 미국 군대에서 없어진 지 50여 년 되었고 한국군에서도 차츰 퇴역하는 것이다.)
지난번 네바다 알칼리 온천에서 만난 스캇의 차는 두 개의 슈퍼차저가 있으니 10'000 cc 엔진보다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미국의 차량이 보편적으로 큰 것은 대륙을 다니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만든 대륙형 차량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