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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 Mar 27. 2023

낳을까 말까

D-40

세번째 아이가 내게 찾아왔다는 사실을 매우 일찍 알았다. 조절할 수 없이 쏟아지는 잠과 자꾸만 사탕을 먹게 되는 쓴 입맛. 그리고 미친 듯이 늘어가는 체중을 보면서 노화가 시작되는 마흔에 사춘기에 겪었던 성장의 징후를 보면서 나의 몸에서 무언가가 성장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신을 알고 병원에 갔을 때부터 주수에 비해 아이의 존재가 너무 또렷해, 일찌감치 분명하게 자리잡은 태아를 보면서 어쩌면 아이 역시 나에게 오려고 기다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아이가 어쩌다 생긴거라고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초반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임밍아웃을 하지 않았다. 출산을 꺼리는 이 사회에서 마흔이라는 나이에 그것도 첫째와 일곱 살이나 차이나는 늦둥이를 가진것에 마치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한 미련한 여자라고 생각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 그의 존재를 어찌 하룻밤의 실수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이 늦은 임신을 수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심지어 사주팔자까지 보면서 고민했다. 내가 세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이 옳은건가? 하는 이 인생 일대의 중요한 결정은 친구도, 엄마도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신만이 관장하시는.... 그리고 아이의 아빠와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의 건강만 허락된다면 낳고 싶어했으므로(신혼때 딩크를 원하던 신랑은 어디 갔을까요) 나는 정말 신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신이시여!!! 저 진짜 셋째를 가져도 되는 겁니까?” 수도 없이 물었다.

지금에야 하는 이야기지만 그 때 본 사주에 내게 올해는 임신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육아보다는 일에 더 전념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왔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한달도 안되어 생긴 아이를 생각하면 어쩌면 나는 내 운명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나는 매우 설레고 행복했다. 드디어 길고 긴 고민이 끝나기도 했고 다시 젖냄새 나는 아이를 안아볼 수 있다는 사실에 미치도록 행복했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원함에 있어 이렇게 쉽고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그 고민을 한다는 거 자체가 아이에 대한 갈망이 있는 사람들이므로 건강이 허락할 때, 한 살 이라도 어릴 때 임신과 출산을 하시라고 말이다.

무언가를 알게 되면 하기 힘든게 결혼과 출산이라고... 멋모를 때 결혼하고 멋모를 때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무언가를 아는 나이에 결혼을 하고 무언가를 아는 나이에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면 분명히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사실 첫째 둘째를 가질때만해도 이렇게 내가 부모가 되어 한 아이를 키운다는것에 이렇게 큰 의미부여를 했던가 싶다. 세상에 한 인간의 삶을 부여하는 일.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반반 닮은 예쁜 아이들을 낳아 이 아이들의 행복을 빌며 희생하는 일.

아이들을 통해 세상의 희노애락을 느끼며 사랑하는 남자와 이 힘든 세상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일. 이 모든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하루하루 온갖 감각으로 느끼며 살게 된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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