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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r 21. 2020

생체리듬이 깨졌다는 일곱 가지 신호

수면 시간을 서서히 조절해야 하는 이유

이상하게 요새 소화가 잘 안되네.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아까 배고프다면서
허겁지겁 먹더니 체한 거 아냐?



 맞다. 점심을 제때 챙겨먹지 못해 배가 너무 고팠다. 제때 섭취하지 못한 칼로리만큼 빨리 먹어치우고 싶었다. 그래서 씹지도 않고 급하게 삼켰다. 결국 체했다. 가스x명수를 한 병 마시고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찔렀다. 겨우 괜찮아졌다. 나 스스로를 한심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깟 식욕 하나를 주체하지 못해서 체하다니.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먹었다면 바늘 상자에서 바늘을 꺼내 손을 따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급하면 체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똑같다. 너무 급하게 일찍 일어나려하면 우리 몸이 체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의지의 문제로 여기는 것 같다. 일찍 일어나겠다고 다짐만 하면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는 일찍 일어나고 싶은 만큼 일찍 잠들면 당연히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12시에 잠들어 7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일찍 일어나는 거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지 않아? 일찍 자면 당연히 일찍 일어날 수 있지. 내가 보통 일곱 시간씩 자니까 내일은 10시에 자서 5시에 일어나는 거 보여줄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 중에 열에 다섯은 평소처럼 7시에 일어난다. 나머지 다섯 중의 넷은 알람 끄고 다시 잔다. 마지막 한 명은 5시에 일어나는 걸 성공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비몽사몽 좀비가 된다. 





의지보다 중요한 생체리듬


 우리는 보통 평소에 자던 시간만 지킨다면 수면 시간을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단순한 접근법으로 일찍 일어나는 것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우리 뇌 속에 들어있는 조그만 원뿔 모양의 시교차 상핵(SCN:SupraChiasmatic Nucleus) 때문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시교차 상핵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집합체가 있다. 시교차 상핵은 대뇌의 아래쪽 시상 하부에 속에는 친구인데 우리 몸의 생체 리듬과 호르몬의 활동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의 두 눈 사이 시신경이 교차하는 곳이 시교차 상핵이 있는 곳이다.


출처 : wikimedia


 시교차 상핵은 하루 24시간 동안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을 시간에 맞춰 작동하는 것을 도와준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눈을 뜨게 되는 것, 낮에 음식을 먹고 소화시킬 수 있는 것, 저녁이 되면 잠이 오는 것. 이 모든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시교차 상핵이 생체 리듬을 컨트롤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평소보다 두 세 시간 빨리 일어나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시교차 상핵이 고장 난다. 이는 생체 리듬 조절의 문제로 연결된다. 생체 리듬이 깨지면 보통 이런 문제들이 생긴다.


 하나, 갑작스럽게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진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면 새벽 두 시다. 그리고 다시 자려고 해도 쉽사리 잠들기 어렵다.  


 둘, 반대로 새벽 두 시가 되어도 눈이 말똥말똥하고 전혀 졸리지 않는다. 

네 다섯 시 정도가 되어야만 잠이 온다. 그 시간에 잠들었다가 오후 두 시가 되면 눈이 떠진다. 밤낮이 뒤 바뀌어 버린 것이다.


 셋, 낮에도 졸린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가 시차적응이 안되던 그 때를 떠올려보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졸리지 않았던가?


 넷, 쉽게 피곤해진다. 

시교차 상핵의 고장을 가장 많이 느끼는 사람 중에 하나는 ‘육아 맘’, ‘육아 대디’들이다. 신생아들은 아직까지 밤낮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밤에도 수시로 일어난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을 직장에서 보면 대게 낮에는 거의 좀비나 다름없다. 내 몸과 피곤이 하나로 합쳐져 버린다.



 다섯, 집중력이 떨어진다. 

너무나 당연하다.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007 시리즈에 출연하는 제임스 본드 밖에 없다. 집중력 하락과 더불어 판단력도 떨어진다. 


 여섯, 소화가 잘 안 된다. 

우리 몸에는 시교차 상핵 이외에도 많은 생체 시계들이 있다. 과학기자 출신의 저술가 앨런 버딕은 그의 책 『시간은 왜 흘러가는가』(엑스오북스)에서 시교차 상핵 이외에 우리 몸속의 많은 세포들도 나름대로의 주기에 맞춰 활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심장, 위, 장, 간, 허파 이런 우리 몸 속 기관들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위와 장이 운동을 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이게 고장나버리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일곱, 쉽게 짜증이 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만족스러운 수면을 하지 못했을 경우 가장 빈번하게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잠을 많이 못 잤을 때 별 일 아닌 일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경험. 다들 공감하는 증상일 것이다.



 이 밖에도 두통, 현기증, 기억력 감퇴 등 생체 리듬이 깨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은 수도 없이 많다. 생체 리듬을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아침 기상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적당히 욕심 부리면서 시간을 당겨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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