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기상' 하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한 가지
10초가 3600초가 되는 마법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알람 소리를 확인하고 침대에서 눈을 뜨는데 까지는 성공한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데 알람을 몇 개 맞추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차이가 조금은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주변 사람들 중에 적게는 두 개에서 많게는 열 두 개의 알람을 맞춰 두는 이도 있다.) 자,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그 다음 해결해야할 문제는 뜬 눈이 달려있는 몸을 이불 밖으로 어떻게 꺼내느냐다. 물론 이불 밖이 위험하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려면 이 위험한 이불 밖으로 나와야만 한다. 우리가 이불 밖으로 나오는데 실패하게 되는 것은 보통 이런 과정을 따른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어젯밤 맞춰뒀던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스마트폰의 알람을 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근데 10초만 있다가 일어나야지.” 분명히 10초만 있다 일어날 계획이었는데 눈을 떠보면 한 시간이 지나있다. 신기한 일이다. 내 머리와 몸은 10초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의 시계는 3600초가 되어버렸다. 드디어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된 것인가? 이제 호그와트 신입생 원서만 쓰면 될까?
사실 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는 이 10초 사이에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을 꿈꿨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10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무너졌다. 물론 자신에게 보다 너그러운 사람들은 10초가 아니라 3분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3분만 더 자자며 눈을 감는 순간 3분이 20번 흘러 60분이 된다.
10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어젯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자기도 했고, 어제는 유난히 직장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퇴근 후 들렸던 피트니트 클럽이나 필라테스 센터에서 운동을 빡세게 하는 바람에 몸에 근육통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그밖에도 어제는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많았던 하루였다. 10초만 더 잘 수 있는 선택권을 나 자신에게 줄 이유는 언제나 충분하다. 아니,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라고 이런 이유가 없을까? 그들도 나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나와 같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일의 비중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것들을 모두 참으면서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더 자고 싶은 욕구를 막아낼 수 있는 굳은 의지 때문에? 자기 앞을 가로막는 모든 이유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어두컴컴한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다들 선천적으로 독한 DNA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일까? 그들은 정말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머쥔 투사들이기 때문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탄탄한 의지력과 극도의 자제력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일까?
흔히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강한 의지력의 소유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수면욕을 참아내는 지독히도 금욕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내가 내일 일찍 못 일어나면 나 자신에게 지는 거야.”, “30분 더 자고 싶지만 나의 미래를 위해서 참고 일찍 일어나야지.”와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달고 다닐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꽉 깨물며 노력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들의 상상일지도 모른다.
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인 서던캘리포이나대학교 심리학과 웬디 우드(Wendy wood)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좋은 습관을 가진 이들은 결코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건강한 음식을 먹고, 해로운 음식을 멀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은 ‘별 생각 없이 그 일을 한다는 것’이다.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전공 관련 서적을 읽는다는 지인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어요?” 그는 대답하기를 주저하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냥 일어나는 것 같은데?”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무려 5년 동안 새벽 수영을 다니는 친구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해봤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냥 알람 울리면 일어나서 옷 챙겨 입고 현관문 여는 거지. 특별한 방법 같은 건 없는 거 같은데?”
이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일어난다. 마치 일어나는 기계가 된 것 마냥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며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이라고 하면 특별한 고민이나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자동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차이라고 하면 그것뿐이다. 그들과 달리 우리는 자질구레한 이유와 생각이 너무 많다.
‘피겨 여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한 사람,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선수의 훈련 현장에 찾아간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다.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 하세요?”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김연아 선수가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을 때도 MC 강호동이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세 바퀴 공중에서 돌 때 무슨 생각을 하세요?” 김연아 선수는 잠시 동안 골똘히 생각하더니 “뭔가를 생각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아닌가요?”라고 대답했다.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연습을 반복했던 그녀는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초로 올포디움(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내에 입상하는 것을 일컫는 말)을 달성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몰라요. 날짜도 모르구요. 전 그냥 수영만 해요.” 120년이 넘는 올림픽의 역사를 바꿔버린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남긴 말이다. 그는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보유하고 있는 그야말로 넘사벽의 선수다. 마이클 펠프스가 이처럼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물론 수영에 적합한 신체 조건을 타고 난 것도 있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노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펠프스라고 매일 아침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구는 게 즐겁기만 했을까? “어제도 늦게까지 연습했는데 오늘은 조금 더 자고 점심 때 부터 연습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물론 생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에너지를 쏟으려 하기보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수영장에서 같은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갔을 것이다. 생각의 무중력 상태로 연습하는 것을 자동화했기 때문에 수영의 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앞으로는 아침형 인간들에게 “아침에 어떻게 일찍 일어날 수 있어요?”라고 묻지 말자. 이렇게 묻더라도 그 사람들은 대답할 수 없다. 왜? 그들이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웬디 우드 교수의 주장처럼 ‘자동화의 원리’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연아 선수나, 마이클 펠프스 선수처럼 별 다른 생각 없이 ‘그냥’ 일어나는 거다. 이렇게 그냥 일어나는 게 하루하루 반복 되다보면 어느새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 자신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쥐어짜낼 필요도 없다. ‘그냥’ 일어나면 된다. 이게 바로 그들이 ‘칼기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