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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r 13. 2020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아줄 특급 비법

일찍 일어나는 것과 자신감의 상관관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근거 없는 믿음 중 하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해지고, 부유해지고, 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더 많은 부를 가져다준다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2013년 6월, Why do we sleep?(우리는 왜 잠을 잘까요?)이라는 TED 강연에서 신경과학자 러셀 포스터(Russell Foster)가 한 말이다. 대한민국에 ‘아침형 인간’의 열풍을 불러왔던 일본의 의사 사이쇼 히로시의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에서 이야기했던 내용과 정확히 대치되는 내용이다.


 사실 이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진짜 이유는 그 다음 발언 때문이다. 이 발언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래서 러셀 포스터의 TED 강연 자체는 한국에서 그리 많이 공유되지 않았지만 이 발언과 관련된 서 너 장의 캡처사진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출처 : Ted.com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우쭐댄다?


"In my experience, the only difference between morning people and evening people is that those people that get up in the morning early are just horribly smug."


“제 경험상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처음 봤을 때 무릎을 탁 치고 공감했다. “저는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해요.”라고 말하던 직장 동료의 우쭐대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삼 년간 매일 아침 6시 새벽 수영을 다닌다며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맞다. 내 주변에서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쭐댔다. 러셀 포스터는 세상의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그의 통찰력에 감동했다. 20분이 넘는 그의 TED 강연 중 이정도로 임팩트 있는 부분은 없었다.


출처 : Ted.com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우쭐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일까? 대한민국에 사는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영국에 사는 러셀 포스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Why do we sleep?’이라는 TED 강연에서 러셀 포스터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대중들은 환호하며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영국인, 미국인, 유럽인, 한국인 할 것 없이 세상의 모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우쭐대는 이유는 그 무엇일까? 



그들이 우쭐대는 두 가지 이유


 한국어로 ‘우쭐대다’는 영어 단어로 smug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의기양양해하며 뽐낸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감이 넘쳐흐른다는 것이다. 그들이 도대체 왜 자신감이 넘치게 된 것인가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봤다. 물론 이런 생각들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다. 


 하나.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데시(Edward L. Deci)는 사람이 건강하게 생존해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자율성은 내가 원하는 것을 외부의 압력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욕구다. 유능성은 나 스스로가 유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다. 관계성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안정감을 추구하려는 욕구다. 이 세 가지 욕구들이 충족되면 사람들은 동기부여 된다는 게 에드워드 데시의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라는 가설과 관계되는 것은 자율성이다. 이른 새벽 시간에 하게 되는 행동들은 오롯이 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책을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이 모든 것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자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한 마디로 자율성이 부여된 행동이란 의미다. 


 자, 한 번 상상해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끝마친 뒤 내 기분 상태를. 소소한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런 기분을 느낄 때 뇌 속에서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얻어진 안정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주는 게 아닐까?


 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약속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약속은 지키기보다 깨뜨리기가 쉽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깨기 쉬운 약속은 무엇일까? 바로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이 약속은 잘 지켰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해줄 사람도, 안 지켰다고 비난할 사람도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과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일 아침 내가 일어나고자 했던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은 나 자신과의 약속을 꾸준하게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매일 아침을 맞이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아, 오늘도 나와의 약속을 지켰구나. 또 해냈다.”


 스스로가 약속을 잘 지키는 존재라는 사실을 매일 아침,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에드워드 데시가 말했던 유능감에 해당한다. 이런 유능감은 목표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성취감과 연결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작은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쌓아갈 수 있다. 유능감과 성취감은 자신감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어쨌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이상하리만큼 내 주변에는 자신감 충만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


 직장 동료 A는 어느 날 갑자기 새벽 배드민턴 클럽에 등록했다. 그 사실을 듣고 두 가지 측면에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첫 번째로는 저녁 시간에만 하는 줄 알았던 배드민턴 클럽이 새벽 여섯시부터 시작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새벽 여섯 시의 배드민턴이라니, 아침에 할 수 있는 일과 저녁에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일이든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두 번째는 집에서 배드민턴 클럽이 운영되는 곳까지 30분, 그곳에서 직장까지 다시 30분이 소요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을 해낸 동료의 집념에 놀랐다. 이정도 의지라면 배드민턴이 아니라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해도 김연아 만큼 할 것 같았다.


 아무튼 이 동료는 새벽 배드민턴을 통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많이 축척해왔기 때문인지 언제나 자신감 있게 행동했다. 매일 아침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고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들었다.



 자기계발 모임에서 만난 B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의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벌써 수년 째 실내 사이클을 매일 한 시간씩 타고 있다고 했다. 저녁에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과음을 해서 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컨디션이 안 좋아도 매일 같은 시간 피트니스센터에서 실내 사이클의 바퀴를 돌린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그를 통해 처음 전해 들었을 때, B에게 실내 사이클의 바퀴를 돌리는 것은 일종의 의식과 같은 행위가 아닐까 싶었다.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의식이자 나와의 약속 같은 게 아니었을까? 여하튼 내가 만난 B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고목 같았다. 자신만만함을 넘어 뭐랄까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라는 느낌을 진하게 풍겼다. 매일 아침 피트니스센터의 문을 열며 느끼던 작은 성취감이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켜준 게 아닐까?


 매일 학생들에게 수업을 해야 하는 현장 선생님들 중에서도 비슷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편의상 교사 C라고 하겠다. 교사 C의 기상 시간은 새벽 네 시였다. 도대체 네 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오늘 아이들이랑 어떻게 수업할지를 계획해요. 준비를 안 하면 아이들 앞에 섰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하루에 가르치게 되는 과목이 보통 네 개정도 되니깐 과목별로 30분씩만 준비하면 금세 아침 먹을 시간되던데요?”


 보통의 교사들은 자기 교실 문을 열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보여주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교사 C는 달랐다.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선생님들에게 자기 수업을 보러 와달라며 자신의 수업을 오히려 홍보했다. ‘수업’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이렇게 자신감 있게 대하는 교사는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다. 교사 C가 아이들 앞에서 더 자신감 있게 수업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새벽 시간의 활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까?  


출처 : flickr


 위에서 이야기했던 세 명의 사람들이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게 된 것과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느냐를 학문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가설’이라는 단어로 슬쩍 피해간 것이다.)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밝혀낸다는 것은 나에겐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일찍 일어나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일까?
원래 자신감이 있는 사람인데 그냥 일찍 일어나는 것일 뿐일까?

 

 두 가지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을 밝혀내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두 가지 중 하나를 ‘믿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고, 또 실제로 실천해보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주는 한 가지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 중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 러셀 포스터가 말했던 우쭐함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감정을 우쭐함보다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우쭐함과 자신감은 한 끝 차이가 아닐까?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나본 다음, 이 감정이 우쭐함인지 자신감인지를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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