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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r 07. 2020

일어난 뒤 두 시간, 두뇌의 골든아워

새벽 시간, 창의성이 샘솟는 이유

“매일 아침 다섯 시 경에 일어나 소설을 씁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저녁에는 아홉 시 전에 잠자리에 들죠. 이런 방식이 내 몸에 맞는지 이 시간 무렵이 되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고, 하품이 나옵니다.”


_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새벽 다섯 시에는 무조건 일어난다. 그리고 아홉시에는 어김없이 침실로 향한다. 나에게 ‘인간 시계’라는 별명이 이유 없이 붙은 게 아니다.”


_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글쓰기는 언제나 힘든 과정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괜찮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분 동안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나에게 가장 잘 맞다.”  


_ GoodhabitsBadhabits의 저자 웬디 우드


“성공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매일 4시 30분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_ 월트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 


출처 : lamag

 월트 디즈니의 CEO인 로버트 아이거의 말처럼 흔히 사람들은 성공하려면 일찍 일어나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한 주간지의 트위터 계정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아침형 인간이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세계적인 메가 히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J.K. Rowling)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Oh, piss off.” 헛소리 그만 하라는 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 하나는 J.K. 롤링이 『해리포터』를 저녁 늦게 까지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사실 일찍 일어나는 것과 사회적 성공이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이나 소설가, 학자들은 새벽에 일어나서 자신의 일을 시작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나 칸트, 웬디 우드, 로버트 아이거와 같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시간으로 새벽 시간을 선택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새벽 시간이 집중이 잘 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하나, 일어난 뒤 두 시간은 두뇌의 골든아워다.


 골든아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가 아닌가. 국내 중증외상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님의 책 제목이다. 심장 마비나 호흡 정지, 대량 출혈 또는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들에게는 1분 1초가 소중하다. 그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수술을 해도 살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초반의 금쪽같은 한 두 시간을 일컫는 말이 골든아워(golden hour)다. 이 단어는 다른 의미로도 사용된다. 라디오나 TV 방송에서 청취율,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말할 때도 이 단어가 쓰인다. 골든아워란 한 마디로 황금 같이 중요한 시간이라는 의미다. 잠에서 깨어난 뒤, 두 시간의 시간도 우리에게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그 시간은 바로 뇌의 골든아워이기 때문이다.



 일어난 뒤 두 시간 동안에는 수면 촉진 물질인 아데노신(Adenosine)이 우리 뇌 속에 거의 없다. 한 마디로 뇌 활동을 방해하는 물질이 적어 뇌가 가장 깔끔한 상태가 된다. 사람의 뇌에는 수면을 촉진시켜주는 아데노신이라는 화학 물질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생활하기 시작하면 이 아데노신이 조금씩 누적된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데노신의 농도는 점점 증가한다. 그래서 깨어 난지 열 두 시간에서 열여섯 시간 정도가 되면 아데노신이 “오늘 충분히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자야할 것 같은데?”라는 ‘수면 압박’을 취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 ‘수면 압박’을 견뎌내지 못해 잠에 빠진다. 일곱 시간에서 여덟 시간정도 충분히 잠을 자고 일어나면 이 아데노신은 말끔하게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하루 중 뇌 속의 아데노신 농도가 가장 낮을 때는 언제일까? 그렇다. 잠자고 일어난 직후다. 즉 일어난 뒤 두 시간은 오늘 하루 중 나의 뇌가 가장 맑은 타이밍이다. 뇌가 잘 작동할 수 있는 물리적인 준비가 된 것이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아침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기상 후 두 시간이 뇌 활동을 하기에 효과적인 시간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그 이유를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상관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사람들은 하루 동안 마주하게 된 모든 정보들을 단기 기억 저장소인 해마에 쌓아 놓는다. 그리고 잠을 자며 이런 정보들을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기억에 저장하게 된다.



 마트로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본 다음 에코백에 식재료들을 잘 담아 온다. 여기서 식재료들은 정보, 에코백은 해마다. 집으로 돌아와 에코백에 있는 식재료들을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냉장고에 집어넣는 행동은 수면이고 냉장고는 대뇌피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추려서 표현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정보 : 식재료

해마 : 에코백 

수면 : 냉장고에 식재료 정리

대뇌피질 : 냉장고


 자,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냉장고 정리를 모두 마친 뒤에 내 에코백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정답은 ‘아무 것도 없다.’다. 수면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내가 가진 정보를 보낸 뒤에 나의 해마에는 여유가 생긴다. 컴퓨터로 치자면 재부팅 된 것이다. 방으로 비유하자면 방 정리가 끝난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보면 무엇인가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에는 이런 이유들이 숨겨져 있었다. 괜히 일어난 뒤 두 시간을 두뇌의 골든아워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출처 : Pixabay


둘, 새벽 시간에는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주변에 불이 켜져 있는 집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확인해보자. 아마 1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시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이 말인 즉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다는 뜻이다. 새벽 시간에는 나를 방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 시간에는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나 자신과 조우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도 모두 자고 있으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간다. 직장인들은 출근해서 직장 상사, 동료, 거래처 사람들을 만난다.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만난다.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을 만나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만난다. 이렇게 자의든 타의든 만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밀고 당기며 하루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 주며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없고 ‘해야 할 것’들에만 시간을 쏟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이기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방해 받는 것이다.

 하지만 새벽 시간은 다르다. 하루 중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시간은 이 시간뿐이다. 


출처 : Pixabay


셋, 인시(寅時)에는 세상 만물에서 기운이 생성된다.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십이지신’의 이름이다. ‘십이지신’의 순서에 따라 과거의 사람들은 시간을 구분했다. 그 첫 번째인 자시는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1시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그렇다면 인시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말할까? 인시(寅時)는 십이시(十二時) 중 세 번째 시간이다. 오전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의 시간을 말한다. 그 다음은 묘시다. 묘시는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다. 보통 묘시에는 해가 뜬다. 즉 인시는 해뜨기 전 두 시간을 뜻한다.



 동양철학에서는 인시(寅時)에 만물의 기운이 생성된다고 바라봤다. 서양의 철학자들도 인간의 사유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간으로 동이 트기 전 새벽 시간을 꼽았다. 이를 통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해뜨기 전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출, 해가 뜨는 것은 하루의 시작과 탄생을 의미한다. 그래서 많은 종교인들은 이 시간에 기도를 하거나 신에게 무엇을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개신교의 새벽기도, 카톨릭 신부님, 수녀님들의 성무일도, 스님들의 인시기도. 다들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인 것이다. 새벽 시간에는 세상의 모든 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이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대자연의 운용원리상 세상 만물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그때, 건강한 자연의 정기가 내 몸에 스며들며 나의 생산성도 함께 높아지는 게 아닐까? 어쩌면 자연의 순리 속에 비밀이 담겨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새벽 시간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 왠지 모르게 새벽에는 지혜가 샘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평소에 떠오르지 않던 생각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오래토록 풀리지 않던 문제에 대한 해법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뭐랄까 저녁보다는 조금 더 총명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동안 위장에 음식물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헝그리 정신’이 생겨 집중력이 높아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여하튼 하루 24시간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두 시간을 꼽자면 난 군말 없이 ‘일어난 뒤 두 시간’을 꼽겠다.



 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골든아워 두 시간은 언제인가? 자시? 축시? 묘시? 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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