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가르침에서 얻은 깨달음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라.
인터넷상에서 ‘빌 게이츠의 가르침’이라는 제목과 함께 돌아다니는 글이 있다. 물론 빌게이츠라는 이름이 주는 공신력 때문 일수도 있지만 그 내용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제법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물론 빌 게이츠가 워낙 ‘명언 제조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말이다.
‘빌 게이츠의 가르침’으로 불리는 이 성공 명언은 대략 80가지 정도 된다.
빌 게이츠의 가르침
1.주어진 삶에 적응하라.
2.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라.
3.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수용하라.
4.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사실 ‘빌 게이츠의 가르침’을 처음 봤을 때는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를 한두 살 먹어감에 따라 여실히 공감하고 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어떤 이는 워싱턴이나 서울과 같은 수도에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지방에서 태어난다. 어떤 이는 물질적으로 유복한 가정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어떤 이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정을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만 한다. 누구는 첫 번째 차로 BMW 5시리즈를 사는데 누구는 3년 동안 아끼고 아껴 10만키로 탄 중고차를 산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함께 30년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자애로운 어머니와 5년 만에 이별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불공평한 게 인생이다. 빌 게이츠가 시애틀에서 법률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충청남도 논산에서 설향 딸기를 키우는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면 MS-DOS와 Windows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만약 인생이 공평한 것이라면 지금 나의 컴퓨터 모니터 앞에는 내가 아니라 박보검이나 현빈의 이목구비를 가진 누군가가 앉아있어야만 한다. 생각 난 김에 잠깐 거울을 보고 왔는데 역시나 인생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만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이렇듯 부나 명예, 권력, 성별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은 공평하지 않게 분배되어 있다.
허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게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1년 365일, 한 달 30일, 하루 24시간. 재산이나 명예,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제공된다. 빌 게이츠라고 해서 하루를 48시간 동안 보내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의 애플워치라고 해서 30시간 만에 다음 날로 바뀌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표하는 미남으로 꼽히는 연예인 박보검에게도 현빈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진다. 물론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말이다. 나 또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 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다. 조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새벽 여섯 시, 집으로 향하는 첫 번째 버스 안에서.
대학에 입학한 첫 해에는 성인이 되었다는 도취감에 빠져 매일 밤을 새워가며 술을 마셨다. 지금은 열 시만 되도 졸려서 죽을 것 같은데 그 때는 두 시, 세 시가 되도 눈이 말똥말똥했다. 술 마시는데 돈을 다 써버리다 보니 막상 집으로 돌아갈 차비는 부족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고 택시가 아니라 ‘첫 차’라고 불리는 첫 번째 버스, 첫 번째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려했다. 첫 번째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간은 보통 아침 여섯 시 무렵이다. 그 시간에 버스를 타면 학교에 등교하는 고등학생들과 만나게 된다. 불과 1년 전의 나는 이 시간에 고등학생들처럼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에 탔었는데 오늘의 나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버스라는 같은 공간 속에 있지만 어떤 시간 속에 들어있느냐는 너무나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이 번쩍 들어왔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1년 뒤 아침 여섯 시에도 나는 이 상태로 버스에 앉아 있을 것인가?”
“시간을 대충 흘려 보내버리지 말고, 우리 모두 다 함께 계획적으로 살아요.”와 같은 건전한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내 시간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오롯이 자신의 몫일뿐이다. 저녁 9시, 누군가는 호프집에서 팀원들과 맥주잔을 부딪히고, 누군가는 피트니스클럽에서 벤치프레스를 들고, 누군가는 소파에 누워 Youtube를 보고, 누군가는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대충 보내는 것, 치열하게 생산적으로 보내는 것. 두 가지 모두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선택에 대한 책임은 필요하다.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미래의 모습에 대한 책임 또한 나의 몫이다.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로 알려진 테오프라스토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Time is the most valuable thing a man can spend.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것 중 가장 값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시간을 통해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투자에 비유해보자면 일종의 ‘자본금’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자본금. 이 자본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 된다. 결국 시간을 값지게 보내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지만 시간은 공평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 게 현명할까? 나는 새벽이라는 시간 속에 투자의 실마리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