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내어준 텃밭에 나를 내어주다
혼탁함을 휘감어 쓸어 내려간
곳 간의 앞마당
발을 내밀어 손을 넣어보면 곳간 열쇠 잡히듯
고무장갑 너머로 오무락지게 까실한 것이 느껴진다
컴컴한 진흙에 깊이도 발을 넣어두고
긴 촉수로 짠물 허켜내었던 바지락들
휘젓던 손끝에 서너 개씩
오색으로 물들인 아낙네들의 얼굴에는
곡식 가득한 곳간에 들어선 기쁨이 인다
깔고 앉은 텃밭의 부드러움이 좋아서였을까
두 엉덩이 철퍼덕 놓아두고 두꺼비집 하나둘 만들어 낸다
누구라도 바닷바람에 노래라도 부른다면
갯벌을 헤집는 손끝에서는 장단이라도 맞추고 있을 일이다.
푸른 물 쓸어내어 자연이 내어준 텃밭에서는
바지락을 손아귀에 쥐어내듯
잃어버린 추억도 청춘도 함께 바구니에 담아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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