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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Jan 07. 2021

홈, <스위트 홈>

욕망을 말하다

욕망의 괴물화.

좀비물과는 좀 다른 설정이 꽤 인상적이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상상력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가 떠오르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에. 또, 괴물화 되는 사람들의 과거와 욕망에 대해 조금 더 세밀한 묘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자신의 욕망이 실현되는 형태로 괴물이 된다는 설정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일반적인 좀비물이라면 좀비가 되거나 되지 않거나 두 가지의 미래만 있었겠지만 <스위트 홈>에서는 어떤 괴물이 될지 알 수 없으니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이 괴물들이 인간을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니 사실, 괴물들과의 대결(혹은 싸움)을 중심축으로 전개하지 않아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태아의 모습으로 괴물화 된 여인이나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대머리 아저씨와 같이 애초에 그 욕망이 공격적일 이유가 없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괴물화되면 그 모습이 인간의 모습과 큰 차이가 있으니 그 자체로 공포스럽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면, 누구도 어떤 이유로 괴물화되는지 알지 못한다면, 공격적이지 않은 괴물들이 많이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괴물화되었다고 해서 무턱대고 공격하는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괴물과 싸우고 어떤 괴물과 공존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혼란에 빠지며 끝없이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좋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아쉽게도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모습으로 괴물이 된 아저씨는 인간을 향해 어떠한 공격도 하지 않았지만 아내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설사 그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나쁜 놈이었다고 해도 그의 죽음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괴물화 된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을 뿐이다.) 욕망에 사로잡히면 '괴물'이라는 상징도 어떤 면에서는 위험하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끝없이 괴물과 싸우고, 혼란에 빠지지만 괴물에게 자신을 모두 빼앗기지는 않는다. 그가 욕망과 싸우고 욕망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공감하기 어렵지 않다. 사실, 우리 모두는 욕망과 간절함에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내가 만약 괴물화 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상상해 보았다. 나는 온몸에 고슴도치 같은 가시를 달고 웅크린 채 방 구석에 숨어서 세상을 훔쳐보는 괴물이 될 것이다. 당연히 공격보다는 수비가 먼저다. 사실 무서운 것은 괴물보다 나를 둘러 싼 세상, 그리고 나와 다른 타인일 테니. 제목도 나의 '달콤한 집'이 아닌가!!!


<킹덤>에 이어, 우리나라의 작품으로서 매우 만족스럽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 반갑다. 아쉬움이 있다고 해도 드라마나 원작 웹툰 모두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응원의 마음이다.


사족)

최근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을 거론한 이낙연이 괴물화된다면?

아마도 대통령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몹시 아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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