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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an 21. 2020

Eureka 비문학읽기 17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째깍째깍, 우리에게 남은 시간 : “18년 157일 13시간 33분”



2015년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자는 내용의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되었다.

이 책에 언급된 “18년 157일 13시간 33분”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우리에게 (지금은 더 줄어들었을!)남은 시간을 의미한다.

당장 실천하고 행동해야한다. 지금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으니까!

Context

인물 소개

배경읽기_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     

작품해설_ 희망을 품지 말고 두려워하라!     

    ① 비명소리는 들리고, 세상은 멈추어 있고

    ② 벌거벗은 임금님

    ③ 오늘을 위해 내일을 소비하는 사람들

    ④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⑤ “가만히 있으라”


인물소개   


-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2018년 8월에 그레타가 시작한 1인 시위인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는 금세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133개국 160만 명 청소년이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이 시위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거대한 환경 캠페인이 되었다.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 말레나 에른만, 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좌) / 스반테 툰베리(중) / 베아타 에른만(우)


말레나 에른만은 유명한 오페라 가수이자 그레타 툰베리의 어머니다.


스반테 툰베리는 연극배우였으나 아내인 말레나 에른만의 수입이 자신보다 더 낫기 때문에 일을 중단하였다. 현재는 그레타 툰베리의 든든한 지지자 및 후원자 역할에 전념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의 아버지.


베아타 에른만. 그레타 툰베리의 환경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의 동생.


책에서 ‘나’로 언급하는 주된 화자는 말레나 에른만이지만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은 네 가족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배경읽기_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


이 책은 오늘날 우리 모두가 직면한 위기, 우리의 생활방식이 초래한 심각한 위기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이 위기를 ‘지속 가능성 위기’ 혹은 ‘기후 위기’라고 부른다. 그레타 툰베리는 여덟 살쯤 되었을 때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라는 현상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기후 위기가 이토록 심각한데도 환경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전 세계 언론과 정부의 모습에 시달리던 그레타는 음식을 먹을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과 특정한 장소 또는 상황에서 전혀 말을 하지 못하는 선택적 함묵증 등의 정신과적 증상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그레타 가족의 이야기이자 그 가족이 겪은 개인적 위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책에는 그레타의 정신과적 증상과 그 증상의 발현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족들의 노력도 잘 묘사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위기를 자신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즉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그레타의 가족은 이 책을 집필했다.

그래서 그들은 희망을 이야기할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났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위기를 정면으로 응시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기차가 달려오는 철길 위에 자동차가 멈추어 있다면, 그때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있는 힘껏, 신속하게 위기를 알리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위기가 곧 위기의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다. 겁이 난다고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눈을 뜨고 불타는 집을 응시해야 한다.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다.




작품해설_ 희망을 품지 말고 두려워하라!   

  

COP24 총회에서 연설하는 그레타 툰베리.

저는 어른들이 희망을 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어른들이 두려워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른들이 제가 매일 느끼는 공포를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어른들이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른들이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이 지금 불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문 中     


① 비명소리는 들리고, 세상은 멈추어 있고     


지구가 비상사태에 놓였다는 비상벨 소리가 들린다.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울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그 소리는 사람들의 의식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만다. 하지만 그레타 툰베리는 그 소리에 단 한 번도 익숙해진 적이 없다. 그 끔찍한 비명소리가 그레타의 의식에서는 단 한 순간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 아스퍼거 증후군, ADHS(우리나라에서는 ADHD;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함), 고기능 자폐장애, 강박장애, 선택적 함묵증 같이 그레타 툰베리를 수식하는 진단명은 어쩌면 그 끔찍한 비명소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이 그레타를 향해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타면서, 육식을 하면서,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환경에 대한 근거 없는 이상론을 늘어놓으면서.


그래서 ― 그레타가 진실을 말하는 이상 ― 그레타의 진단명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비명 지르는 사회가 비명소리를 듣는 사람을, 비명소리를 듣는다는 이유로 장애인이라 명명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이 책을 ‘불쌍한 그레타 가족의 이야기’로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② 벌거벗은 임금님   

  

그레타의 집 벽에는 A3 크기의 흰 종이가 붙어 있는데 그레타 가족은 거기에 그레타가 무얼 먹는지,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지 기록한다. 섭식장애 환자를 위한 스톡홀름 센터에서 식사량과 식사 시간을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종종 효과를 본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아침 식사 : 바나나 1/3개 : 53분

점심 식사 : 뇨키 5개 : 2시간 10분     


왜 그레타에게 이토록 심각한 섭식장애가 생긴 걸까?


그레타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예민한 학생이었다. 어느 날 학교 수업시간에 해양오염 문제를 다루는 영화를 보여줬는데 그 영화에 멕시코보다 더 큰 크기의 쓰레기더미가 섬을 이룬 채 태평양 남쪽을 떠다니는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같은 날 급식으로 햄버거가 나왔는데 그레타에게 그것은 더 이상 음식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레타에게 기름진 패티를 먹는 행위는 감정을 느끼는 어느 생명체의 짓이겨진 근육을 삼키는 행위처럼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레타가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레타의 생각은 틀렸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아주 쉬운 방정식, 즉 일상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 주는 입장권 같은 방정식이 그레타에게는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

그레타는 맨눈으로 이산화탄소를 알아차릴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이다. 그레타는 우리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오염층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


어쩌면 그레타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속 어린아이고, 우리는 임금님일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벌거벗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서 기후위기를 외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모든 행위에서 그레타는 비명소리를 듣는 셈이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옷이 당연히 존재한다는 듯이 벌거벗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③ 오늘을 위해 내일을 소비하는 사람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한 시간 만에 가기 위해, 오늘 주문한 택배를 내일 받기 위해, 조금 더 ‘맛있는(맛있다고 여겨지는)’ 음식을 먹기 위해, 조금 더 ‘예쁜(예쁘다고 여겨지는)’ 옷을 입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그레타는 그중에서도 비행기를 타는 일이 우리 행동 중에서 최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레타가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 이 책에 등장하는 다음 수치들을 살펴보자.   

  

축산업은 방목장 확보를 위해 불태우는 열대우림, 사료작물 농업의 폐기물 연소, 고기 생산에 필요한 화석연료 사용 등을 통해 거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 가공, 판매, 조리 및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6킬로그램이라고 함)를 발생시키고 있다. (…)


스톡홀름에서 도쿄까지 비행기로 왕복할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14톤이라고 한다.     


5.14톤의 이산화탄소. 이는 다진 고기 200킬로그램을 섭취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수치다. 인도 국민 1인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년에 1.7톤 정도고 방글라데시는 겨우 0.5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수치가 더 엄청나게 느껴진다. 문제는 오늘날 기성세대가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기성세대에겐 큰 피해로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미래세대에게는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오늘의 시간을 절약하고 오늘을 즐기기 위해 내일을 소비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로 인해 수많은 ‘그레타 툰베리들’의 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레타에게만 들리는 비명소리의 정체는 바로 기성세대의 끔찍한 무신경함이다.          



④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그레타의 어머니이자 이 책의 화자인 말레나 에른만은 난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관련된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부당한 사태에 저항해왔으며 자신의 영향력을 주저 없이 ‘선한 일’에 사용해 온 사람이다. 하지만 그레타가 환경문제를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말레나도 생태계 문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레타는 그런 어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엄마 같은 유명인들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은 극우주의자 임미 오케손(스웨덴의 정치인으로 민족주의, 사회보수주의, 우익대중주의, 유럽회의주의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의 당수)이 다문화사회에 끼치는 악영향만큼이나 심각해요.”     


시리아 난민을 위해 여름 별장을 숙소로 내주고 버스 티켓을 구해주며 식료품을 사 나르는 데 동참했던 말레나에게는 가혹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말레나는 인스타그램에 자랑스럽게 해외여행 사진을 게시하던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며 그레타의 비행기 탑승 거부 운동과 채식에 동참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런 개개인의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면?


TV에서 스웨덴 총리가 기후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레타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우리가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계속하도록 저런 말을 하는 거라고요.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은 결국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없잖아요.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잘못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 말은 틀렸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수백 개의 기업들이에요. 어떤 위험이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지구 전체를 망가뜨렸어요. 수십조에 이르는 돈을 벌어들인 몇몇 재벌이 잘못했을 뿐이죠. (…) 모두가 잘못한 게 아니라 몇몇이 잘못한 거예요. 지구를 구하려면 그 몇몇 사람들과 그들의 기업 그리고 그들의 돈에 맞서 싸워야 해요. 그들이 잘못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요.”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은 결국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 이런 말은 정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잘못을 교묘하게 가리는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⑤ “가만히 있으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사람들은 “가만히 있으라”라는 문구가 쓰인 손팻말과 국화꽃 한 송이씩을 손에 들고 침묵행진을 벌였다. 침묵시위를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이, 그 말을 믿고 따른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한 마디 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끊임없는 비명소리 앞에서 귀를 막고 침묵할 것인가? 기후위기가 심각하지 않다는,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정치ㆍ경제ㆍ언론의 달콤한 거짓말만 믿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 미래는 ― 아니, 내일은 ― 우리 손에 달렸다.



요트로 대서양을 건넌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는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광패널이 설치된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비행기나 크루즈 등을 타면 훨씬 빠르고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지만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요트를 택한 것. 툰베리는 이 여정에 나서기에 앞서 “우리는 늦어도 2020년까지 배출가스 곡선을 감축 쪽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막을 수 있다. (…) 그게 바로 내가 대서양 요트 횡단에 나서기로 한 이유”라고 밝혔다.



째깍째깍, 우리에게 남은 시간     


https://climateclock.net/ 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유지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2년 10개월 3일 13시간 29분 24초가 남았다.




글_ 이준기 유레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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