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할 수 없는 일은 '공포'로 다가온다
영어 표현 중 "When life gives you a lemon, make lemonade." 라는 표현이 있다. 삶이 씁쓸하고 시큼한 레몬같은 시련을 가져다 주면 그것을 기회로 활용하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 말은 이른바 '긍정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의 대명사로 쓰인다.
그런데, 삶이 레몬을 가져다 주었을 때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받은 레몬의 즙을 짜서 상대방 눈에 뿌리라는 사람들도 있고, 'life'의 매니저를 부르거나, HR에 신고하라는 '개그를 다큐로 받는' 사람들도 있다. 레몬은 비싸니 고마워 하라는 사람들도 있고, 팔아서 네가 원하는 걸 사먹으라 하거나, 칵테일 위에 올려서 즐기라는 충고를 하기도 한다. 이런 문장 비틀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레몬을 받으면 오렌지 주스를 만든 다음 사람들이 네가 그걸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하게 만들라는 얘기였다.
눈앞에 떨어진 레몬을 가지고 하라고 권하는 행동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무언가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공포를 느낀다. 공포에 질린 사람은 평소와는 다른 패턴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게임 참가자나 가면을 쓴 관리자 모두 극한의 공포에 몰려있기에 게임장 바깥 세상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을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된다. 우리의 삶 속에, 드라마에서와 같이 총을 겨누는 사람은 없지만, 때때로 우리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듯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불쾌한 상황 앞에서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겁에 질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소리를 지르거나,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던지거나, 도망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련으로 보이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 상황이 유쾌하지 않은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있다' 는 마음으로 상황을 보는 시각을 달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잇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그 일을 실제로 해내는 경험은 다음 시련을 만났을 때 내가 들춰볼 수 있는 참고서가 될 것이다. 내가 했던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는, 이 문제는 이렇게 풀면 안되는 거였구나, 하며 오답노트를 적듯 기록하고, 생각한대로, 혹은 생각한 것보다 더 잘 되었다면 그냥 '맞았다' 하고 넘어가지 말고 '찍어서' 맞은건지, '풀어서' 맞은건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