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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HereUs Apr 30. 2021

내 몸의 신호 읽기

Body Scan (신체 탐색) 명상

백신을 맞았다. 주사를 놔준 간호사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며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내게 내밀었다.

오늘처럼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신체 감각의 변화를 순간 단위로 인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명 바디 스캔(Body Scan -신체 탐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명상을 하면 내 몸의 각 부분에 있는 계기판을 읽어내듯, 나의 몸 상태를 살필 수 있다. 눈을 감고 누워서 몸의 각 부위에 나의 의식을 집중하는 방법으로도 사용하지만, 시간을 길게 낼 수 없을 때나 내 몸의 전반적인 상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을 때는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현재 몸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위는 어디이며,
어떤 신체적 감각이 느껴지는가?
현재 몸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부위는 어디이며,
어떤 신체적 감각이 느껴지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짧은 Body scan은 만성적인 통증을 스스로 인식하는데도 좋다. 예를 들어 만성 편두통이 있다고 하면, 내 머리의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아픈지 일정한 시간, 예를 들어 2-3분가량 통증을 관찰하듯 집중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통증의 부위, 혹은 통증의 강도가 나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초 동안 똑같은 부위에 똑같은 강도의 통증이 지속되는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막연하게 "왼쪽 머리가 아파"가 아니라, 관자놀이 근처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아픈지, 지끈거리는 것처럼 아픈지, 콕콕 쑤시듯 아픈지, 아픈 강도가 머리를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아픈지, 조금 신경 쓰일 정도인지, 통증의 지속시간이 어떤지 등등을 마치 관찰일지를 작성하듯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이를 낳은 직후 혼자 요가를 하다가 허리 뒤쪽 인대를 크게 다친 적이 있다. 나의 몸에서 통증은 허리 뒤쪽과 무릎, 고관절, 승모근, 손목, 종아리를 오가며 주기적으로 이사를 다닌다. 내가 해당 부위에 통증이 오는 명확한 이유를 알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주로 손, 발목 통증은 운동을 한동안 쉬다가 뜀뛰기 동작 다수 포함되었거나, 손목을 바닥에 댄 채로 무리한 요가나 홈트 동작을 따라 했을 때 찾아온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꼼꼼히 해주지 않으면 고관절에 통증이 찾아온다. 오랫동안 앉아있었던 날도 마찬가지다. 뛸 때 다리 안쪽에 골고루 힘을 주지 않으면 종아리가 뭉치는데, 종아리에 직접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아도 종아리가 살짝 뭉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폼롤러로 풀어주면 허리 뒤쪽에 오던 뭉근한 느낌의 통증이 경감되는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통증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자마자 스누즈 버튼을 누른 후 약 9분 동안, 그리고 자기 직전 누워서 나는 빠르게 바디 스캔을 한다. 그러면 내가 오늘 집중해서 신경 써야 할 몸의 부위에 대해 인식이 가능하다. 어깨가 뻐근한 날은 어깨를 펴주는 동작을 위주로 하는 홈트 영상을 고른다. 코 끝이 매워지며 목이 간질간질하는, 감기가 오려고 하는 신호가 감지되면 가글을 자주 하고, 몸이 추워지는 느낌까지 오면 홍삼차를 타마시는 등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백신을 맞고 난 직후 왼쪽 팔에 약 30분간 살짝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맞자마자 뻐근하고 컨디션이 저하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저녁 식사 준비는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 제육덮밥, 돼지갈비 덮밥, 잡채를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살짝 기운이 빠지면서 졸린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으나 백신의 영향인지, 도서관 강의를 듣기 위한 새벽 기상의 영향인지, 아니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온 빡센 홈트의 영향인지 알 수는 없었다.


저녁을 먹었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밀린 메시지에 답도 하고, 책도 읽고, 아이의 하루치 3종 워크북을 마치는 것도 옆에서 지켜봤다. 그러니까 내 일상을 뒤흔들 정도로 몸이 가라앉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백신 1차 접종 후 7시간째, 현재까지는 평소와 다른 신호를 보내오지는 않는다. 너무 힘들게 준비한 모양이다. 그러나 일단은 경계 태세를 풀지 않은 채로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약 이틀 동안 내 마음 한 구석에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저장할 곳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공간을, 이 공간에 쌓이는 신호를 잘 활용해야 며칠 동안 앓아누울 일을 하루 이틀로 줄일 수 있다.


내 몸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은, 이렇게 혼자서 내 몸을 온전히 책임지는데만 쓰이지는 않는다. 병원에 찾아갈 정도로 몸이 불편한지 가늠할 수 있고, 의사에게 내 몸의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해 의사의 진찰을 도울 수도 있다. 약 복용 후, 시술이나 치료 후 몸의 변화가 있는지를 물을 때도, 몸의 신호를 읽어두는 연습을 하는 일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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