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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HereUs May 05. 2021

나를 사랑하는 것은 이기적인가?

Self-care의 실천이 어려운 이유

어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는 아빠랑 나 중에 누가 더 좋아?”

그건 비교할 수 없는 문제라고, 똑같이 좋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이렇게 물었다.

“그럼 엄마하고 나 중에선 누가 더 좋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엄마가 누굴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냐고 아이에게 되물었다. 

아이는 내게 엄마는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왜냐고 묻자 엄마는 self-care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나의 노력이 아이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안도감이 느껴졌다.


모두가 자존감에 대해 얘기할 때, 나는 어쩐지 슬퍼졌다. 책과 강의에 나오는 자존감 낮은 사람의 예가 나의 삶인 것만 같았고, 그 이유는 나의 양육방식에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부모님을 미워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부모 역시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이후에도 나는 힘들었다. 그럴 때면 이를 악물고 ‘대물림하지 말자. 경험해 보지 못한 일도 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는 말을 되뇌었다. 아이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괜찮은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려 노력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말이 나는 아직도 어렵다. 때로는 멋대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이 말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나기도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인데, 뭐 어쩌라고, 하며 자신의 무례함을 타인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떠올리는 말이 있다. Self-care는 selfish 도 luxury 도 아니라는 말, 내가 가장 나은 버전의 나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는 말이다.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에 대해 워크숍을 할 때면 드는 예가 있다. Adam Grant가 쓴 <Give and Take>라는 책에 나오는 일화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다. 연구진은 병원 곳곳 화장실에 이런 다른 두 가지 문구를 붙였다. 

“여러분의 감염 예방을 위해 손을 씻으세요.” “환자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손을 씻으세요.” 후자의 문구가 붙어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저 많은 비율로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섰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일은 남을 위하는 일보다 후순위에 놓게 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나를 위하는 일을 나의 삶에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는 또 하나의 활동이 있다. 어느 날 참여한 셀프케어 워크숍에서 강사가 자신의 절친, 모니카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최근 실직을 했고, 남자 친구가 바람이 나서 그녀를 떠났으며, 새로 소개팅을 한 남자가 애프터 신청을 하지 않아 고민이라고 강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강사는 모니에게 "넌 직장에서 잘 웃지도 않고, 뚱해 있으니 상사에게 밉보이는 건 당연한 거 아냐?"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서 1년 새 10킬로나 쪘으니 남자 친구가 바람이 날만도 하다고, 그 상태로는 소개팅을 백번 해도 애프터 신청은 안 들어올 거라고 말했다는 거다. 강사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내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나 보다. 강사가 내게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느냐고 물었다. 내 대답엔 어쩐지 울분이 섞여있었다. 무슨 놈의 절친이 친구가 힘들다는데 그렇게 말을 하느냐고 했다. 당신이 방금 모니카를 절친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냐고 강사에게 되물었다.


강사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죠? 절친이라면 이럴 수 없겠죠? 근데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왜 이러고 사는 걸까요?” 절친 모니카를 나라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며 산다는 얘기였다.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우리들 마음을 읽어주고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비하하는데 익숙한 게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이었다.


이날 이후, 나는 나를 좀 더 사랑해주기로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를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나를 응원하기로 했다. 나를 나로 생각하면 때로 너무 몰아붙이게 되고, 다른 사람을 위한 일보다 나를 위한 일을 뒤로 미루게 되니까 말이다. 나는 내가 나의 치어리더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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