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떠나가버린 인연이 있다면?
얼마 전, 우연히 결혼식 영상을 보게 되었다.
2016년에 결혼했으니 벌써 4년이나 지났다.
처음에 나오는 영상은 내가 신부 대기실에 앉아있고 나를 축하해주러 온 지인들이 신부대기실에 와서 인사하는 장면들이 담겨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매 순간이 선택이다’ 할 정도로 계속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결혼식 날짜에서부터 시작해 결혼식장, 촬영 스튜디오 예약하기, 드레스 샵 고르기, 그 안에서 또 촬영과 본식 드레스 고르기, 하객 수 예상해서 청첩장 만들기 등등. 그리고 또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 세세하게 결정할 것들 투성이다.
다시 결혼식 영상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 보자.
(지이익 - 되감기 소리)
그 짧은 편집된 영상에 나를 축하해주러 온 모든 하객들의 모습이 담긴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잘 연락하지 않는 지인들이 여럿 있었다. 그 당시 오래갈 인연들이라 생각해 다 만나서 청첩장을 주고 밥도 사주고 했던 그런 인연들이었는데 그중에 남은 인연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들을 둘러보면 결혼식 이후에 새롭게 만들어진 인연들이 많다. 직장에서 새롭게 친해진 지인들이거나 그 전엔 친하지 않았는데 친해진 인연들 또는 직장 외 새로운 모임에서 만난 인연들. 지금은 이 사람들과의 약속이 핸드폰 캘린더에 저장되어 있다.
지금의 캘린더에는 보이지 않는 예전의 인연들.
어쩌다 연락이 끊겼을까?
딱히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싸우거나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몇몇의 이전의 인연들은 가고 새로운 인연들이 왔다.
문득 궁금해진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잘 지내고 있나?'
안부가 궁금해져 카톡을 켜서 근황을 살펴본다. 카톡 프로필 사진에 띄어져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반가움과 왠지 모를 쓸쓸함을 동시에 느낀다. 1:1 채팅을 눌러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묻기엔 민망해 고민만 하다 프로필 사진만 들여다본다. 사람 간의 거리 사이에도 시간의 먼지가 쌓인다. 그렇게 먼지가 쌓이면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지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소중한 인연이라면 너무 많은 먼지가 쌓이기 전에 한 번씩 닦아줘야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연을 만들고 떠나보내나.
인연은 바람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불어왔다가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많은 인연들. 그 안에서 많은 감정을 느낀다. 미움, 동질감, 사랑스러움, 즐거움, 질투 등 나를 행복하게 하는 감정들 뿐 아니라 순간순간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감정들도 동시에 느낀다.
바람이 한 번 불어올 때마다 다양한 감정들이 나를 스친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 바람을 느끼고 싶다. 앞으로도 다양한 바람들이 나에게 불어올 것이다. 예전부터 항상 불어왔던 바람에는 더 애정을 가지고 흠뻑 느끼고, 새로운 바람에는 마음을 열고 만끽하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는 그동안 나에게 머물러줘서 고맙다고 웃으며 보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