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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버 Sep 16. 2022

외동이 외동 키워요

이것이 바로 외동 대물림


나는 마지막 베이비붐 세대라고 불리는 94년생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자녀를 하나만 두셨다. 내가 봐선 자의보다는 타의가 더 강하셨던 것 같지만. 어쨌든 나는 외동딸로, 심지어 늦둥이 외동딸로 태어나 이런저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이런저런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에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웅장해지는 것도 있지만 답답하고 부담이 되는 것들도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함께 나눠보기로 하고요.) 혼자 놀기를 마스터할 때쯤 나는 혼자만 어린이인 가정에 진절머리가 났고,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으나 엄마는 안 된다 고개만 저으셨을 뿐이다. 결국 나는 포기하고 '인생은 혼자다'라고 생각하며, 나중에 가정을 일구게 되면 꼭 내 아이는 여럿을 낳아 서로서로 재미있게 놀게끔 해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어렸을 때의 철없는 다짐을 깨부수며 외동을 고집하고 있다. 지금 현재 내 외동아들은 내 책상 위에 올라가서 나의 글쓰기를 방해하고 있으며, 코로나를 옮긴 죄인인 나는 그런 그에게 주의를 주는 것밖엔 할 수가 없다. 단편적인 이야기만 했지만 내게 육아는 완전히 어나더레벨의 영역이었다. 감히 나는, 내 인생을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난 지 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나는 엄마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변에서 만난 여느 엄마들이나, 매체에 나오는 엄마들과 나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따뜻함보다는 장난기가 더 많고, 헌신보다는 귀찮음이 앞서는. 가족도 중요하지만 직장 구성원으로서의 내 모습도 중요한, 약간은 욕심 많은 그런 엄마. 


20대 중반에 낳은 아이는 나의 정신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다소 스파르타식으로 내 정신을 성장시킨 면이 없지는 않았다.


나의 내면세계에 '엄마가 되면 당연히 할 일이다'라는 고정관념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늘 헌신하던 엄마에게서 자란 나는 헌신이 엄마의 상징이 되어 있었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죄책감과 자괴감이 극심하게 몰려왔다. 남들 다 주어진 대로 하는 육아가 나는 왜 이렇게 어렵지? 나는 왜 이렇게 아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답답하지? 물론 예쁠 때도 있지만, 그건 잠시였고 혼자서 아이를 보다 보면 막연한 공포까지도 느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혼자서 갓난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당장 아이가 태어난 해에 남편은 고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겼고, 기숙사 사감을 하느라 집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날이 반, 들어오는 날도 밤늦게까지 보충수업을 하고 들어와서 픽 쓰러져 자거나 야식을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남편을 원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기억이 난다.


비록 육아에 대한 첫 단추를 잘 끼우진 못했지만, 어찌저찌 나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만큼 키워냈고 나름 육아하면서도 내 살길 찾을 만한 짬바(?)의 엄마가 되었다. 선배 엄마들은 이 때를 조심하라고 했다. 이럴 때 좀 살만하다고 애를 한 명 더 낳으면 다시 시작이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말이다. 신생아때에 비해 몸은 너무나 편하지만, 확실히 아이가 크면 그 시기에 따른 '잘'키우는 것에 대한 고민들이 산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둘째를 낳을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나의 그릇은 아이 하나로도 충분했다. 내 그릇에 흘러넘치게 아이를 낳았다간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신 나에게 찾아와준 내 아들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키우자. 혼자임에도 행복할 수 있으며, 성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자신의 성장을 동력으로 삼는 멋진 아이로 키우자. 이게 내 목표인데,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아들 너도 고생이 많아. 성과주의 엄마 아래서 멋있게 자라는 거, 쉽지 않다는 걸 나도 너무 잘 알지.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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