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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Nov 30. 2023

새해 계획 없애기

가을이 겨울에게

우린 왜 그렇게 어릴 때부터 계획 세우기를 훈련할까요?

꼬마시절엔 스케치북 가득히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케이크를 자르듯 24시간을 나눠서 이름을 붙여주곤 했죠. 학교 가기, 학원 가기, 간식 먹기, 친구랑 놀기, 숙제하기, 책 읽기, 마지막은 별과 달을 그려 넣은 꿈나라.

그리고 조금 더 자란 후에는 다이어리라는 걸 사기 시작했어요. 해마다 고르고 골라서 샀던 다이어리들. 빼곡히 적어 넣었던 수많은 계획들. 하지만 돌아보면 계획이 전부 이루어진 해는 없었죠. 맨 앞장에 적어놨던 올해의 목표도 항상 이룬 것 절반, 이루지 못한 것 절반쯤 되었을까요.

그렇게 배웠나 봐요. 인생에는 계획이 필요하지만, 절대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는 것을.




올해가 지나가면 이제 혼자 일한 지 꽉 찬 십 년이 되어요. 십 년. 3650일. 까마득해지는 그 숫자를 돌아보는 요즘이에요. 혼자 일하기에 더 촘촘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들을 이루기 위해 애썼던 날들.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수많은 실패와 계획에도 없었던 다양한 성공들.

십 년이란 시간을 통과하며 새롭게 배운 것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흐트러진 계획들을 무마하기 위해 시도했던 것들이 더 좋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는 것.




2024년에는 처음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려고 해요. 촘촘하게 적어두곤 했던 투두리스트도, 올해의 목표도, 비워둘 거예요. 그저 '매일 쓰는 하루'를 365번 반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요.

​아주 오래전부터 프로필에 써오곤 했던 '삶을 전부 씁니다'라는 문장대로 살아간다면, 그거면 되지 않을까 해요.

가을이 겨울에게. 일상 에세이 편지




당신은, 어떤가요?


곧 만나게 될 새해를 위한 계획들을 이미 촘촘하게 세워놓았나요? 끝이 없을 것처럼 길어진 투두리스트가 지겹다면, 계획 없이 새해를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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