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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Apr 07. 2021

오늘의 꽃

우울했다. 

인생에서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람들이 나를 봐주지 않아서. 속상하고 축 처진 마음으로 집 앞 공원을 걷고 있었다. 


우중충한 내 마음과는 공원은 산책하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활기를 띄고 있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열심히 꽃사진을 찍고 계시는 어르신들이었다. 나이는 6~70대 정도 되어 보이시는 분들이 가는 곳마다 봄꽃을 휴대폰 사진첩에 담느라 열중하시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분들은 수십년의 세월을 살아오시면서 여러번의 봄을 맞이하고 수없는 봄꽃들을 보셨을텐데 지금 저 꽃이 뭐가 그렇게 특별하다고 저렇게 열심히 카메라에 담으실까. 


기껏해야 서른번 남짓한 해를 넘긴 나는, 인생이 내맘대로 되지 않는다며 심술이 나 무시해버리고 지나가는 꽃인데. 오히려 내 기분과는 다르게 예쁘게 피어버린 꽃들이 신경질이 나는데. 나보다 두배는 더 살아오신 어른들은 작년과 그리 다를 것 없는 풍경도 어린아이처럼 눈과 마음에 담아가시는구나. 


이런 생각이 이르니 갑자기 내가 했던 고민들이 참 불행해졌다. 

오늘 내 눈 앞에 핀 꽃도 즐기지 못하게 하는 고민이라면 쓸데없는 거야. 지금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을 무시하게 하는 조언이라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의 말이라도 소용없는 거야. 


오늘의 꽃. 오늘의 커피. 오늘의 영화. 오늘의 데이트. 오늘의 한강. 오늘의 산책. 오늘의 책. 오늘의 야구. 오늘의 게임. 오늘의 글. 오늘의 밤. 오늘의 샤워. 


오늘의 일상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은 다 Shit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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