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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Jul 31. 2017

참여하는 대중의 문자소통을 폄훼해선 안된다

모르는 사람에게 문자가 지속적으로 온다면 사생활 침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 방해 등의 이유로 무차별적인 문자 수신을 '문자 폭탄'이라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누구이고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다. 보내는 사람은 유권자이고, 받는 사람은 피선거권자인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은 개인인 동시에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 헌법 개정부터 국정감사까지 사회 제도를 만들고 감시하는 업무를 한다. 어디를 가서나 모르는 유권자에게 인사를 하고 손을 내미는 헌법기관이 갑자기 몰려드는 유권자의 문자에 대해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문자 폭탄' 논란은 변화된 사회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법과 일부 사람들과의 일시적 마찰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3천만 명을 넘으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대중이 새롭게 등장했다. 일상생활부터 정치의사까지 확실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표현 대중'이다. 사회 문제에 있어 온라인 상으로 토론하고 비판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전파하는 다수가 등장한 것이다. 탄핵 국면에서 인터넷 카페 가입자를 중심으로 시위에 동참하고 커뮤니티 이름의 깃발을 만들어 행동한 것도 표현 대중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기존 정치권과 정치인은 이런 사회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손 끝의 터치 몇 번으로 쉽게 항의를 포함한 자신의 의사를 스스럼없이 보내는 대중의 존재를 낯설어하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정치적 의사 표현하는 것을 물론 행동하고 공동체 조직까지 손끝으로 할 수 있다. 스페인의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온라인 의사결정 프로그램 '루미오'를 통해 의견을 정하는 상향식 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두루 반영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지난 스페인 국회의원 선거에서 포데모스는 40년 동안 고착된 양당제를 혁파했다. 우리 정치권도 문자와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손쉽게 유권자들을 만나고 여러 아이디어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렇듯 표현의 자유가 넓고 깊어지는 차원에서 일어나는 다량의 문자 발송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 들어야 한다. 선거철에 문자로 유권자에게 손쉽게 다가가 이득을 봤지만, 반대로 다수로부터 다량의 문자를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받는 일부 문자 중에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협박성 문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 기존 관련법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으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로서 국회의원에게 오는 항의 문자가 갑자기 늘었다는 이유로 의정활동 방해 행위이자 테러로 규정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정치 표현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유권자를 상대로 한 겁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상용어 구로 널리 쓰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우선 그들의 의견을 성의껏 경청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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