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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PD Jun 14. 2015

남자의 로망, 프라모델 #3 : 장인

좀 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자

전편에서 이번 회에 장인을 모시겠노라 이야기 했었던 것 같다...맞나....음 그랬었네 허허.


자, 끄적끄적 붓과 스프레이로 색을 칠하던 내게 신세계를 보여줬던 오늘 소개할 그 사나이는 바로 연남동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의 이성동 실장이다. 

KBS, MBC, SBS가 극찬한 바로 그 맛!

원래 밴드 생활을 하며 취미로 건담 제작을 하던 그는 집근처에 있던 건담 작업실에 드나들다가 어느새 실력이 늘어 강의도 하고 도색 의뢰도 받으면서 지금처럼 본업이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의 밴드 시절 모습은 아래와 같다.  1집 뮤지션

검은 팔토시는 락 스피릹

이 남자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앞서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이하 '건지작'> 부터 잠깐 소개하고 가자. 


'건지작'은 오프라인 매장 겸 도색 작업실로 편하게 들려서 건담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강의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홍대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입구

사실 처음에 '건지작'을 소개받고 갈 때는 "에이 건담 도색으로 어떻게 먹고 삼. 그냥 취미로 적당히 하는 거 아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김대영 대표님과 이성동 실장님, 또 다른 크루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이들이 한 작품을 만들고 도색하는데 적게는 5일에서 많게는 3주일 이상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난감 채색'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사실 그렇게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기 힘든 상황이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남동이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임대료 폭증 크리를 맞아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으나, 멤버들이 단합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건담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오히려 전보다 훨씬 많은 고객들과 소통하며 안정화됐다고 한다. 여기에 키덜트 문화가 성장하면서 연인들이 같이 수강하러 오거나 IT 기업에 출강을 나가는 등의 기회가 늘어난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3000명을 바라보는 건지작 페이스북

프라모델에 깊게 빠져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폐쇄적이고 초보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건지작'의 멤버들은 상당히 쿨하고 친절하다. 아래에 주소를 걸어놨으니 시간되면 꼭 한번 들려보길 바란다. 거질게 생겼지만 마음이 따뜻한 오빠들이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성동 실장은 이 '건지작'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깜찍한 요정 마스코트 아이콘 같은 남자로 '스몽기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다. 가히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 프라모델의 매력을 한번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위의 사진과 약간 달라 보이는 건 착시 현상이다

반갑다. 자기 소개 좀.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에서 도색 강사 및 도색 의뢰도 받는 프라모델러 이성동이다.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다르게 정보 공유라ㄷ....



아 아까 그 얘기는 다했음. 본론으로 들어가서, 프라모델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 프라모델은 완성품이 아닌 직접 만드는 '작품'이라는 매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만들 때의 재미와 만든 후의 성취감이 굉장히 클 뿐 만 아니라 나만의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 장도 많다.

'작품'이라는 말을 어색해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같은 제품을 조립-도색하더라도 각자의 실력과 센스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담의 세계를 훌쩍 벗어난 개조도 가능하다

작업물의 퀄리티를 보니  상당한 시간이 들어갔을 것 같다.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등급 마다 다른데 주로 작업하는 MG(Master Grade)는 5~10일 정도 걸리는 편이고, 사이즈가 크고 디테일한 PG(Perfect Grade)는 3주까지도 걸린다. 같은 등급이라고 해도 부품수에 따라 또 달라진다.

작업 순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처음에 부품의 표면 정리를 하고 서페이서라는 도료를 뿌려서 매끄럽게 만든다. 그리고 본 도색을 한 뒤에 조립을 시작한다. 끝난 뒤에는 먹선, 데칼 스티커, 마감재 등으로 마무리 한다.

물론 각 단계 별로 세세하게 체크할 일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건지작 페이스북'에서 배울 수 있으ㅁ...


80cm가 넘는 초거대 킷, 네오지옹...피눈물의 도색을 했다고 함

사이트 홍보는 나중에....

사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색에 도전해 보고 싶어하지만 유해성 물질이 많거나 공간이 필요한 등의 이유로 망설이곤 한다. 혹시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


아무리 덕트 시설, 스프레이 부스 등이 있더라도 락카 냄새를 완벽히 잡을 수는 없기 때문에 개인 작업 공간이 있지 않으면 공방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불론 베란다 등을 이용하는 수도 있지만 가족과 이웃의 평화를 위해 상의 후 진행해야 하며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래도 조립만 해서는 만족 못하겠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팁이 있다면.


아무래도 꼼꼼히 도색을 한 작품의 퀄리티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무광 스프레이''먹선'만 잘해도 꽤 괜찮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요새 제품들은 사출색 (* 부품의 원래 색깔) 자체가 꽤 좋고 색분할 (* 기체 곳곳의 세부적인 컬러 재현 정도) 역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리얼한 느낌을 많이 깎아먹는 것은 프라모델 특유의 반딱한 질감인데, 무광 스프레이를 뿌리면 이런 느낌을 많이 없앨 수 있다. 부품의 패인 부분을 강조해주는 먹선은 작품의 윤곽을 더욱 뚜렷하게 해 입체감을 높일 수 있다.


먹선은 요런 식으로 넣는 것이다.

작품들을 보면 기존 파츠를 개조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원래의 건프라도 훌륭하지만 취향에 맞게 무기를 추가, 디테일업, 패널라인 추가, 부품 형태 변형 등을 병행하면 진정으로 '나만의 건프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퍼티를 이용해 형태 자체를 변형시킬 수도 있고 다른 건담이나 밀리터리 파츠를 이용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건프라를 만들 수도 있다.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상력이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만들 때 굉장히 재밌다. 처음엔 쉽지 않더라도 하다보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수강생들과 함께 한 제타 8기체 프로젝트 중 하나. 다양한 파츠가 개조됐다.

자랑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GP-01/PG 사이즈가 있다. 1,300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된 건프라 였는데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웠고 건프라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입소문 났던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또 저 위에 사진이 있는 네오지옹은 일본 '모델러스' 싸이트에서 주간 1위를 하기도 했다. 난 굉장히 글로벌한 남자다.

바로 그 폭풍 간지 작품


마지막으로 작업을 할 때 철학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이 건담이 실존한다면 이 부품은 단단해야 하니까 이런 색으로 해보자, 등등을 상상하며 만드는 것이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세상에 없는 것이지만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면 더욱 프라모델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야 결과물이 만족스럽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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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건지작에 놀러가다가 실제 작업하는 광경을 보았는데, 부품에 입힌 레드 컬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조색 (* 도료를 조합)해서 씌우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 '아 이사람들 장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꼭 도자기를 구워야, 나전칠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상업적으로 요구되는 것 이상의 퀄리티를 위해 정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장인'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문방구에서 파는 로봇 장난감일 수도 있는 프라모델에 뜨거운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들,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 싸나이들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이들의 페이스북을 방문하시라.  건담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프라모델을 모르더라도 그 분위기와 열정을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주소 : https://www.facebook.com/groups/gundam78/


이들의 뜨거운 작품들을 몇 개 올리는 것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한다.


다음 회는 '프라모델'편의 마지막, <건담 말고 다른 녀석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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