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받은 성적표
2018년 초에 운좋게도 포트폴리오 리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진을 찍은지 10년이 되었고 필름 사진을 찍은건 1년이 채 되지 않았을때였다. 지역에서 유명한 사진 작가들과 현직 갤러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자리였고 알았을 당시 막 한달이 남짓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한번도 나의 사진에 대한 객관적인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 보지 않았기에, 좋은 기회다 싶어서 거금 60불을 들여서 참가신청을 했다.
Reviewer들의 경력은 화려했다. 이 곳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봄직한 유명한 사진 작가도 있었고, 로컬에서는 유명한 스튜디오와 갤러리 큐레이터들도 참석했다.
남은 한달동안 사진들을 준비했다. 외장하드의 사진들은 날라가버렸기에 사진이 많지는 않았지만, 별로 개의치는 않았다. 어차피 나의 현재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 1년동안 찍은 필름 사진들에 대한 애착이 컷기에 충분한 사진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골라낸 사진은 15장도 되지 못했다.
나름대로 나의 사진에 대한 정의가 있었기에 선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일단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선택되었고, 사진들을 보면서 이 사진을 왜 찍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이유를 알아야지 사진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고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사진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매번 디지털 파일로만 관리하던 사진들을 출력하고 그럴싸하게 보이게 만들어야 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출력이다 보니 출력은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큰 돈 들이지 않고 보기좋은 작업물로 제작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사진들은 흰색 장갑을 착용하여 만져야 했고 폼보드의 사진들은 하나 같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칼은 사진 하나를 작업하고 나면 칼심을 바꿔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같은 사진을 2-3번 출력하는건 흔한 일이 되었다.
리뷰가 있던 날은 눈보라가 치던 2월이였다. 토요일이였기에 부담은 없었지만, 눈떄문에 예상보다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한달동안 작업된 14장의 사진들을 혹시라도 눈때문에 오염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리뷰장소로 가니 이미 몇몇 이들이 앉아 있었다. 기대와 두려움에 가득한 눈빛들은 누가 봐도 '오늘 나는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석하기 위해 온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도 두려움과 긴장이 느껴지는 눈빛을 들키고 싶지 않아 적당한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아래는 당시 내가 남긴 노트다.
'2018 Feb. 17.
5분뒤에 포트폴리오 리뷰에 들어간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준비하지 않고 게임이나 해대던 시간들이 야속하다.
어젯밤에 나는 왜 이리 일찍 잠이 들었을까..
주변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숨이 탁탁 막힌다.
모두가 칼날을 세우고 왔다.
불안과 경꼐의 눈촐로 서로를 바라본다.
고요하지만, 가득 차 있음이 느껴진다.
모두고 오랜시간 갈고 닦은 무기를 가슴속에 숨겨놓고 왔다.
후아.'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나는 첫 리뷰어와 대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