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예 Apr 09. 2018

간카케이를 떠나 더 큰 섬으로

쇼도시마 #4 간카케이 

일본엔 무려 6000개가 넘는 섬이 있고 이 중 쇼도시마는 19번째로 큰 섬이니 일본에서 꽤나 큰 섬이다. 섬의 면적이 제법 넓은데다가 이전에 소개했듯 올리브, 풍차, 간장과 소면 등 여러 포인트가 있어 취향에 맞춰 제각각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데, 쇼도시마의 "자연 경관"에 있어서 간카케이를 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간카케이는 일본 간카케이 또한 일본 3대 계곡 중 한 곳이라 불리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나머지 2개의 계곡이 어딘지는 끝내 알아낼 수가 없었는데, 유독 일본에는 몇대 비경, 몇대 명산, 몇대 온천 등의 타이틀이 많고 시덥잖은 것들까지 모두 등수를 매겨 부르고 있는 상황이라 어차피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간카케이는 200만 년 전에 생긴 협곡이라고 하는데 산세가 험한 편이다. 산을 오르는 것도 어렵고 그 산을 가로지르는 것도 어렵다.  당연히 잘 포장된 도로가 산을 끼고 나있긴 하나 몹시도 구불구불. 이쪽 근방의 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삼가달라고 렌트카 업체에서 특별히 부탁까지 하는 수준이다.  


산을 오르는데는 다들 케이블 카를 활용하는데 막상 꼭대기에 오르면 별로 할 것은 없다. 간단한 편의 시설이 전부. 하긴, 이쪽은 순수히 풍경을 감상하러 오르는 곳이다. 이런 곳에 대체 어떻게 케이블 카를 설치했으며, 매점은 어떻게 지었을까? 가 궁금해지긴 하지만 그런 궁금증을 품는 것 외에는 정말 할 게 없다. 원숭이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있긴 했는데 이 날은 원숭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원숭이라도 마주했다면 조금은 더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을테지만 그런 일은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누가 뭐라건 압도적인 풍경인건 분명하다.



여름의 풍경은 어찌보면 풍성하고 어찌보면 단조롭다. 늦봄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것 마냥 노르스름한 연두와 차라리 바다색에 가까운 초록 등 녹색의 빛깔이 섬세하게 스펙트럼을 펼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디 강렬한 단풍에 비할까. 간카케이가 울긋불긋하게 단풍이 든 모습이 매우 궁금한데 그 때는 발 디딜틈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올테니 편안한 감상이 어려울테고. 역시 모든 것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루종일 섬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도 휘발유 값은 890엔... 만원도 안되는 돈이니 성공적이다


쇼도시마에서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오카야마로 돌아가는 페리에서 생각을 해보니 섬은 일종의 "고립"이라는 점에서 섬만의 매력이 있지만, 육지에는 육지만이 주는 단단한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보니 일본은 본토도 섬이다. 결국 쇼도시마라는 섬을 떠나 본토라는 또 다른 섬으로 이동하는 중인 것이다. 여기에 한국도 지금으로선 육로로 갈 수 있는 곳이 없고 무조건 바다를 건너야만 이동을 할 수 있으니 일종의 섬인 셈 아닐까. 


그런 점에서 쇼도시마 여행은 "내가 그간 느꼈던 '육지의 안정감'은 어쩌면 모두 가짜였을지도? 사실은 모두 섬이었잖아?" 라는 새로운 생각이 들게 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 일상을 떠나와만 하게 되는 새로운 생각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이전 19화 간장으로 기억되는 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